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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엿장수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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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엿장수 마음대로'라는 말이 있다. 엿을 가늘고 길게 뽑든지 아니면 뭉쳐서 굵은 덩어리로 뽑든지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이다. 1970년대 중반 이전에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이 있다. 엿장수의 가위 소리가 들리면 동네 코흘리개들은 집 안에 있는 빈 병이며 각종 고물을 들고 달려 나간다. 고물의 가치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엿장수가 엿판에서 떼어내는 만큼 아이들에게 주어진다. 기대 이상의 엿을 받아든 아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나고, 실망한 아이는 거의 울상이 된다. 그러나 아무도 엿장수에게 항의하지 못한다. 엿장수 마음이기 때문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면서 선진국이 된 2023년 대한민국에서 난데없는 '엿장수 재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그것도 약식 기소된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겨 징역형을 때렸다. 지극히 이례적인 판결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한동훈 법무장관이 과거 노무현재단 계좌를 불법 추적했다'는 허위 사실을 공개 주장한 것에 대해 법원은 벌금 500만 원만 선고했다.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공산주의자'라고 말한 명예훼손 혐의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드라마 제작진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 법원은 "역사적 인물을 모델로 한 드라마가 허위 사실을 적시했는지는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정진석 의원의 경우 당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정치 보복' 주장에 대해, '부부 싸움 끝에 노 전 대통령이 목숨을 끊었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을 뿐이다. 또 이내 글을 지우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판사의 판결문에는 "정 의원의 글 내용이 거짓…"이라거나 "당시 노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웠고…"라는 비상식적 내용이 담겼다. 글 내용이 거짓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전직 대통령 부부가 공인(公人)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비상식적 궤변의 엿장수 판결은 김명수 사법부의 참담한 현실을 국민에게 또 한 번 보여주고 있다.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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