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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 간 집안에 아이 감금한 친부·고모 징역형 집유

"집 밖은 위험" 집안 창문 박스로 가려 햇빛·바람 차단
학교 못 가고, 아파도 제대로 된 치료 못 받아

대구법원·검찰청 일대 전경. 매일신문DB
대구법원·검찰청 일대 전경. 매일신문DB

집 밖은 위험하다는 망상 속에서 아이를 1년여 동안 사실상 집안에 감금한 50대 친부와 60대 고모 2명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대구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이상균)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친부 A(57) 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고모 B(63), C(60) 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 등은 2018년 11월초부터 2020년 4월 24일에 이르기까지 1년 6개월 동안 경산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 안에서 초등학교 입학 무렵의 아이를 생활하게 하고 일체 바깥 출입이나 외부 접촉을 못하게 강제했다.

집안의 모든 창문은 박스 등으로 가려 햇빛과 바람이 대부분 차단된 상태였고, 아이에게는 '누군가 자신들을 감시하고 해를 끼치려 한다'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얘기해 왜곡된 사고를 갖게 했다.

아이는 이 기간 이뤄진 초등학교 예비소집 및 입학 후 이뤄진 온라인 학교 수업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아울러 아이가 다리에 통증을 느껴도 피고인들은 스스로 개발했다는 '숯파스'만 붙여주거나, 치통이 있어도 물김치 국물을 입에 머금으라고만 하는 등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지 않았다.

이들은 외부에서 아동을 포함한 자신들을 감시하고 해를 끼치려 한다는 생각에 이런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나 이를 입증할 만한 수단은 전혀 없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갖고 있던 외부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범행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했다며 실형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집행유예와 함께 보호관찰 및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을 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A씨가 기본적 보호와 양육 등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하고 정서적 학대 행위를 한 것으로 범행 내용이나 방법, 범행의 기간,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아동의 발달에 미친 부정적 영향의 정도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집안에서 머무르면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아동에 대한 의·식·주 등을 챙기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아이의 친모가 선처를 탄원하며 향후 아이의 적절한 양육과 피고인들의 선도를 약속하는 점, 피고인들이 초범인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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