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폭염에 더 힘든건 야외근로자…민주당은 실내 근로자 무더위 현장 찾아

사상 최악의 폭염 속에 피해가 속출하는 공사 건설현장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치권의 행보가 엇갈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온열질환의 90% 이상은 주로 야외 공사현장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당장 현장 근로자들의 열을 식혀주는 즉각적인 폭염대책이 추진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등 정치권은 야외에 비해 체감온도가 현저히 낮아 폭염 피해가 현저히 낮은 물류센터 같은 실내 사업장을 점검하거나, 시일이 오래 소요될 수 있는 무더위 대책 법안을 추진하는 등 '폭염 피해의 진원지인 건설현장 환경을 즉각 개선하는 대책 마련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를 방문해 실내 작업장 상황을 점검했다. 그는 "기준을 초과하는 폭염 때 작업을 중지하고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산안법이 국회에서 계류중이며 하루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반면 같은 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월드컵 대교 공사현장을 찾아 "공공 사업장처럼 냉방기가 돌아가고 늘 얼음물이 지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쓰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실내 택배현장을, 오 시장은 야외 공사현장을 찾았다.

민주당은 당장 폭염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보다는 법 개정 추진에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장기적으로 폭우와 폭염 등을 종합한 기후 위기 대응 입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책으로 추진하는 산안법 개정안은 야외 근로자에 대한 처우 개선도 포함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작업 중지의 기준을) 섭씨 35도로 할지, 36도로 할지 숫자는 정해야 한다"고 했다.

반대로 여권은 입법보다는 폭염이 8월 중순까지 기승을 부리는 만큼 즉각적인 '행정 조치'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강하다.

여야의 반대되는 행보에 대해서 노동계는 폭염이 극심한 상황에서 물류센터보다는 야외 공사장 현장에 즉각 도입할 폭염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 민주당이 폭염의 진원지로 지목한 물류센터에서 더위 피해를 인식하는 직원은 극소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쿠팡 물류센터 노조의 일일 파업에 동참한 인원이 노조 간부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쿠팡은 3일 "지난 1일 노조가 파업에 나선다고 했지만 파업 인원은 3명이었고, 쿠팡 풀필먼트서비스 직원의 결근율은 2.4%로 1년 전 같은 날과 비교해 1.5%로 줄었고, 연차휴가율(4.8%)도 0.9% 줄었다"고 밝혔다.

실제 물류센터와 비교해 야외 건설 현장의 온열 질환 문제는 심각하다. 쿠팡 물류센터는 천장형 실링팬과 국소 에어컨, 에어 서큘레이터 등 냉방기를 현장에서 층마다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 현장에선 이 같은 냉방시설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그늘집은 대형 공사장에서나 발견 가능하고, 소규모 건설현장에선 그늘집마저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철근 작업 현장은 체감 온도가 40~50도를 오르락 거리는 경우도 생겼다. 한 건설 현장 근로자는 "폭염으로 철근이 달궈질 경우 체감 온도가 50도 가까이 오르고, 열사병으로 실려간다"고 했다.

온열질환 피해의 대부분은 야외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지난달 근로복지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8년~2023년 6월) 발생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가운데 52%(61건)는 건설업에서 발생했고 제조업(18건), 국가 지방자치단체 사업(1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실외와 실내 작업이 구분되는 81건 중 75건(93%)은 실외에서 발생할 정도로 폭염이 야외 근로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건설노조가 건설노동자 3천2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는 "체감온도 35도 이상에도 중단 없이 일하고 있다"고 대답했고, 55%는 "본인이나 동료가 폭염으로 실시하는 이상징후를 봤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땡볕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가 있는데 에어컨도 있는 물류센터 노조가 파업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반응이 많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이상기온으로 실외 근로자들 경우 온열질환은 물론 사망에 이를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실내에 냉방 장치가 설치돼 있는 물류센터보다 그늘이 없는 야외 근로자와 소규모 근로자에 대한 즉각적인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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