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 민지(MZ)] 맛있는 커피·어두운 조명…소개팅 성공률 100% '류 커피 로스터스'

"안녕하세요. OO한테 소개받은 OOO라고 합니다. 저희 처음으로 만날 장소를 정해야 하는데요. 추천해 주실 만한 곳 있을까요? 만약 없다면 동성로 쪽에 있는 '류 커피 로스터스' 어떨까요"

※이 기사는 류 커피 로스터스에서 소개팅을 성공한 30대 여성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작성 되었습니다

동성로에 위치한 류 커피 로스터스는 소개팅 하기 좋은 카페로 유명하다.
동성로에 위치한 류 커피 로스터스는 소개팅 하기 좋은 카페로 유명하다.

◆예뻐 보이는 조명, 따뜻한 인테리어

민지 씨는 카페를 들어서자마자 거울을 꺼내 든다. 하루 종일 공들인 화장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러다 문득 놀란다. '내가 이렇게 예뻤던가' 류 커피(류 커피 로스터스)의 조명 아래 앉은 민지 씨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리땁다.

류 커피는 '조명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톤 다운된 노란 조명 아래 앉아 있으면 그 누구도 '최대치'의 미모를 발산할 수 있다. 흰 조명은 마주보기 너무 부담스럽고, 톤이 높으면 뾰루지가 부각될까 두렵다. 그 중간을 찾는다면 류 커피가 제격이다.

류 커피 건물은 무려 1930년대 근대 가옥으로 당시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자재는 100% 목재로 사용됐다.
류 커피 건물은 무려 1930년대 근대 가옥으로 당시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자재는 100% 목재로 사용됐다.
류 커피 건물은 무려 1930년대 근대 가옥으로 당시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자재는 100% 목재로 사용됐다.
류 커피 건물은 무려 1930년대 근대 가옥으로 당시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자재는 100% 목재로 사용됐다.
류 커피 건물은 무려 1930년대 근대 가옥으로 당시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자재는 100% 목재로 사용됐다.
류 커피 건물은 무려 1930년대 근대 가옥으로 당시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자재는 100% 목재로 사용됐다.

사실 민지 씨의 소개팅 성공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원래는 활달한 성격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늘 긴장이 앞서기 때문. 조용히 앉아만 있다가 나온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류 커피에서는 왠지 긴장이 풀린다. 언뜻 풍기는 목조의 향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류 커피의 건물은 1930년대 근대 가옥으로 당시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자재는 100% 목재로 사용됐다. 곳곳에 가죽으로 포인트를 줬는데, 목조와 조화롭게 어울린다. 의자도 대부분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쿠션 타입이다. 따뜻하고 오래 앉아 있어도 부담 없는 분위기. 그것이 바로 류 커피 인테리어의 철학이다.

류 커피 로스터스의 류지덕 대표가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고 있다.
류 커피 로스터스의 류지덕 대표가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고 있다.

◆스페셜한 커피, 대접 받는 기분

창가가 보이는 4인석에 민지 씨가 앉는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났을까. 남성분이 쭈뼛쭈뼛 다가온다. "혹시 민지 씨 되시나요" 노란 조명 아래 멀끔한 남성의 모습에 민지 씨는 내적 환호를 지른다. 하지만 이내 가슴을 부여잡고 메뉴판을 정독하기 시작하는데… 아뿔싸. 커피 가격대가 꽤 높다. 하지만 소개팅남의 이어지는 말이 민지 씨의 심장을 쿵! 울린다. "민지씨~ 제가 살 것이니 드시고 싶은 커피 마음껏 드세요"

류 커피의 시그니처 메뉴. 독도 블렌드.
류 커피의 시그니처 메뉴. 독도 블렌드.
류 커피의 시그니처 메뉴. 독도 블렌드.
류 커피의 시그니처 메뉴. 독도 블렌드.

