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브로커에 속아 열다섯살의 나이에 중국 오지로 팔려간 뒤 결국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로 북송된 탈북자 사연이 유엔본부에서 소개됐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 총회의 부대행사 프로그램으로 북한 인권 책임규명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1997년 탈북해 현재 영국에 거주하는 김규리 씨가 참석해 지난 10월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신의 동생 철옥 씨를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규리 씨에 따르면 이들 자매는 1997∼1998년 북한 주민이 다수 탈북하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탈북했다. 1997년 7월 13일 스무 살이던 규리 씨가 먼저 두만강을 넘었고 북한에 남아 있던 철옥 씨도 이듬해 "중국에 가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탈북을 결심, 1998년 열다섯 살의 나이에 중국의 오지 마을로 팔려 갔다.
철옥 씨는 이후 중국 지린성 오지 농촌에서 30살 많은 현지 남성과 결혼했다. 그 과정에서 언니와의 연락은 끊겼다. 탈북한 규리씨는 2007년 영국으로 이주했고, 언젠가 동생과 다시 만날 날만 고대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이들은 20년간 연락이 두절된 채 지내다 2019년에야 우연히 다시 소식이 닿았다. 팬데믹 봉쇄가 끝나기를 기다려 지난 4월 중국에 있던 철옥 씨는 태국을 통해 언니가 머무는 영국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출발 직후 중국 공안에 붙잡혀 구금됐다. 가족들이 온갖 방법으로 구명 노력을 했지만 결국 지난달 9일 다른 탈북민 수백 명과 강제 북송됐다.
발언 도중 울먹이던 규리씨는 참석자들을 향해 "내 동생을 도와달라.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사람들을 도와달라"라고 호소했다.
북한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이어진 발언에서 "북한의 현 상황이 매우 절망적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들이 있는 만큼 책임규명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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