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엄습한 폭염으로 한반도의 육지와 바다가 거대한 한증막으로 변했다. 역대급 폭염으로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까지 잇따르는 등 재난 수준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노인, 쪽방촌, 건설 현장 등 취약계층에 대한 실효성 있는 폭염 대책이 화두로 떠올랐다.
1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으로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모두 1천117명이다. 직업별로는 단순노무종사자가 218명으로 가장 많았고 무직 122명, 농림어업숙련종사자 96명 등 순이었다. 반면 관리자(13명)나 사무종사자(28명) 등은 비중이 작았다. 발생 장소는 야외 작업장(353명), 논밭(162명), 길가(132명) 등 81.8%가 실외에 집중됐다.
대구경북도 마찬가지다. 대구시에 따르면 1일 기준 온열질환자는 모두 18명이었다. 이 중 단순노무종사자(2명), 농림어업숙련종사자(2명), 미상(6명) 등이 절반을 넘었다. 발생 장소 역시 야외 작업장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길가(6명)가 그 뒤를 이었다.
경북에서는 고령의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도 잇따르고 있다. 1일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사흘 동안 최소 8명의 노인이 폭염 탓에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뙤약볕 아래 농사일이나 벌초를 하던 70∼90대 고령자들이다
폭염이 가난한 사람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여러 통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2020 폭염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1만명당 온열 질환 발생률은 저소득층(의료급여 수급자·13.8명)이 고소득층(5분위·4.8명)보다 약 3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2018년에는 저소득층 1만명당 21.2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지만, 고소득층에선 7.4명에 그쳤다.
폭염에 '특별히 취약한' 현장 노동자와 쪽방촌 주민, 저소득층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여름을 버텨야 한다. 달서구 신당동의 한 원룸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A(18) 군은 "학교가 유일한 피서지"라며 "오후가 되면 동생들과 근처 복지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집에 낡은 에어컨이 있긴 하지만, 조금만 틀어도 원룸 임대료를 내기 어려운 처지"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폭염을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응호 계명대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지자체는 자연재난팀 등 작은 단위로 폭염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려고 한다. 그래서는 한철짜리 대책만 나올 뿐"이라며 "폭염의 이유가 복합적인 만큼 다양한 부서와 팀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면피용 대책은 폭염 취약계층의 피해를 전혀 경감시키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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