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 민지(MZ)] 개성주악·약과 디저트 등 '힙'한 디저트 성지 '바닐라 크럼브'

봉산문화거리의 숨은 강자
MZ에게 인기 끈 '개성주악'으로 이름 알려…대형 백화점에서 판매 요청하기도
3~4개월마다 바뀌는 메뉴…유행 흐름 놓치지 않으려 노력

'바닐라 크럼브'를 찾은 손님들이 주문한 디저트와 음료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이화섭 기자.
'바닐라 크럼브'를 찾은 손님들이 주문한 디저트와 음료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이화섭 기자.

요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제외한 카페들의 양상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넓은 주차공간과 넓은 건물 면적 안에서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곳이거나 아니면 골목 안에 있어 사람들 눈에 금방 띄지는 않지만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숨은 강자' 소리를 듣는 곳. 전자가 넓은 터를 필요로 하는 탓에 대구 외곽의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하는 반면 후자는 대구 시내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다가 숨은 보석을 발견하는 느낌으로 찾아가야 한다. 오늘 소개할 '바닐라 크럼브'는 후자 쪽이다.

'바닐라 크럼브'의 백원규 대표(사진 왼쪽 첫번째)가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있다. 이화섭 기자.
'바닐라 크럼브'의 백원규 대표(사진 왼쪽 첫번째)가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있다. 이화섭 기자.

◆ 봉산동에 연 사장님의 세 번째 카페

대구 시내에서 교동과 삼덕동 김광석길 맞은편 골목과 함께 소소한 카페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봉산문화거리 주변이다. 한 해 두 해 기존에 있던 화랑이나 표구사 등이 문을 닫기 시작할때쯤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지금 봉산문화거리는 프랜차이즈와 함께 곳곳에 정말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카페를 계속 찾아낼 수 있다. '바닐라 크럼브'도 그 중 하나다.

이름이 독특하다. '바닐라'는 알겠는데 '크럼브'는 뭘까? 백원규 '바닐라 크럼브' 대표는 "우리 카페에서 파는 대부분의 디저트류가 바닐라향 또는 바닐라를 기본바탕으로 하는 것들"이라며 "주재료인 '바닐라'에 '작은 조각들'이라고 하는 '크럼브'를 합쳐 '바닐라 또는 바닐라향을 이용한 작은 구움과자'를 파는 곳이란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바닐라 크럼브'는 대구 중구 봉산동 대구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해 있다. 창문에 영어로 'Vanilla Crumb'(바닐라 크럼브)'라고 써져 있는 곳이다. 도시철도 1, 2호선 반월당역 5, 6번출구를 나오면 보이는 골목으로 약 250m 정도 걸어가면 나오기 때문에 골목 안에 있지만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바닐라 크럼브'의 백원규 대표는 봉산동에서만 세 번째로 카페를 열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문을 닫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만 했다. '바닐라 크럼브'처럼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다른 두 카페들도 봉산문화거리 인근에 있었다. 백 대표는 "봉산동을 벗어나지 않은 별다른 이유는 없는데 이전부터 봉산문화거리의 분위기를 좋아해왔고 집도 멀지 않은 데 위치해 있어 개인적으로 카페를 운영하기에 편한 곳이어서 봉산동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바닐라 크럼브'의 개성주악. 튀긴 찹쌀경단 위에 과일을 이용한 다양한 장식들이 올라가 있다. 이화섭 기자.
'바닐라 크럼브'의 개성주악. 튀긴 찹쌀경단 위에 과일을 이용한 다양한 장식들이 올라가 있다. 이화섭 기자.

◆ 개성주악으로 이름을 알리다

'바닐라 크럼브'는 '디저트 카페'를 표방하고 있다. 음료 메뉴는 단순하지만 디저트 메뉴는 다양하다. 하루에 15~20개 되는 제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약 3~4개월마다 메뉴가 크게 달라지기에 찾아올 때마다 조금씩은 다른 디저트들을 맛보는 재미가 있다.

워낙에 디저트를 좋아하다보니 유행의 흐름을 읽기 위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뒤지기도 하고, 직접 전국의 유명한 디저트 가게를 찾아가 유행의 흐름을 보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러한 노력으로 '바닐라 크럼브'를 대구에서 입소문타는 카페로 만들어 준 디저트가 있으니 바로 '개성주악'이다. 개성주악은 탕후루와 함께 올해 초 MZ세대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간식·디저트 중 하나인데, 찹쌀로 경단 크기 정도의 반죽을 빚어 기름에 튀겨낸 뒤 조청이나 꿀을 뿌리거나 담가 단 맛을 더한 전통 한과다. '약켓팅'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약과와 함께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끈 한과다. 이 개성주악을 본격적으로 대구에 소개한 카페 중 하나가 바로 '바닐라 크럼브'다.

