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인4쌤의 리얼스쿨] 정말로 사랑한다면, 지금은 과잉 사랑을 멈출 때

처벌이 배제된 사회… 위협 받는 교육 주체로서의 '부모'
넓게 자랄 아이를 위해, 부모가 넓은 어항이 돼야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몇 해 전 이사 오면서 장만한 행복나무가 있다. 남편은 매주 한 번씩 행복나무에 물을 주면서 몇 년간 정성껏 돌봤다. 그런데 이번 겨울 행복나무의 상태가 나빠졌다. 물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썩어들어가는 행복나무를 살리기 위해서 남편은 영양제를 투입했다. 행복나무를 살리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행복나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던 남편이 해법을 찾은 듯 말했다.

"앞으로 한 달간 물을 주지 않을 거야. 검색해 보니까 행복나무에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죽는대. 그것도 모르고 영양제까지 줬으니 줄기까지 축축해졌던 것 같아."

남편의 말을 듣고 나자, 행복나무뿐만 아니라 자식 농사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넘치게 준 물과 영양분이 자녀에 대한 사랑이라면, 과용된 사랑이 자녀를 망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왕이 된 자녀, 신하가 된 부모

책 '왕이 된 싸가지 자녀'(이병준 지음)엔 "현대사회는 보상에만 치우쳐 있고 처벌을 배제하고 있다. 물론 어떤 이유로도 가정폭력과 학대는 정당화될 수 없다. 다만 그 점을 너무 강조하려다 부모의 처벌권까지 박탈한 것은 '목욕물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렸다'는 서양 속담과 같고,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웠다'라는 우리 속담과 같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고 부모가 일방적으로 자녀를 처벌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유대인의 경우, 자녀에 대해 훈육을 위한 처벌을 허용한다. 물론 훈육을 위한 처벌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엄격한 가정교육으로 유명한 유대인 부모들은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매일 반복하는 베갯머리 독서, 아침밥 거르지 않기 등 사소한 일상의 규칙을 반복해서 지켜나간다. 이러한 사소한 습관들이 아이들의 품성을 만들어가고 인생관을 형성시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의 말에 무조건 맞장구치는 것이 아니라,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부모가 돼야 한다.

◆교육의 주체는 '부모'

프랑스의 자녀 교육법 중에 '아땅(Attends)'교육이 있다.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때,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에게 '아땅'을 외친다. "안 돼!", "자리에 앉아!" 등의 다양한 표현을 사용하는데, 부모의 외침을 들은 아이들은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부모의 통제로 아이가 좌절감을 겪지 않을지 걱정하기보다 자제력을 기르지 못한 아이가 나중에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더욱 걱정하는 것이다.

아이를 평생 자신의 품 안에서 끌어안고 살고 싶어하는 부모는 없다. 자기조절력을 기른 아이가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가정이라는 테두리에 있는 아이를 야생마처럼 날뛰게 둬서는 안 된다. 가정을 벗어나 학교와 사회라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올바른 원칙을 세워 다듬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자라나 가정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가서 규칙과 질서를 지키며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의 주도권이라는 고삐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부모

나 또한 부모가 되고서야 자녀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깨달았다. 나를 포함한 모든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까지 잘해오셨고 너무 수고가 많으시다고. 앞으로도 잘하실 수 있다고 토닥이면서 위로해 드리고 싶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없는 부모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없는 부모에게서도 문제 있는 자식이 있을 수가 있다. 하지만 부모이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부모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평생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일본에 '코이'라는 물고기는 자라는 환경에 따라서 몸집이 달라진다. 작은 어항에서 자란 코이는 손가락 크기 정도로 자라지만, 넓은 강에서 자란 코이는 1미터가 넘을 정도로 크게 자란다. 부모를 보면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가치관은 어항이나 강과 같은 환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부모의 가치관이 올바르게 형성돼 있어야 한다. 내 아이 하나만 생각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랑과 아이의 공부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협소한 생각은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잘해 왔지만, 아이를 더욱 잘 성장시키고자 부모로서 평생 배우면서 실천하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한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라난 아이들은 부모를 자신의 우상이자 왕으로 여기면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부모에게 고민을 토로할 수 있을 것이다.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을 기억하면서 아이들에게 주기는 하는 사랑보다 부모 자신의 성장을 위한 시간과 노력을 만들어가길 응원한다.

교실전달자 초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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