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주의 신비가 만든 걸작, 합천운석충돌구

한반도 최초로 인정 받은 운석충돌구…직경 7㎞, 수백m 깊이
대암산 꼭대기에 오르거나, 패러글라이딩 탠덤 탑승으로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어

5만년 전 우주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합천운석충돌구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은 2인승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통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는 방법이다. 합천플라잉파크 제공
5만년 전 우주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합천운석충돌구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은 2인승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통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는 방법이다. 합천플라잉파크 제공

경남 합천군만이 가진 전국에서 유일한 천혜의 자연이 있다. 적중-초계 분지에 위치한 '합천 운석 충돌구'다. 이곳은 지난 2020년 12월 지질학 국제 학술지 '곤드와나 리서치'에 공식 발표돼 한반도 최초이자, 동아시아에서는 두 번째 운석 충돌구로 인정받았다.

이후 합천군은 합천운석충돌구를 세계지질테마공원으로 조성해 관광명소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합천운석충돌구 관광안내소 설치, 환종주 탐방로 조성, 합천운석충돌구 거점센터 건립 등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이 우리 지구가 가진 신비로운 역사적 흔적에 대해 배우고 관찰하는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운석 충돌구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초계면에 위치한 대암산(해발 591m)에 올라서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더 높은 곳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둥근 모양의 운석 충돌구를 눈에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우주의 신비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합천군 적중면과 초계면이 자리한 분지.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여 거대한 그릇 모양을 한 독특한 지형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2020년 암석을 시추하고 분석한 결과 5만 년 전 운석이 떨어져 형성된 운석 충돌구임을 밝혀냈다. 한반도 최초, 동아시아에서 두 번째 운석 충돌구다. 사진은 충돌구를 중심으로 상하, 좌우 6컷을 촬영해 포토샵으로 이어붙이기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합천군 적중면과 초계면이 자리한 분지.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여 거대한 그릇 모양을 한 독특한 지형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2020년 암석을 시추하고 분석한 결과 5만 년 전 운석이 떨어져 형성된 운석 충돌구임을 밝혀냈다. 한반도 최초, 동아시아에서 두 번째 운석 충돌구다. 사진은 충돌구를 중심으로 상하, 좌우 6컷을 촬영해 포토샵으로 이어붙이기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5만년 전 구석기인이 살던 까마득한 어느날, 직경 200m의 거대한 불덩이가 한반도에 하얀 섬광을 일으키며 떨어졌다. 우주에서 날아든 이 운석은 1천400메가톤(Mt)의 폭발력으로 직경 7km, 수백 m 깊이의 충돌구를 만들었다.

1Mt은 군용폭탄인 TNT 100만톤을 폭발시켰을 때의 폭발력을 가진다.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이 TNT 1만 5천톤의 위력이었음을 감안하면, 합천에 떨어진 운석의 위력은 히로시마의 약 9만배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엄청난 파괴력으로 인해 운석이 떨어진 반경 50km는 초토화, 멀리 200km까지도 열폭풍이 몰아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충격파로 인해 바위가 녹고 산이 증발하면서 지름 4km, 수백 m 깊이의 충돌구가 생겨났다.

경남 합천군 초계면과 적중면에 자리잡고 있는 둥근 그릇모양의 분지가 바로 5만 년 전, 이같은 규모의 운석충돌 사건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지난 2020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깊이 142m까지 암석을 시추하고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동서 7km 남북 5km의 거대한 분지임에도 큰 하천이 없는 점, 퇴적층 아래 130m에서 발견된 충돌 충격파로 형성된 원뿔형 구조의 각력암, 142m에서 찾아낸 녹았다 다시 굳으며 형성된 평면변형 구조의 석영 등이 결정적 증거였다.

전 세계에 공식적으로 인정된 운석충돌구는 200여 개인데, 합천운석충돌구는 한반도 최초이며,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2010년 발표된 중국의 슈엔 충돌구 이후 두 번째다.

합천군은 5만년의 비밀을 간직한 합천운석충돌구(초계-적중 분지)를 세계적인 운석테마 관광지로 육성·개발할 계획이다. 우선 운석충돌구에 대한 홍보·교육·전시·체험 시설 등을 갖춘 거점센터를 2024년 말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며, 합천운석충돌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암산-작은대암산-단봉산-홀로재-미타산-천황산-태백산-무월봉 8개 봉우리와 충돌구 내 지오(Geo)사이트를 중심으로 탐방로를 조성하고 주요 지점에는 전망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국가지질공원과 세계지질공원 지정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김윤철 군수는 "한반도 최초의 합천운석충돌구는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며 "관광인프라 구축과 차별된 콘텐츠 개발을 통해 합천의 미래먹거리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5만년 전 우주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합천운석충돌구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은 2인승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통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는 방법이다. 합천플라잉파크 제공
5만년 전 우주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합천운석충돌구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은 2인승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통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는 방법이다. 합천플라잉파크 제공

