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맛과 색의 다채로운 비밀에 관하여…‘맛을 보다’

이상명 지음/ 지노 펴냄

#1. 빨강, 주황, 노랑, 초록, 연두, 파랑, 보라 등 색색의 사탕이 들어 있는 통에서 바나나맛 사탕을 고르라고 한다면 무슨 색 사탕을 고를까? 자두맛 사탕은 무슨 색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바나나맛은 노란색, 자두맛은 빨간색 사탕을 고를 것이고, 독자들 역시 이 말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테다.

#2. 싱싱하고 맛있는 음식이라도 곰팡이가 핀 듯한 색으로 칠해놓으면 기분이 나빠지거나 식욕이 없어지고, 급기야 마치 부패한 음식을 먹었을 때와 같은 증상을 겪기도 한다.

다시 #1로 돌아가보자. 우리는 왜 노란색을, 혹은 빨간색 사탕을 골랐을까? 주황색 사탕이 바나나맛일 수도, 보라색 사탕이 자두맛일 수도 있는데, 왜 당연한 듯이 그러한 선택을 하는 것일까? #2도 의문 투성이다. 색이 기분까지 좌우한다고?

실제로 빨강, 노랑, 초록 등 다양한 색상의 사탕을 주고 한 개만 선택하게 했을 때 색에 의해 선택한 경우가 맛에 의해 선택한 경우보다 많거나, 처음 접해보는 새로운 음식을 먹을 지 말 지 결정하는 데 판단요소로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이 음식물의 색채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색은 대체 음식의 맛에 어떻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걸까?

이 책은 이 같은 궁금증에 답을 준다. 음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색에 관한 얘기를 담고 있다.

지은이 이상명은 일본여자미술대학에서 색채이론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대학에서 색채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조형 심리와 색이름 연구의 권위자 오미 겐타로 지도교수의 영향으로, 석사 때부터 색이름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색과 관련된 일에는 뭐든 관심이 많고, 색을 통해 세상을 보고 그 속에서 삶의 이치와 즐거움을 찾는 방법을 연구하며 알리는 일에 진심이다. 그런 지은이의 진심이 이번에는 우리가 매일 눈으로, 입으로, 몸으로 섭취하는 음식의 맛과 색에 관한 얘기로 이어졌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에는 색이 있다. 음식에 있어 색은 시각적으로 음식을 아름답게 하기도 하고, 그 색소 자체가 효능과 효과를 갖기도 하며, 나아가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준다.

음식과 색의 관계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복합적이고 다양한 얘기를 품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맛을 느끼는 원리와 색이 보이는 원리부터, 우리가 음식을 통해 어떤 색경험을 하는지, 인류는 이를 어떻게 이용하고 발전시켜왔는지, 또 현재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까지 색과 음식, 인간에 관한 다채롭고 풍성한 얘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특히 책 속에 소개된 예시들은 우리 식생활 깊숙이 색이 관여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간혹 오랫동안 잘 팔리던 과자나 음료수의 포장이 바뀐 후 맛이 바뀌었다는 소비자들의 항의를 받았다는 얘기를 매스컴에서 듣는다. 이런 경우 해당 제조사에서는 제조법은 변경되지 않았고 따라서 맛은 그대로라고 아무리 해명해도 소비자들은 납득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빨간색의 과일 시럽은 무슨 맛이든 감기약 맛이 느겨진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빙그레에서 2018년 출시한 귤맛 우유도 비슷한 사례다."

"빵과 함께 먹으면 더욱 고소하고 부드러운 버터는 무슨 색일까? 아마 따뜻한 핫케이크 위에 얹힌 버터 조각, 앙버터빵 사이에 끼워진 버터 등을 떠올리며 많은 사람들이 연한 노란색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버터도 사실 착색을 한다(모든 버터가 그런 것은 아니다)."

당연하다고만 생각해왔던, 우리가 미처 몰랐던 맛에 대한 진정한 평가와 시각, 색에 대한 비밀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228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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