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법천자문 20년…'바람風' 외치는 아이 보며 부모도 좋아했죠"

은지영 북이십일 이사 인터뷰…"100권 완간이 목표, 선과 악의 포용 다룰 것"

은지영 북이십일 키즈융합부문 이사가 서울 마포구의 사무실에서 국내 최장수 학습만화 '마법천자문'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지영 북이십일 키즈융합부문 이사가 서울 마포구의 사무실에서 국내 최장수 학습만화 '마법천자문'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이책이라고 하면 보통 선하고 순한 이야기만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아이들이 '다크한'(어둡고 깊은) 내용, 공포, 악당 이야기를 생각보다 좋아하거든요. '마법천자문'은 학습만화에 그런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담아냈다는 점이 달랐죠."

국내 최장수 학습만화 '마법천자문'을 1권 출간부터 지금까지 20년간 맡아 온 은지영 북이십일 키즈융합부문 이사는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시리즈의 인기 요인을 꼽아달라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마법천자문'은 2003년 11월 1권 '불어라! 바람 풍'을 시작으로 현재 61권 '뜻밖에 재앙이 일어나다! 재난'까지 20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국내 최장수 학습만화다.

누적 판매량은 2천200만부를 훌쩍 넘겼고, '마법천자문'을 읽고 자란 아이들을 뜻하는 이른바 '마천 세대'라는 말도 만들어냈다.

마냥 순수하거나 유치하지 않은 내용,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연출, 적절한 재미와 학습 효과 등이 합쳐지면서 나온 성과다.

은 이사는 "학습만화 중에서는 보기 드문 장편 서사물"이라며 "1권의 이야기가 끝나면서 2권을 궁금하게 만드는 만화 문법도 채택했다"고 말했다.

만화에서 나오는 한자를 활용한 마법 주문들이 유행한 것도 한몫했다.

주인공 손오공이 마법 한자 주문으로 '타올라라! 불 화'를 외치면 불길이 치솟고, '불어라! 바람 풍' 하면 바람이 부는데 이를 아이들이 밖에서도 따라 했다

그는 "아이들은 재밌다고 '바람 풍'을 외치는데, 부모 입장에서는 뭔가 학습했다는 느낌을 받으신 듯하다다"며 "아이도 재밌어하고 공부도 되니 책을 사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마법주문을 외치고 다니던 '마천 세대'가 이제는 성인이 되어 출판사인 북이십일에 입사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은 이사는 "'마법천자문'을 어릴때 읽었던 친구가 팀에 있는데, 지금도 독자 관점에 서서 질문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마법천자문'의 탄생 배경에는 2003년 당시 신흥국이었던 중국의 부상이 있다.

은 이사는 이때 사내 태스크포스(TF)팀에 막내로 참여해 '마법천자문'을 기획했다.

그는 "중국이 한창 뜨기 시작하는 시점이었고, 한자에 대한 관심이 좀 높아지지 않을까 했다"며 "시장조사를 해보니 한자 교육책이라고 하면 여전히 급수 시험 중심이었다. 그래서 재밌게 한자를 배울 수 있는 학습만화를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1권 출간 전 스케치 원고를 회사 근처 문구점에서 복사하는데 문구점 사장님이 보더니 '우리 애 한자 공부시키기 좋겠다'고 했다"며 "개인적으로는 그때 '마법천자문'이 좀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시작한 '마법천자문'은 5권부터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은 이사는 "초등 아동 학습만화 시장에서 한자라는 새 분야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며 "이제는 어린이 학습만화 시장에서 다양한 지적재산(IP)이 나올 때마다 꼭 한자가 따라붙는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다만 한 권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한자 개수가 20개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학습효과가 적다는 지적도 여전히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은 이사는 "'마법천자문'은 한자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라며 "단 스무자 만이라도 정확히 알게 되고 흥미를 느낀다면 그다음 공부는 스스로 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마법천자문'은 전체 이야기의 6부 능선을 넘었다.

100권 완간이 목표로, 1년에 4∼5권씩 펴냈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100권의 목표는 어느 정도 정했어요. 선과 악이 서로 반목하기보다는 포용하든 통합하든 잘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가보자고요. 물론 쉬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마법천자문'은 항상 선악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꼭 누가 이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선과 악이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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