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진은숙, 아시아인 최초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 수상

작곡가 진은숙이 '클래식 음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을 수상했다. 아시아안이 이 상을 수상하는 것은 진 작곡가가 최초다.

독일 에른스트 폰 지멘스 재단과 바이에른 예술원은 25일(현지시각) 진은숙을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상금은 25만 유로(약 3억6천만원)이다.

에른스트 폰 지멘스 재단의 이름으로 바이에른 예술원이 수여하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은 클래식 음악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며, 노벨상이나 필즈상에 비유되기도 한다. 클래식 음악 작곡·지휘·기악·성악·음악학 분야를 통틀어 매해 단 1명을 선정해 시상하는데, 수상자 선정 기준은 인류 문화에 대한 기여도이다.

역대 수상자로는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 올리비에 메시앙,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랴얀, 레너드 번스타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다니엘 바렌보임,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알프레드 브렌델 등 기라성 같은 음악가들이 즐비하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진 작곡가는 "제2의 고향인 독일에서 이렇게 중요한 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면서 "전에 받았던 어떤 상보다 이 상을 받는 것을 더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진은숙은 함부르크 음대에서 거장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를 사사했다. 2004년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그라베마이어상을 받으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으며, 이후 2017년 비후리 시벨리우스 음악상, 2018년 마리 호세 크라비스 음악상, 2019년 바흐 음악상, 2021년 레오니 소닝 음악상 등 굵직한 상들을 휩쓸었다.

베를린 도이체 심포니 오케스트라 레지던스 작곡가(2001), 통영국제음악제 레지던스 작곡가(2005),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작곡가(2006),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예술감독(2010)을 맡았으며, 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그의 작품을 위촉 및 연주하기도 했다. 2022년부터는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말 베를린 필하모닉에서는 과거 17년간 녹음한 진은숙의 관현악곡과 협주곡을 모아 '베를린필 진은숙 에디션' 음반 세트를 발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