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가 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 대한 '수수료 삭감'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실과 다른 점이 많아 업계의 반응이 냉담해졌다. 특히 올해 사상 처음으로 시행한 '노동조합 회계 공시'에 불참해 수입과 지출 관리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신뢰가 추락한 택배노조의 주장에 대해 CLS는 물론 비노조 택배원들이 조목조목 반박하는 분위기다.
◆수수료 인상 노선은 언급하지 않고 유리하게 왜곡
택배노조는 7일 오후 서울 선릉역 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400여개 대리점을 상대로 100~250원에 달하는 수수료 삭감을 제시했다"며 "택배 기사 월급이 60~150만원 가까이 삭감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년에만 3천억원의 이익을 거둔 쿠팡 CLS가 수수료를 인상하지 못하는 망정 삭감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실제 사례로 경기도 용인 인근의 D대리점이 120원을 삭감 당하는 등 기초적 권리 보장 없이 수수료 삭감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택배 물류업계 취재 결과, 택배노조의 주장들은 상당 부문 왜곡소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지난해 CLS의 영업이익은 30억원으로 노조는 보도자료에 이를 100배 뻥튀겼다.
배송 건당 수수료를 모두 삭감했다는 주장에 대해 CLS 측은 "배송노선의 난이도와 엘리베이터 비율 등 노선 특성을 고려해 택배 영업점과 협의해 노선별 수수료를 정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구불구불한 빌라가 많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등 선호도가 낮은 까다로운 배송 노선은 일반적인 택배 장소에 비해 오히려 수수료를 올렸다는 것.
또 택배노조 간부 원모씨는 SNS에 "어느 택배사도 배송 건당 수수료를 500원에 제시하지 않았다"고 썼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노조측이 수수료가 올라간 곳에 대한 언급은 없이, 모든 기사들을 상대로 수수료를 내렸다는 식의 주장을 일삼는 것 아니냐"고 했다.
CLS의 배송 여건은 일반 택배사와 크게 다르다. 일반 택배사의 경우, '1+1' '1+2'식으로 무게를 늘린 '합포장' 상품이 많다. 여러 상품을 한번에 배송하면 배송 수수료를 1회 지급한다. 반면 쿠팡은 전부 개별포장으로 가벼운 비닐 포장이 주류를 이루며 상품 건마다 수수료를 지급한다. CLS의 한 택배기사는 "연필이나 칫솔, 휴지 같은 가벼운 비닐 배송상품 비중이 60%에 달하고, 한 집에 5개를 배송하면 5개에 대해 모두 배송 수수료를 받는다"며 "아무리 가벼운 30~100g짜리 상품도 배송료를 받기 때문에 일반 택배사에 비해 소득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LS는 "CLS는 개별 상품 건당 수수료를 지급하는 비닐 포장 등 가벼운 상품이 대부분으로, 높은 주문 밀집도, 줄어든 배송 동선으로 수익이 높아 택배 기사 선호도가 높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물량 보장으로 타 택배사 대비 높은 수입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 연간 수입도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호도가 낮은 노선은 수수료가 인상됐는데도 택배노조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택배사와 달리 기사 개인의 영업(집하)이 필요 없는 등 쿠팡 배송 만으로 고수익 창출이 가능해 타 택배사로부터 CLS가 위탁한 택배대리점으로 이직 움직임이 적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CLS 대리점이 위탁한 퀵플렉서 기사 수는 약 1만3천명으로 추산된다.
◆비노조 기사들 "가벼운 상품의 안정적 물량 확보로 오히려 수입 늘어날 것....회계 장부부터 투명하게 공개하라"
실제 비노조 기사들 사이에선 "다른 택배사는 물량이 걱정인데, CLS 대리점은 건당 수수료를 지급하는 가벼운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수입이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나온다. 한 퀵플렉서 기사는 "한 집에 비닐 포장 3개를 배송하고 2천400원을 받아왔다면, 수수료가 100원이 줄어든다 해도 비닐 포장 상품을 5개 배송하면 한번 방문으로 수입이 이전보다 50% 늘어난 3천500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가벼운 배송 상품도 건당 배송 수수료를 주는 데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한데도 노조가 합포장을 기준 삼은 다른 택배사들의 수수료 지급 기준과 근무환경을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퀵플렉서 기사는 "노조는 자신들이 유리한 노선을 독점하려는 행태로 비판을 받아왔다"며 "다른 택배사는 배송 물량 자체가 확보되지 않아 이동 거리가 늘어나지만 월 수입은 줄어드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택배노조는 전국의 주요 노조들이 투명성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회계 공시를 거부한 몇 안 되는 노조로 논란을 빚고 있는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6일 "1천명 이상 전국 노조 739곳 중 675곳이 회계를 공시했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노조 공시율은 각각 94%대"라며 "그러나 노조 64곳(8.7%)는 끝까지 회계 정보를 입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민노총 금속노조 소속 기아차지부 등과 함께 정보 입력을 거부한 상태다. 택배노조는 쿠팡 CLS 직원을 폭행한 혐의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경찰 고소를 당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정치적 논란과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택배노조가 끝까지 투명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스스로 투명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이들의 노조 활동을 신뢰하는 국민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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