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In] 법조인 국회의원 너무 많다…전문성 보다는 정당 이념 싸움 선봉에 나서

◆21대 국회 법조인 출신 46명, 단일직군 중에서 가장 많아
◆미국·독일 변호사 비율 높지만 영국·프랑스·일본은 비율 낮아
◆법조인들이 전문성 강화보다 이념 대결에 나서는 경우 많아

국회가 법조인 출신이 여타 직업군에 비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 가결이 선포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회가 법조인 출신이 여타 직업군에 비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 가결이 선포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현재, 검사 출신 출마자들이 많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야를 합쳐 총선 출마 선언 또는 준비 중인 전·현직 검사만 최소 45명에 달한다고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최소 31명의 전·현직 검사가 나섰고, 더불어민주당과 제3지대 등 야권에서도 최소 14명이 준비를 하고 있다.

판사와 변호사 출신까지 합치면 법조계 출신은 더욱 많아진다. 예비후보 중 판사·검사 이력이 없는 변호사 98명(국민의힘 49명·민주당 49명)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국회와 주요국 의원의 직업적 배경 비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법조인과 비법조인 출신 의원 간 입법 활동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특정 직업집단이 의회에서 과대 대표되는 것은 대표의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법조인이 얼마나 많나

의회는 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대표기관이다. 다양한 사회적 집단으로 구성될수록 대표성이 높아진다. 성별·인종·나이·출신직업 등이 다양하면 의정 활동도 다양한 방향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 경쟁력이 약한 여성이나 청년 등 사회적 소수자 집단에 대해 할당제를 시행하는 이유도 이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고학력 전문직이 의원의 다수를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인이 의원으로 충원되는 비율이 높다. 법률전문가인 덕분에 입법 전문성이 다른 직업에 비해 뛰어나고, 출마를 해도 경력 단절에 따른 피해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21대(2020~2024년) 국회에서 의원 300명 중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계가 46명(15.3%)이었다. 21대 총선에 출마한 법조계 출신 후보는 117명이었다. 당선율이 39.3%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20대 국회의 경우 의원 300명 중 법조계가 49명(16.3%)이었다.

21대 국회의 의원 직업을 살펴보면 정당인 64명(21.3%), 법조계 46명(15.3%), 관계(공무원) 43명(14.3%) 등의 순이었다. 이어 지방선출직(지방의원·단체장) 39명(13%), 사회단체(시민사회·노동조합) 37명(12.3%), 언론계 26명(8.7%), 재계 18명(6%), 교육계 15명(5%) 등이 뒤따랐다.

정당인은 정당 사무처나 의원 보좌진 등이 포함되는 탓에 단일직군이라기보다는 포괄적인 직업범주다. 단일 전문직군 중에서는 법조계가 가장 많은 게 통계로 확인된다.

미국 의회는 30%가량이 변호사 출신이다. 과거에 비해 변호사 출신이 줄어들고, 선출직 공직자와 공무원 출신이 의원이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하원의원과 서기들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실시된 6차 하원의장 선출 투표 결과를 집계하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의회는 30%가량이 변호사 출신이다. 과거에 비해 변호사 출신이 줄어들고, 선출직 공직자와 공무원 출신이 의원이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하원의원과 서기들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실시된 6차 하원의장 선출 투표 결과를 집계하는 모습. 연합뉴스

◆영국·프랑스·일본 변호사 출신 비율 낮아

주요국 의회의 변호사 출신 의원 비율을 보면 미국과 독일이 높았고, 영국·프랑스·일본은 낮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118대 연방의회(2023~2024년) 하원의원은 435명이다. 로스쿨 졸업 후 법무 경험을 가진 하원의원은 130명(30%)이고, 판사 및 검사 출신 의원은 41명(9.4%)이었다.

중복합산된 비율이지만 하원의원 중 219명(50.3%)은 주 의원 또는 지방의원 출신이었다. 미국 의회에선 전통적으로 법조인 출신이 압도적이지만 19세기 중반 80%에서 1960년대 60%, 현재는 40% 내외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영국은 2019년 총선에서 하원의원 650명이 당선됐다. 이중 지방의원 및 선출직이 289명(44.5%)으로 압도적이었다. 기업계 112명(17.2%), 정치·사회·정책연구원 58명(8.9%), 변호사 출신 47명(7.2%), 교육계 및 언론계 15명(2.3%) 순이었다.

영국은 법조계 출신 하원의원은 감소 추세이고, 지방의원 등 정치인 출신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치가 전문직화돼 가는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는 제16대 국민의회(2022~2027년) 의원은 577명이다. 이중 기업 임원 출신이 122명(21.1%)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제15대 의회(2017~2022년) 기업 임원 출신 의원 97명(16.8%)보다 25명이나 늘어났다. 이는 마크롱 대통령이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를 후보자로 대거 공천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어 교육계 55명(9.5%), CEO 출신 36명(6.2%), 약사·의사 등 전문직 출신 31명(5.4%)이었다. 변호사 출신 의원은 28명(4.8%) 순이었다.

독일은 제20대(2021~2025년) 연방하원 선거에서 하원의원 736명이 당선됐다. '인문학 및 자연과학적 배경' 출신 303명(41.2%)이었다. 다양한 직업을 포함하는 범주이지만 직업이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았다. 변호사 출신은 168명(22.8%), 교육계 43명(5.8%), 의약계 21명(2.9%) 순이었다.

일본은 2021년 10월 중의원 총선 결과 465명이 당선됐다.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157명(33.8%), 의원 보좌진 출신 74명(15.9%), 국가·지방 공무원 출신 72명(15.5%)이었다. 중의원의 직업적 배경이 1~3위까지 모두 '공직자' 출신이었다.

이어 일반 직장인 39명(8.4%), 정당인 19명(4%), 언론인 18명(3.9%) 순이었다. 변호사 출신은 고작 14명(3%)이었다. 주요 5개국 의원 중에서 가장 낮은 비율이었다.

법조계 출신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차지하면서 이해관계 법률들이 법사위를 통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 출신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차지하면서 이해관계 법률들이 법사위를 통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다양한 사회집단에서 정치인 충원해야

우리나라 국회뿐만 아니라 미국·영국·일본 국회에서도 선출직이나 공무원 출신 의원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법조계 출신 의원 비율이 감소하는 대신 공무원이나 선출직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정치의 영역'이 전문적인 영역으로 인정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변호사 출신 의원이 미국(30%)과 일본(3%)처럼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두 국가의 정치인 충원 시스템이나 법조인과 국회의원의 사회적 위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국가별로 전문직으로서 변호사의 위상도, 후보자 공천 시스템도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정치인 집안 출신 '세습의원'이 강한 인재풀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법조인 출신 의원과 비법조인 출신 의원이 입법 활동에서 얼마나 다를까? 미국 연방의회 연구에 따르면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사법 관련 입법 활동에 관심을 보인다. 법조인에게 불리하거나 규제와 관련된 입법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경우 법조계 출신이 많은 탓에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법조계 출신들이 전문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양대 정당의 이념적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주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국민의힘은 검찰에서 법조인을 충원하면서 21대 국회에서 이런 양상이 심화됐다.

또 변호사 집단의 이해관계와 상반되는 내용의 법안(변리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자격사간 이해 갈등 법안)은 법조인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법사위가 국민의 이익이 아닌 변호사의 이익을 수호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따라서 국회가 다양한 사회집단들이 국회에서 대표가 될 수 있도록 각 정당이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부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