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인쇄산업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남산동 인쇄골목이 재개발 문제로 휘청거리고 있다. 이곳 소상공인들은 17년째 추진되지 않는 재개발 정비구역을 해제하고 상권을 되살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남산동 인쇄골목은 남문시장에서 계산오거리까지 500m 남짓한 거리다. 인쇄업체들이 밀집한 이곳은 193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6·25 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1990년대에는 2천여 개의 인쇄소가 성업을 이루기도 했다. 이 당시 남산동 인쇄골목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최대 규모의 인쇄단지로 이름을 날렸다.
문제의 발단은 2006년 대구시가 인쇄골목이 있는 남산동 일대 5만6천여㎡를 대남지구 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하면서부터다. 노후 도심을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하겠다는 취지로 같은 해 7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발족했지만, 주민과 토지주의 반대에 부딪혀 17년간 제자리걸음 중이다.
오랜 시간 이곳에서 생업을 이어온 소상공인들은 진척이 없는 재개발 사업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었다고 호소한다. 여러 업체가 한 곳에 모이는 '산업집적'이 필수인 인쇄골목에 신규 업체가 진입하지 못해 골목 전체 상권이 고사한다는 설명이다.
인쇄소를 운영하는 박종호(69) 씨는 "재개발 예정지구로 등록되고 나서 새로운 인쇄업체는 들어올 수도 없고 나가는 업체만 줄줄이 생겨나고 있다. 올해만 해도 10곳 정도가 문을 닫았다"며 "출력, 인쇄, 후가공, 제본업체들이 모인 인쇄골목은 납기가 빠른 게 강점이었는데 지금은 그 의미가 퇴색됐다"고 하소연했다.
인쇄업체들은 다른 곳에 터를 잡기도 어려운 처지다. 인쇄골목에서 운영 중인 400여 개의 업체를 수용할 곳을 대구에선 찾을 수 없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설명이다. 인쇄업은 대표적인 도심형 산업으로 꼽힌다.
상인들은 생존권을 위해 지난 9월 인쇄골목보존회를 설립해 재개발 정비구역 해제와 인근 상권 활성화를 요구하고 있다. 보존회에 따르면 대남지구 정비사업 구역 토지주 280여 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약 140명이 정비사업 해제에 동의했으며 이 결과는 올 연말 전까지 대구에 제출할 예정이다.
송성범 인쇄골목보존회 사무국장은 "인쇄골목은 대구 근대골목투어 코스, 남산 100년 향수길로 지정될 정도로 문화적인 가치가 높은 곳"이라며 "대구시는 이곳을 방치할 게 아니라,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상권 활성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토지주가 법적요건을 지켜 정비구역 지정 해제를 요구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옥현 대구시 도시정비과장은 "토지 소유주 절반 이상이 정비구역 해제 동의서를 내면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제 여부가 결정된다"라며 "대다수의 주민들이 원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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