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찰나의 순간 역사적 기록] <9> 식량증산② 1964년 김천 경지정리

전국 농경지 정리사업 출발지…끼니 걱정 덜어준 '반듯해진 땅'
2모작지 3배↑ 쌀·보리 증수 가능해져
박정희 대통령 7개년 계획 포함돼 확산

1964년 6월 5일 바둑판 처럼 농경지가 정리된 금릉군(현 김천시) 농소면 신촌리 신촌평야.
1964년 6월 5일 바둑판 처럼 농경지가 정리된 금릉군(현 김천시) 농소면 신촌리 신촌평야. '약진경북' 계획에 따른 도내 경지정리 사업 완공 제1호다. 당시 매일신문 취재용 경비행기(L-16)에서 촬영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64년 6월 5일 농경지가 정리된 금릉군(현 김천시) 농소면 신촌리 신촌평야에서 농민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1964년 6월 5일 농경지가 정리된 금릉군(현 김천시) 농소면 신촌리 신촌평야에서 농민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약진경북' 계획에 따른 도내 경지정리 사업 완공 제1호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기상(機上)에서 내려다 본 지상은 흡사 바둑판 같기도하고, 선 굵은 남자의 샤쓰(남방)무늬 같기도하다…." 1964년 6월 5일, 마침내 금릉군(현 김천시) 농소면 신촌평야 경지정리 사업이 준공을 봤습니다. 착공(3월 31일) 2개월 여만의 성과. '약진경북'계획에 따른 경지정리 사업 완공 제1호였습니다.

면적은 83정보 5반(약 25만 평). 군비 44만 4천원, 몽리민(蒙利民·지주) 노력 부담 95만 9천원이 투입됐습니다. 굴곡진 농토는 네모반듯해지고 종횡으로 5.4km에 수로와 농로가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2모작지가 3배 늘어, 쌀과 보리 등 1천1백42섬을 더 증수하게 됐습니다.(1964년 6월 7일자 매일신문)

1964년 6월 경지정리 전 금릉군 아포면(현 김천시 아포읍) 봉산리, 의리 일대 굴곡진 농경지. 감천이 수시로 범람해 농사를 망치곤 했던 상습 침수지였다. 사진 아래 신작로는 현재의 아포대로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64년 6월 경지정리 전 금릉군 아포면(현 김천시 아포읍) 봉산리, 의리 일대 굴곡진 농경지. 감천이 수시로 범람해 농사를 망치곤 했던 상습 침수지였다. 사진 아래 신작로는 현재의 아포대로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식량증산을 위한 경지정리는 다단계식 개간보다 더 절실했습니다. 시·군·읍·면별 1개소씩 도내 247개 지구에서 일제히 깃발을 올렸습니다. 우선 대상은 1모작 저습지. 측량과 설계가 끝나면 몽리민이 직접 팔을 걷었습니다. 힘이 부치는 작업은 군 부대의 불도저, 토운차(土運車)가 맡았습니다.

왜관 삼청리(6월 17일), 울진 호명리(6월 20일), 점촌 공평리(7월 29일), 금릉(김천) 어모면 중왕리(8월 8일) 등에서 준공 소식이 잇따랐습니다. 1964년 첫 해, 목표량(5천7백정보)을 넘어 5천8백6정보가 반듯하게 정리됐습니다. 특히 55% 이상이 2모작지로 전환돼 5만989톤의 식량을 더 증산하게 됐습니다.(1965년 2월 12일자)