류 커피는 일반적인 가격대가 아니다. 이유는 좋은 커피를 쓰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커피란 좋은 원두다. 좋은 원두를 사용한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라 칭하는데, 이는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의 테스트에서 80점 이상을 얻은 최고급 품질의 커피를 일컫는다. 좋은 원두를 쓰면 커피의 맛도 다양해진다. 쉽게 말하면 고소한 맛만 가진 커피보다, 과일향과 꽃향기가 섞인 커피가 더 좋은 커피다. 류 커피는 이렇게 다양한 맛을 내는 원두로 커피를 만든다.

민지 씨는 메뉴판을 다시 살펴본다. 가격이 비싼 만큼 제대로 먹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샘솟는다. 바리스타에게 메뉴를 추천해달라 말하자 평소 커피 스타일을 꼼꼼히 묻는다. 라떼를 좋아하는 민지 씨에게 바리스타는 '피콜로 라떼'를 추천한다. '피콜로 라떼'는 류 커피의 시그니처 원두인 '독도' 원두를 베이스로 한다. 독도 원두는 향긋한 과일 맛을 가졌기 때문에 이를 라떼로 만들면 일반적인 라떼 보다는 조금 더 깔끔하고 과일향이 복합된 산미를 느낄 수 있다.

민지 씨가 '피콜로 라떼'로 결정하자, 이번엔 소개팅남 차례. 소개팅남은 머뭇하더니 '이 주의 커피'를 고른다. 민지 씨는 궁금하다. 이주의 커피가 뭐지? 그리고 뒤이어 이어지는 소개팅남의 멘트에 또 한 번 심쿵 ! "이 주의 커피는 이번 주에만 파는 커피로, 매주마다 메뉴가 바뀌더라고요. 우리 다음 주에도 같이 먹으러 올래요?"

이주의 커피는 가격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그때 그때 가져오는 원두의 가격에 따라 매겨지기 때문이다.
이주의 커피는 가격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그때 그때 가져오는 원두의 가격에 따라 매겨지기 때문이다.
이주의 커피는 가격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그때 그때 가져오는 원두의 가격에 따라 매겨지기 때문이다.
이주의 커피는 가격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그때 그때 가져오는 원두의 가격에 따라 매겨지기 때문이다.

류 커피에는 특별한 메뉴가 있다. 바로 '이주의 커피'. 메뉴판에 없는 커피를 매주 다르게 맛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주의 커피는 가격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그때 그때 가져오는 원두의 가격에 따라 값이 매겨지기 때문. 최고 비싼 이주의 커피는 잔당 35000원 짜리도 있었다. 이는 류 커피의 대표가 마스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생두를 골라서, 평가하고, 샘플로 먼저 로스팅 해서 먹어본 뒤 괜찮으면 구매해서 고객에게 커피로 내리는 시스템이다. 매주 류 대표는 이주의 커피를 위해 생두를 찾아 나선다.

류 커피에는 유난히 연인 고객이 많다. 이 곳이 괜히 '소개팅 성지'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류 커피에는 유난히 연인 고객이 많다. 이 곳이 괜히 '소개팅 성지'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연인에서 부부로, 단골들 북적북적

'이 주의 커피'로 플러팅 당한 민지 씨. 민지 씨는 그날 이후 소개팅 남과 연인이 됐다. 물론 류 커피 때문만은 아니다. 아늑한 조명 아래 맛있는 커피는 덤일뿐. 민지 씨와 소개팅 남은 대화도 잘 되고 취향도 잘 통했다.

류 커피에는 유난히 단골이 많다. 그리고 단골들은 입 모아 말한다. 류 커피에 오면 다양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호평이다. 실제 류 커피는 '이 주의 커피'를 제외하고도 메뉴판이 수시로 바뀐다. 시그니처 메뉴 몇 개를 제외하고는 시즌에 어울리는 커피를 준비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봄가을에는 에티오피아 물로 가공(워시드)된 원두를 사용한다.

