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출된 충돌' '정치적 이벤트''권력투쟁'…윤-한 갈등 다양한 해석

끈끈한 관계 속 무리한 기획…이준석 "약속대련 센 메시지"
정청래 "韓 돋보이기용 작전"…임종석 "韓 견디기 어려울 듯"
둘 줄 한명은 총선 전 타격감…핵심 지지층 결속 다질 수도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신년 덕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신년 덕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부터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찰떡호흡을 보여 온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자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주장은 '약속대련'설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 양측이 사전교감 하에 충돌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이상 남아 있어 이른바 '2인자'가 현직 대통령 권위에 도전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그동안 형성된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고려하면 무리가 많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두 사람의 충돌을 이렇게 봤다. 이 대표는 22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기본적으로 약속대련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며 "애초에 기획이라고 본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원래 약속대련일수록 메시지가 세다"면서 "태권도할 때 실제 대련이면 예고도 없이 상대방 머리 쪽으로 풀스윙 할 수 있겠느냐, '나는 머리 쪽으로 찰 테니 너는 막으라' 약속하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윤석열 부부와 한동훈의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국민 속이기'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면서 "한동훈 얼굴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면 다소 무리한 감이 없지 않으나 제2의 6·29선언 같은 '한동훈 돋보이기' 작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 일각에선 4월 총선 간판을 현직 대통령에서 한 비대위원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명분과 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양측이 충돌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 정부 국정지지율이 정체상태고 영부인 관련 구설도 숙지지 않고 있는 와중에 각종 여론조사에선 정권심판에 대한 여론이 상당하다"며 "현직 대통령이 아니라 여당 대표를 간판으로 총선을 치르기 위해선 파장이 큰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총선을 채 80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시도하기에는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충돌은 위험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현재의 갈등 양상이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윤 대통령이나 한 비대위원장 가운데 한 명에게는 정치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권력투쟁의 서막이라고 주장한다.

박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역대 보수 정권은 전략적인 속임수를 많이 썼기 때문에 어떤 음모가 아닌가 하고 봤는데 권력투쟁이 확실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임 전 실장도 "(한 위원장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우두머리의 밥그릇에 살짝 손을 얹었다가 그냥 한 대 맞은 느낌"이라며 "한 위원장이 결국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지지층 결집과 국면전환을 위한 정치 이벤트라는 추측도 나온다. 여권에 위기상황이 닥치면 대구경북을 비롯한 핵심지지층의 결속을 촉발할 수 있고 영부인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쏠린 여론의 시선을 잠시 다른 곳으로 돌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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