1965년 2월 12일 박정희 대통령이 경지정리 현장 시찰 차 열차편으로 김천역에 도착해 김인 경북지사와 함께 역 플랫폼을 걸어 나오고 있다. 사진= 매일아카이빙센터
1965년 2월 12일 박정희 대통령이 경지정리 현장 시찰 차 열차편으로 김천역에 도착해 김인 경북지사와 함께 역 플랫폼을 걸어 나오고 있다. 사진= 매일아카이빙센터
1965년 2월 12일 박정희 대통령 일행이 경지정리 현장 시찰차 김천 시청을 방문하자 환영 나온 주민들이 시청 정문 앞에 가득 모여있다. 사진= 매일아카이빙센터
1965년 2월 12일 박정희 대통령 일행이 경지정리 현장 시찰차 김천 시청을 방문하자 환영 나온 주민들이 시청 정문 앞에 가득 모여있다. 사진= 매일아카이빙센터
1965년 2월 12일 김천 시청에서 김인 경북지사가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한 전국 지방장관(도지사), 취재진에게 경지정리 현황 등
1965년 2월 12일 김천 시청에서 김인 경북지사가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한 전국 지방장관(도지사), 취재진에게 경지정리 현황 등 '약진경북' 계획을 브리핑 하고있다. 사진= 매일아카이빙센터
1965년 2월 12일 김무연 금릉(현 김천시)군수가 조마면 신안리 경지정리 현장에서 시찰 나온 박정희 대통령 일행에게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있다. 사진= 매일아카이빙센터
1965년 2월 12일 김무연 금릉(현 김천시)군수가 조마면 신안리 경지정리 현장에서 시찰 나온 박정희 대통령 일행에게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있다. 사진= 매일아카이빙센터
1965년 2월 12일 금릉(현 김천시)군 조마면 신안리 경지정리 현장에 시찰 나온 박정희(가운데) 대통령, 정일권(왼쪽) 총리, 김인(오른쪽) 경북지사. 사진= 매일아카이빙센터
1965년 2월 12일 금릉(현 김천시)군 조마면 신안리 경지정리 현장에 시찰 나온 박정희(가운데) 대통령, 정일권(왼쪽) 총리, 김인(오른쪽) 경북지사. 사진= 매일아카이빙센터
1965년 2월 12일 금릉군(현 김천시) 조마면 경지정리 시찰 현장에서 김인 경북지사가 저습지의 앙상한 벼뿌리와 경지정리 후 자란 두툼한 벼뿌리를 보이며
1965년 2월 12일 금릉군(현 김천시) 조마면 경지정리 시찰 현장에서 김인 경북지사가 저습지의 앙상한 벼뿌리와 경지정리 후 자란 두툼한 벼뿌리를 보이며 "벼도 물을 마시고 싶을 때 마셔야지 노상(매일) 물에 담궈두면 잘 크지않습니다" 고 하자 박 대통령 일행이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 매일아카이빙센터
1965년 2월 12일 금릉(현 김천시)군 조마면 신안리 주민들이 경지정리 현장에 시찰 나온 박정희 대통령 일행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매일아카이빙센터
1965년 2월 12일 금릉(현 김천시)군 조마면 신안리 주민들이 경지정리 현장에 시찰 나온 박정희 대통령 일행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매일아카이빙센터

눈이 휘둥그레진 박정희 대통령은 1965년 경북도를 '경지정리 시범도'로 정하고, 그해 2월 전국 지방장관(도지사)을 김천으로 싹 불러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시찰 현장엔 저습지 물구덩이서 자란 앙상한 벼뿌리와 경지정리 후 자란 두툼한 벼뿌리가 놓였습니다. "벼도 물을 마시고 싶을 때 마셔야지 노상(매일) 물에 담궈두면 잘 크지않습니다" 김인 경북지사가 이렇게 너스레를 떨자 시종 말이 없던 박 대통령은 그제서야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1965년 2월 16일자)

다음날, 경북 도청에서 열린 지방장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이렇게 훈시했습니다. "금년에 중점으로 추진해야 할 일 한가지는 경지정리 사업. 경북의 예를 본보기로 전국적으로 전개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경지정리 사업은 그해 식량증산 7개년 계획에 올라타고 삽시간에 전국으로 번졌습니다.

1964년 농소면 신촌리 신촌평야(위)의 2024년 현재 모습(아래). 경부고속도로(1970년 완공) 사이로 시설하우스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64년 농소면 신촌리 신촌평야(위)의 2024년 현재 모습(아래). 경부고속도로(1970년 완공) 사이로 시설하우스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64년 농소면 신촌리 신촌평야(위)의 2024년 현재 모습(아래). 경부고속도로와 동김천 IC 사이로 시설하우스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64년 농소면 신촌리 신촌평야(위)의 2024년 현재 모습(아래). 경부고속도로와 동김천 IC 사이로 시설하우스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64년 아포읍 봉산리,의리 일대 농경지(왼쪽)의 2024년 현재 모습(오른쪽). 맨 아래 아포대로 옆으로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64년 아포읍 봉산리,의리 일대 농경지(왼쪽)의 2024년 현재 모습(오른쪽). 맨 아래 아포대로 옆으로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60년 만에 다시 찾은 김천 들녘. 선 굵은 남자의 샤쓰 같은 들판은 여전한데 고속도로 사이로 시설하우스가 꽉 들어찼습니다.

"그때 배고픈 고통을 지금 사람들은 몰라요" "그 흔한 쑥도 씨가 말라 쑥 뜯으러 20리길을 댕겨 온 적도 있어요." "경지정리 하고나서, 통일벼 심고부터 끼니 걱정을 면했어요…." 평생 고향 농토를 지켜 온 아포읍 제석1리 김정수(90),김태문(75)씨. 옛 사진을 내 밀자 맨입으로 보릿고개를 넘던 한 많은 세월을 줄줄 토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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