매일신문

[박연미 디자이너의 세계 명품 이야기] 175년 역사 스페인 럭셔리 브랜드 ‘로에베(Loewe)’

헤밍웨이도 사랑한 스페인 귀족 감성
1846년 가죽 장인의 공방서 시작…내전 때도 권총커버·허리띠 납품
195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 주목…LVMH그룹에 합류, 글로벌 개척

가죽 장인들의 공방에서 시작된 왕실 납품 브랜드
가죽 장인들의 공방에서 시작된 왕실 납품 브랜드 '로에베'.사진은 로에베 퍼즐백

◆ 가죽 장인들의 공방에서 시작된 왕실 납품 브랜드 '로에베'

1846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설립된 로에베(Loewe)는 세계 최대의 명품보유회사 LVMH(루이뷔통 모엣 헤네시)의 보유 브랜드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럭셔리 패션 하우스이다. 로에베는 1846년 가죽 장인들의 공방으로 최초 설립되었고, 이후 1872년 스페인으로 이주해 가죽 장인들과 일하던 독일 출신의 장인인 엔리케 로에베 뢰스베르크(Enrique Loewe y Roessberg)가 공방에 합류하면서 그의 이름을 딴 '로에베'가 탄생되었다.

당시 가죽전문 브랜드에서는 여행용 트렁크 제품들을 제작하는 브랜드가 많았으나 로에베의 장인들은 가죽으로 제작된 가방들과 시가 케이스, 파우치, 보석상자 등 소박하고 작은 형태의 제품들을 생산하면서 브랜드의 시작점이 되었고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제작된 제품의 품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죽 전문 브랜드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로에베 재단의 회장, 쉴라 로에베(왼쪽)와 엔리케 로에베 린치
로에베 재단의 회장, 쉴라 로에베(왼쪽)와 엔리케 로에베 린치

1905년에 로에베는 스페인 왕실에서 지정한 공식 납품업체가 되었으며, 스페인 왕비와 공주들은 로에베의 단골 고객이 되었으며 왕족들과 부유층의 저명인사들에게 큰 관심을 받으며 스페인 최고의 명품브랜드로 인정받았다.

성실하게 사업을 키워가던 중 1920년 후반과 30년대 초반에 창업자 아버지와 2세대 아들이 불과 5년 사이에 세상을 떠나며 로에베에 위기가 찾아왔으나 1934년부터 20세 초반의 창업자 3세대 시대로 회사를 인수받아 사업을 이어갔으며 스페인 내전이 벌어진 1936년에는 가죽으로 제작된 권총커버와 탄약을 보관하는 허리띠 등을 제작하여 납품하였다.

1939년 마드리드 중심인 그란비아 8번가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전쟁 후 위축된 도시의 분위기를 창의적인 쇼윈도로 이루어진 로에베 매장을 보며 사람들은 "내전 이후 피폐해진 마드리드 시내에 생명과 빛을 불어넣었다"라고 말하며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로에베 매장이 되었다.

로에베 기이트 백
로에베 기이트 백

◆ 사업 확장과 LVMH 그룹의 로에베 인수

1950년대에 스페인에 헐리우드 영화가 본격적으로 개봉하면서 유명 배우들이 스페인을 방문하기 시작하고 로에베를 구매한 스타들에게 상품의 퀄리티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헐리우드 스타 에바 가드너,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해외 유명인사로부터 큰 인기를 누렸고, 스페인 전역으로 매장을 늘리며 사업을 확장했고 1963년 국제적으로 패션 사업을 확장하며 영국 런던에 첫 매장을 오픈하며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1970년대에 여성복 라인을 칼라거펠트가 남성복 라인을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맡으며 컬렉션을 선보였고 여성 향수 라인과 넥타이, 스카프 등 액세서리 라인을 런칭하였고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도쿄, 홍콩 등 아시아 매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1986년 로에베는 LVMH그룹과 계약을 맺고 글로벌 시장 개척에 협력을 시작했으며 창립 150주년을 맞이한 1996년 LVMH그룹은 로에베의 글로벌 딜러권을 전량 사들여 브랜드를 인수하였다. 그 후 LVMH그룹은 로에베에 스타 디자이너를 영입, 1997년 아트 디렉터에 나르시소 로드리게즈를 영입해 큰 혁신을 일으켰으며 미국의 패션단체에서 디자이너 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았다.

로에베의 아트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
로에베의 아트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

◆ 아트 디렉터의 영입과 변화된 알파벳 모노그램

2013년에 천재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을 아트 디렉터로 영입했다. 1984년 북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조나단 앤더슨은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으며 연기에도 흥미를 보여 배우의 꿈을 꾸기도 하였으나 대학에서 남성복 과정을 배우던 도중 프라다의 비주얼 머천다이저로 취업하며 패션계에 입문하게 되었으며 프라다에서의 시작이 자신의 패션 역사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2008년 자신의 이름을 딴 레이블 JW 앤더슨(JW Anderson)을 런칭하며 첫 번째 남성복 컬렉션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여성복 라인까지 영역을 확장, 2013년에는 로에베의 아트디렉터로 임명되었다.