◆가을 하늘에서 보면 더 예쁜 운석충돌구

합천 초계면에서 시작되는 임도를 따라 대암산 꼭대기에 올라서면 확 트인 전경과 함께 나무 한 그루 만이 고고히 서 있는 어여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바로 운석충돌구를 한눈에 감상하기 가장 좋은 경관 포인트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둥근 전체 충돌구 모양을 온전히 감상하긴 어렵다. 둥근 운석충돌구 지형을 온전히 감상하는 최적의 방법은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새처럼 날아올라 하늘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방법이다. 전문 조종사와 함께 탑승하는 2인승 탠덤 체험을 통해 일반인들도 누구나 파아란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경험을 즐길 수 있다.

하늘에서 보는 풍경은 그저 산 꼭대기에서 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평소에 그렇게 크게만 보였던 차와 집들이 모래알처럼 작아지는 대신 대자연이 그린 작품이 한눈에 들어온다. 20㎞가 넘는 산들이 서로 꼬리를 물고 물며 동그란 원을 그리고 있는 한 가운데 동그랗게 한가운데가 움푹 파인 그릇 모양의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이런 풍경을 즐기는데는 가을이 제격이다. 운석충돌구가 노란 황금물결로 일렁이는 계절이기 떄문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이륙장 풍경도 그림 같다. 대암산 꼭대기는 초지로 돼 있는데 그 왼쪽 한편에 외로이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흔히 '왕따나무'라고 일컫는다. 마치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배우 전지현 씨가 상대배우 견우(차태현 분)와 함께 타임캡슐을 묻은 뒤 홀로 "견우야,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 봐"를 외쳤던 그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풍경이다.

◆색색깔 글라이더로 더 아름다운 운석충돌구

운석 충돌구가 내려다 보이는 합천 대암산 정상에서 이륙하는 페러글라이더. 정상 부근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해 페러글라이딩 동호인은 물론, 최근엔 운석 충돌구를 보려는 관광객도 점점 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운석 충돌구가 내려다 보이는 합천 대암산 정상에서 이륙하는 페러글라이더. 정상 부근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해 페러글라이딩 동호인은 물론, 최근엔 운석 충돌구를 보려는 관광객도 점점 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이번 주말, 색다른 주말 나들이를 즐기고 싶다면 합천 대암산을 강력 추천한다. 오는 11일과 12일, 제23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생활체육 전국 패러글라이딩대회(이하 문체부장관기) 및 2023년 패러글라이딩 정밀착륙 챔피언전 및 리그 3차전이 함께 개최되면서 색색깔 글라이더들이 운석충돌구 인근 대암산 하늘을 수놓을 예정이기 떄문이다.

대회 개최로 인해 평소와는 달리 훨씬 더 많은 수의 글라이더들이 합천 하늘을 누비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는 볼거리다. 단풍으로 수놓아진 가을 산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여기에다 와이파이 모양의 다양한 색깔의 글라이더들이 떠다니는 풍경은 상상 이상으로 경이롭다.

보통 패러글라이딩 경기는 장거리(XC)종목과 정밀착륙 종목 2개로 대표되는데 이번 대회 종목은 정밀착륙 부문으로 선수들이 정해진 타깃에 얼마나 가깝게 착륙하는 가로 기량을 가린다. 이 때문에 굳이 대암산 꼭대기에 오르지 않고 초계면 택리길 60-4번지 착륙장으로 찾아와도 패러글라이딩이라는 생소한 종목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문체부장관기는 전국 17개 시‧도 협회가 참가하는 대회로 패러글라이딩 생활체육 대회 중에서 규모가 큰 대회이다. 특히, 이번 대회는 선수부인 챔피언전이 함께 개최돼 생활체육인들이 전문 선수들의 보고 배우고, 함께 기량 향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패러글라이딩 화합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대회는 (사)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가 주최하고, 경상남도패러글라이딩협회가 함께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합천군이 후원한다.

선수부인 챔피언전은 이틀동안 총 8라운드를 진행하고, 총합 점수가 낮은 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동호인부는 연습조종사부, 조종사부, 시니어부(만 60세 이상), 학생부로 구분된다. 동호인부는 개인별 1R만 진행하며 순위 결정 방식은 동일하다. 단체전은 각 시‧도 상위 10명의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결정한다.

송진석 회장은 "합천군의 배려로 2023년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가 주최하는 마지막 대회인 문화체육장관배가 대암산 운석충돌구 일원에서 개최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면서 "모든 참가자가 올해 마지막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라고, 더 많은 시민들이 패러글라이딩이라는 스포츠 종목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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