'바닐라 크럼브'의 개성주악은 그 위에 올려진 새콤달콤한 과일 장식이 맛을 확 돋운다. 튀기는 디저트다 보니 자칫 느끼하다고 느낄 수 있기에 복숭아 잼, 블루베리 등의 장식으로 변화구를 던졌다. 조직감이 강한 약과와 달리 쫀득하면서 씹히는 느낌이 부드럽고, 크기도 한 입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앙증맞아 SNS에 사진찍어 올리기 딱 좋은 디저트다.

개성주악은 대학에서 조리 관련 전공을 한 백 대표가 대학 시절 한과 명인을 통해 배웠던 개성주악 조리법을 떠올려 만든 메뉴다. 약과를 이용한 디저트가 유행할 때 만드는 방식이 비슷한 개성주악도 함께 내놨는데 한창 때에는 하루에 200~300개가 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개성주악을 본 대구 지역 대형 백화점 3곳에서 판매를 할 수 있는지 요청이 왔으나 "대량생산을 할 시설도 없고 자칫 품질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바닐라 크럼브'의 빅토리아 케이크. 이화섭 기자.
'바닐라 크럼브'의 빅토리아 케이크. 이화섭 기자.

◆ 기본중의 기본, 빅토리아 케이크

'바닐라 크럼브'가 자랑하는 또 다른 디저트는 '빅토리아 케이크'다 '빅토리아 케이크'는 스펀지 케이크 시트 사이에 버터크림 또는 생크림과 딸기 잼 혹은 라즈베리(산딸기) 잼을 발라 만드는 케이크로 현대 케이크의 시초라 불리기도 한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티타임 때 즐겨 먹었다고 해서 '빅토리아 케이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케이크는 집에서도 만들 수 있을만큼 재료나 요리법이 간단하다. 너무 간단한 탓에 이를 취급하는 케이크 전문점이나 디저트 전문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원래 고수는 간단한 레시피로도 훌륭한 맛을 이끌어내는 법. 스펀지 케이크, 라즈베리 잼, 버터크림이 차곡차곡 쌓여 내는 맛은 차 또는 커피의 맛 또한 더 올려준다. 빅토리아 케이크도 계절에 따라 재료가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무화과가 많이 나는 가을철에는 무화과로 잼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바닐라 크럼브'의 다양한 디저트와 음료들. 이화섭 기자.
'바닐라 크럼브'의 다양한 디저트와 음료들. 이화섭 기자.

개성주악을 포함한 다양한 디저트는 '바닐라 크럼브'의 인스타그램(@vanilla_crumb_)을 통해 더 많이 확인할 수 있으며 포장 또는 배달을 원할 경우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 주문이 가능하다.

'바닐라 크럼브'의 애플 히비스커스 아이스티와 애플베리에이드. 이화섭 기자.
'바닐라 크럼브'의 애플 히비스커스 아이스티와 애플베리에이드. 이화섭 기자.

◆ 카페 순례 청년부터 화랑 들르는 어르신들까지

디저트가 주력이다보니 음료 메뉴는 디저트에 맞게 갖췄다. 커피가 5종류, 차가 4종류, 에이드와 같은 과일음료가 4종류 등등이다. 과일음료가 보기에는 예쁘지만 만약 디저트를 함께 주문했다면 적절한 조합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달콤함이 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 또한 디저트의 맛을 해치지 않도록 블랜딩에 신경을 쓴 편이다. 백 대표는 "산미가 덜 느껴지도록 블랜딩을 해서 디저트와 어울릴 수 있도록 밸런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차 종류도 과일이나 허브 향이 있지만 달지는 않기 때문에 디저트들과 잘 어울린다.

'바닐라 크럼브'의 내부 모습. 다양한 식물들과 아이보리 색과 나무 색깔이 조화를 이뤄 편한 느낌을 준다. 이화섭 기자.
'바닐라 크럼브'의 내부 모습. 다양한 식물들과 아이보리 색과 나무 색깔이 조화를 이뤄 편한 느낌을 준다. 이화섭 기자.

'바닐라 크럼브'가 추구하는 공간의 모습은 '따뜻함'과 '편안함'을 갖추는 것이다. 공간이 크지 않기에 느낄 수 있는 포근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꾸몄다. 특히 카페 안팎으로 다양한 식물들이 있는데 식물 가꾸기를 좋아하는 백 대표의 어머니가 관리를 도와준다. 내부 인테리어도 아이보리 색이나 나무의 따뜻한 느낌을 살려 꾸몄고, 디저트 진열 또한 쇼케이스 설비를 이용하기 보다는 쟁반이나 바구니를 이용해 정감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달콤한 디저트와 편안한 분위기 덕분인지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편안한 분위기에 이끌려 단골이 되기도 한다.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 대구 시내를 어슬렁거리는 20대 청년들부터 봉산문화회관이나 화랑 등을 들렀다가 아늑한 분위기에 이끌려 잠깐 다리쉼을 청하는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바닐라 크럼브'를 찾는다.

백 대표 또한 이런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는 게 앞으로의 꿈이다. 백 대표는 "디저트를 좋아하는 분들이 오셔서 그 분들을 위한 디저트와 음료를 만들며 작고 소박하게 운영해 나가는 게 지금 가장 가까운 목표"라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