2015년 그는 영국 패션 어워드 최초로 여성 및 남성 의류 부문에서 동시에 올해의 디자이너 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예술적 가치와 공예를 지지하는 조나단 앤더슨은 2016년 세계 최초로 현대 공예를 위한 국제 어워드인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을 제정하였다.

로에베 모노그램의 변천 과정
로에베 모노그램의 변천 과정

조나단 앤더슨이 부임한 후 브랜드의 혁신을 갖기 위해 첫 번째로 로고를 변화시켰다. 젊고 새롭게 변화된 로고 타입은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이주한 타이포 그래퍼 베르톨트 볼프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이며 세련된 스타일로 표현되었고 새로운 로고는 스페인 전통과 현대적인 감성을 결합시켜 로에베의 미래를 상기시키며 귀족적인 스페인 감성을 표현하고 있다.

1973년 스페인의 예술가 비센테 벨라가 디자인한 로에베의 모노그램은 현재까지 로에베의 상징이 되었으며 손 글씨체 'L'로 구성된 네 개의 알파벳 모노그램은 1970년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로에베의 모노그램은 가죽에 브랜드를 표시하는 낙인(쇠붙이로 만들어 불에 달구어 찍는 도장)으로 시작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로에베의 공식적인 상징 마크가 되었다.

로에베 게이트 백
로에베 게이트 백

◆ 로에베의 시그니처 잇 백과 아트 콜라보레이션

로에베의 아트 디렉터로 합류한 후 처음 제작한 퍼즐백은 일본의 오리가미(종이접기)에서 영감을 받아 큐브와 컷팅 기술의 개성있는 디자인과 세련미를 표현하였다. 납작하게 접을 수 있으며 핸들과 숄더 스트랩을 변형하여 5개의 다른 방식으로 가방을 들 수 있으며 총 43개의 조각을 이어 만든 형태를 규정할 수 없는 자유로움이 담겨진 가방이다.

로에베 해먹백
로에베 해먹백

해먹의 심플함에서 영감을 받은 해먹백은 2016년 S/S 시즌 첫 선을 보였으며 총 46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명의 가죽 장인이 10시간 이상 수작업으로 완성, 핸들과 스트랩을 활용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연출이 가능하다.

새들 백을 토대로 안정적인 형태를 지닌 게이트 백은 송아지 가죽으로 제작되어 가죽 리본의 매듭이 디테일 포인트로 표현되어 로에베 특유의 가죽 가공 기술을 담아 2018년 S/S 컬렉션에서 첫 선을 보였다.

로에베의 수 많은 아트 콜라보레이션 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디자인 라인으로 명성 높은 애니메이션 하우스 스튜디오 지브리와의 콜라보레이션은 서정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몽환적 환상의 세계와 만나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표현하였다. 정교하게 제작된 시그니처 백, 의류, 가죽 소품, 참 장식 등을 로에베 캡슐 컬렉션에서 선보였다. 명품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애니메이션 콜라보레이션은 젊은 층을 겨냥한 로에베의 새로운 시도로 보여 진다.

정다혜의
정다혜의 "진심의 시간" 올해의 수상작으로 선정. 말털로 만든 이 작품은 500년 된 모자 제작 기술을 사용하여 제작되었다.

◆ 로에베 재단과 크라프트 프라이즈(LOEWE Foundation Craft Prize)

로에베 재단은 창립자의 증손자인 엔리케 로에베 린치가 1988년 설립, 현재는 그의 딸인 쉴라 로에베가 재단의 회장을 맡아 예술·문화 행사와 전시회를 지원하는 민간 문화 재단으로 2002년 스페인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순수 미술 공로상 금메달을 받았다.

로에베의 크리에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의 제안으로 로에베 재단 공예상을 2017년에 설립, '장인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전통과 창의성에 초점을 두어 공예 디자인의 미래를 위해 예술적인 비전과 디자인의 혁신을 선도하는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국제 공예 공모전이다.

2022년 수상자는 한국의 정다해 작가 작품인 '성실의 시간(A Time of Sincerity)'이 선정되었다. 정 작가는 말총 공예의 역사성을 담아 표현한 작품으로 500년 전 한국 조선 왕조의 모자 제작기술을 활용해 고대 도기 형태의 조합으로 기하학적인 디자인 작품을 선 보였다.

로에베 남성복
로에베 남성복

일곱 번째 에디션으로 진행되는 이번 로에베 재단 공예상은 숙련된 기술과 예술적인 의도가 표현된 오리지널 작품으로 과거에 수상이력이 없는 혁신적인 응용예술로 표현된 작품이면 가능하다.

로에베 재단은 예술, 디자인, 장인 정신을 주제로 여러 프로젝트 시리즈를 진행 중이며 브랜드의 정신과 방향성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 문화행사에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재능 있은 예술가를 발굴하여 후원하는 사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져 지속가능한 예술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역사에 단절되지 않는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명품브랜드가 탄생되길 바란다.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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