해당 커피는 은은한 꽃향과 과일향을 품고 있다. 여름에도 에티오피아를 내놓는다. 하지만 가공법이 다른 원두다. 봄가을에 물로 가공했다면, 여름에는 자연건조된 원두를 사용한다. 자연건조된 에티오피아 원두는 좀더 과일맛이 많이 나고 산미가 있어 아이스로 먹기 좋다.

류 커피 로스터스는 2010년에 문을 열어, 13년째 동성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류 커피 로스터스는 2010년에 문을 열어, 13년째 동성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민지 씨와 소개팅남도 류 커피의 단골이 됐다. 소개팅남의 바람대로 두 번째 데이트에서는 이주의 커피를 마셨다. 창가가 보이는 4인석 테이블 보다는 함께 앉을 수 있는 쇼파 자리를 선호하게 됐다. 마주 앉기 보다는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아참. 라떼를 좋아하던 민지 씨는 류 커피의 핸드드립 매력에 푹 빠졌다. 특히 포도 젤리와 와인 향이 나는 브라질산 커피를 즐겨 마신다고 한다.

연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 점도 있다. 류 커피에서 첫 만남을 가진 것은 소개팅 남의 치밀한 계획이었다. 사실 류 커피는 대구에서 소개팅 카페로 유명하다. 13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니 그 당시 소개팅을 해서 결혼까지 성공, 아이를 데리고 오는 단골들이 여럿이다. 맛있는 커피에 따뜻한 분위기까지 더해지니, 어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좋은 사람과 좋은 커피를 마시는 것. 이것이 바로 류 커피 로스터스가 원하는 카페 문화다.

류 커피 로스터스 대표 류지덕 씨가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고 있다.
류 커피 로스터스 대표 류지덕 씨가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고 있다.

◆수만 가지 맛있는 커피, 손님들께 많이 맛 보여 주고 싶네요

"저희 카페가 소개팅 성지로 불린다고요? (허허) 실제로 남녀가 많이 찾기는 합니다. 선도 많이 보는 걸로 알고 있고요" 대구 동성로에 위치한 류 커피 로스터스 대표 류지덕 씨는 가게의 애칭에 웃음을 터뜨린다. 류 씨는 본점인 동성로 지점과 범어 지점, 신세계 백화점 지점으로 세 곳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본점인 동성로 지점에 소개팅을 위한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대구 커피 업계에서 류 대표는 유명 인사다. 류 커피가 대구의 스페셜티 커피의 시작점이기 때문. "저희가 2010년에 문을 열었는데요, 그때는 핸드드립이나 스페셜티가 잘 알려지지 않을 때였어요. 그래서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배우러 많이 왔어요" 그때 배운 바리스타는 현재 다양한 카페 오너들로 성장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구 커피업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것들을 대부분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일단 커피 세미나는 매주하고 있고요. 박람회나 다양한 행사를 진행 중입니다"

사실 류 대표는 커피 한 잔 안 먹던 커알못(커피 모르는 사람) 중의 커알못이었다. 패션쪽 회사를 다니던 류 씨는 일본 여행을 갔다가 드립커피에 눈을 떴다. 2004년 당시에는 커피 문화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을 때다.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동료들과 커피 한 잔. 이런 문화가 생긴지는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 "당시엔 아카데미도 없어서. 수소문해서 작은 카페에서 기본적인 것 배웠어요. 그렇게 하다가 3년 독학하고. 어쩌다 보니 이렇게 13년째 한자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네요"

류 씨는 맛있는 커피를 사람들에게 많이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한다. "세상에 커피가 수만 가지가 넘어요. 우리가 죽을 때까지 다 못 먹을 양이죠. 그 맛있는 커피들을 저는 제 고객들에게 맛 보여 주고 싶네요. 좋은 커피를 좋은 사람과 함께 먹는 문화. 제가 커피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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