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4살 아들을 키우는 지영(30대·가명) 씨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아이와 소통하는 법'이다. 1년 전쯤 지영 씨는 아들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언어가 느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근처 소아과병원에서는 발달 지연이 의심된다며 언어치료를 권유했다.
기질적으로 조심성이 많아 그렇다는 의사의 진단에도, 지영 씨는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속앓이를 했다. 지영 씨는 "아이들은 입 모양을 보고 언어를 배우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에 마스크를 착용해 발달이 늦어진 것 같다"며 "요즘은 아이를 위해 웬만하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거치며 전국적으로 발달지연 영유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 도 발달 지연으로 의심되는 아동이 늘고 있다. 이에 지자체 차원에서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는 등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행복진흥원은 이달 들어 '대구지역 영유아 발달지연 실태 및 지원방안(김소정 부연구위원)'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고 아동의 발달 영역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발달지연이란 나이에 맞게 이뤄져야 할 신체운동, 언어, 인지, 정서, 사회성 영역 등에서 발달이 성취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해당 연구보고서는 생후 14일부터 71개월까지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발달상황을 점검하는 '영유아 건강검진 종합판정' 결과를 분석했다. 영유아 건강검진 종합판정은 아동 상태에 따라 '양호', '주의', '정밀평가필요'로 분류한다. 2021년에는 '지속관리필요' 항목을 신설해 발달 문제로 이미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 중인 질환이 있는 아동을 따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아동 5명 중 1명은 발달지연이 의심돼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검사인원은 9만2천245명이며, 그중 '주의'는 1만1천248명(12.2%), '정밀평가필요'는 7천160명(7.8%)으로 이를 합한 비율이 20%에 달했다. 2019년 17.9%, 2020년 19.4%였던 것을 고려하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2021년 기준 '지속관리필요' 아동은 763명이다.
연령별로는 특히 18~24개월에 해당하는 아동부터 발달지연 의심 비율이 높아졌다. 건강검진 종합판정 결과 1차(생후 14~35일)는 7.4%, 2차(4~6개월)는 14.4%, 3차(9~12개월)는 19.8%이지만, 4차인 18~24개월부터는 22.4%로 20%를 넘어선다. 이후 5차(30~36개월) 22.5%, 6차(42~48개월)는 22,7%, 7차 22.8%, 8차 23.6%로 차츰 증가했다.
대구 안에서도 지역별로 아동 발달 격차가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구‧군별로 '주의', '정밀평가필요', '지속관리필요'를 합한 비율은 서구(27.8%), 달서구(25.3%), 군위군(23.4%), 동구(22.4%), 북구(20.4%), 남구(20.0%), 달성군(16.9%), 수성구(15.6%), 중구(15.3%) 순으로 많았다.
하지만 대구시를 비롯한 9개 구·군 중 관련 조례를 마련한 곳은 2곳에 그치는 등 지자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지난해 10월 대구시가 관련 조례를 처음 마련했고, 같은 해 12월 달성군이 뒤이어 제정한 게 전부다.
연구를 수행한 김 부연구위원은 기존 조례를 확대 적용하고, 유관기관의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구시 영유아 발달 지원 조례 지원 대상이 '영유아·가족'인데,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보호자'로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구형 성장발달지원 원스톱 네트워크'를 구축해야한다고 제언했다. 대구시, 대구시육아종합지원센터, 의료기관, 국민건강보험공단, 유아교육진흥원 등 관련 기관이 협력해 발달지연 아동을 발견부터 지원까지 연계해 한 번에 지원하자는 것이다. 부산시는 부산의료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시 어린이집연합회 등이 사례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부산형 우리아이발달지원 협력모델'을 지난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발달검사제 도입도 해법으로 꼽힌다. 지역에 거주하는 만 2세 영아라면 누구나 발달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부모와 보육교직원이 영아 발달지연을 미리 가늠하고 신속하게 전문 검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김 부연구위원은 "영유아 발달 이론에 따르면 '결정적 시기'라는 게 있어 조기에 발달지연을 발견하고 개입해야 그 예후가 좋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종합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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