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원 10배 폭증’ 대구시 악취 저감 대책 발표…“똑같은 대책 반복”

악취 민원, 지난해 700건→올해 7천135건
대구시 "대기오염방지시설 교체하고 악취실태조사 진행"
주민들은 '염색산단 이전' 등 근본적 해결책 촉구

10일 오전 11시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지형재 대구시 환경수자원국장이 환경기초시설 인근 시민들의 악취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10일 오전 11시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지형재 대구시 환경수자원국장이 환경기초시설 인근 시민들의 악취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 서구와 북구 등 일부 지역에서 악취 민원이 폭증하자 대구시가 피해 저감 대책을 발표했다. 기존 대책들이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단순 '저감'이 아닌 시설 이전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오전 대구시는 시청 동인청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서구와 북구 지역 주민들의 악취 피해를 줄이는 대책을 집중 추진하겠다고 했다.

서구 평리동과 북구 금호·사수 지역 인근에는 달성군 방천리 위생매립장, 폐기물에너지화시설(SRF), 상리음식물처리시설, 하수·분뇨처리장, 염색산업단지 등 악취를 유발하는 환경기초시설들이 모여있다.

이들 시설과 인접한 서구 평리뉴타운에 다수의 대단지 아파트는 올해부터 입주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지난 2021년 1천411건, 지난해 700건에 그쳤던 대구시 악취 민원이 올들어서는 10월 기준 7천135건으로 전년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9월 이후 계절풍을 타고 환경기초시설의 악취가 바람을 타고 주거지역으로 유입되는 양이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대책 발표에 나선 지형재 대구시 환경수자원국장은 "2020년 서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이 추진될 당시 한국환경공단에 악취 실태조사를 의뢰했고, 염색산업단지 2㎞ 이내 구간에 악취로 인한 영향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2021년부터 올해까지 대기오염방지시설 교체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했다"고 했다.

대구시는 우선 황화수소 등 악취 발생 물질을 줄이는 성과도 일정부분 있었다고 밝혔다. 서구 대기정보시스템 측정자료에 따르면 2019년 0.049ppm으로 측정된 황화수소는 올해 상반기 0.018ppm으로 63% 줄었다. 암모니아는 역시 같은 기간 0.039ppm에서 0.025ppm으로 36% 감소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불편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는 가운데 대구시는 ▷한국환경공단 악취 실태조사 의뢰 ▷악취 감시 장치 추가 설치 ▷야간시간대 대기오염 배출사업장 불시 단속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대구시는 노후 대기오염방지시설 교체 대상 124곳 중 아직 완료되지 않은 24곳도 교체를 계속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실효성 없었던 대책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후 대기오염방지시설은 이미 124곳 중 100곳(80.6%)이 교체됐고 환경공단 실태조사도 이미 진행했지만, 악취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서구 평리동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이모(35) 씨는 "악취 때문에 창문조차 열지 못하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지자체에서는 '개선하겠다', '순찰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며 "악취 유발 시설들을 주거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전하는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한 서구의회 의원은 "이번 대구시 발표는 결국 주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기존 저감 대책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라며 "악취 관리구역 지정 등 관련 사안을 공론화하고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대책이 무엇인지 먼저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 서·북구 지역 환경기초시설 현황. 대구시 제공
대구 서·북구 지역 환경기초시설 현황. 대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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