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힙한 박재범 '원소주'는 OK, 경주 생산 '문경오미자주'는 NO…모호한 '전통주' 기준

원소주, 붉은진주머루, 댄싱파파 등 변종 등장에 '전통주 기준 재정립 시급' 목소리
고유 술 만드는 진짜 전통주 업계는 소비자 외면 우려…"전통주, 지역특산주 각각 육성" 주장
'안동소주 품질인증' 등 고유 양조업체 경쟁력 키울 별도 육성 노력도

명인안동소주
명인안동소주

외국 술처럼 생긴 '원소주'(박재범 소주)는 원재료 산지에서 만들어서 '전통주'다. 안동소주와 똑같은 방식으로 만드는 '화요'는 제조사가 농업경영체가 아니어서 전통주가 아니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모호한 전통주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상 전통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제조방식보다도 '누가 무엇으로' 만들었는지가 중요한데 이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아 전통주 시장의 확장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경북 전통주 업계에 따르면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통주는 ▷민속주(주류부문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식품명인이 제조한 것) ▷지역특산주(농업경영체·생산자단체가 생산하거나 주류 제조장 소재지 일대 농산물을 주 원재료로 제조한 것)로 구분한다.

전통주로 분류되면 주세 50% 감면과 온라인 판매 허용 혜택을 받는다.

문제는 제조 방식은 전통주 분류 기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경 오미자주 재료와 제조법으로 경주에서 술을 만들면 그 또한 문경 오미자주라 부를 수 있으나 주세법상 '전통주'로는 판매할 수 없다.

이에 업계는 '고유 제조방식으로 만드는 전통주' 지위를 '법적으로 허용된 변종 전통주'가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혁신이자 편법'으로 평가 받는 원소주가 대표적이다.

박재범이 주류 전문 스타트업 '원스피리츠'를 세우고 개발에 참여해 만든 '원소주'. 연합뉴스
박재범이 주류 전문 스타트업 '원스피리츠'를 세우고 개발에 참여해 만든 '원소주'. 연합뉴스

가수 박재범이 대표인 농업회사법인 원스피리츠는 강원도 원주 쌀로 양주 같은 디자인의 술을 만들며 '지역특산주' 지위를 얻었다. 홈페이지,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판로를 확보하면서 "전통주 수혜를 고유 술 대신 '힙한 술'이 받는다"는 비판도 받았다.

외국 술처럼 만드는 전북 무주 '붉은진주머루' 와인, 충북 충주 사과 발효주 '댄싱파파'도 이와 같다.

반대로 서울탁주 '장수생막걸리'의 수입산 백미 제품(초록색 라벨)은 관련법 상 전통주가 아니지만 막걸리 제조법을 따르며 인기를 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주 업계는 젊은 층 사이 '고리타분하다'고 인식되는 '안동소주'나 '문경 오미자주', '의성 사과주' 등 고유 술의 제조사들이 피해를 입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북 전통주 업계는 젊은 층 사이 전통주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정작 '고리타분하다'고 인식되는 안동소주나 문경 오미자주, 의성 사과주 등 고유 술 제조사들이 피해를 입을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는 시장 규모를 키우면서 우리 고유 술 양조업체들의 경쟁력을 함께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유 술은 '전통주', 지역산 재료로 만드는 다양한 술은 '지역특산주'로 나눠 특성에 맞게 육성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농민은 판로를 키우고 전통주 업계는 생산 자율성을 보장받으며 경쟁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상반기 '제3차 전통주 등의 산업발전 기본계획'에서 전통주 개념과 범위를 재정립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상북도는 안동소주 세계화에 앞서 안동소주 품질고급화 방안을 마련하고자 30일 '제3차 안동소주 세계화 TF회의'를 열었다. 경북도 제공
경상북도는 안동소주 세계화에 앞서 안동소주 품질고급화 방안을 마련하고자 30일 '제3차 안동소주 세계화 TF회의'를 열었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가 도입하는 '안동소주 품질인증'은 고유 양조업체 육성 노력의 하나다. 안동에서 안동 쌀로 안동소주를 만드는 업체에 도지사 인증 마크를 주고 공동 마케팅과 수출을 돕는다.

전통주 인증이 오히려 족쇄가 되지 않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찬관 명인안동소주 대표는 "전통주 가운데 발효주는 연간 출하량 200㎘(킬로리터), 증류주는 100㎘까지만 세금 50% 감면 혜택을 받는다. 인기가 높은 저도주 생산을 늘리자니 1병당 단가가 낮고 기존 고객도 놓칠까봐 비싼 고도주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 이래서는 젊은 층을 타게팅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느 지역 어떤 업체든 안동 쌀로 안동소주를 팔 수 있다면 다양한 안동소주를 즐기려는 마니아층이 생기며 시장이 커질 수 있다. 지역 고유 업체들이 좀 더 선호되고 인정받는 분위기만 뒷받침된다면 서로 윈윈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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