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중국의 거짓말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6·25전쟁에 개입한 중공은 1954년 4월 미국이 1952년 1월 말부터 비밀리에 세균전을 펴 왔다고 주장했다. 감염된 파리, 모기, 거미, 개미, 빈데, 이, 벼룩, 잠자리, 지네 등을 살포해 온갖 전염병을 퍼뜨렸다는 것이다. 만주가 주 표적이었지만 남쪽의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가 표적이 된 적도 있었다고 했다.

1952년 2월 처음 나온 이런 주장은 생포된 미군 조종사가 중공 주장대로 자백하고 영국의 유명한 생화학자인 조지프 니덤이 현지 조사 후 펴낸 '한국과 중국에서의 세균전에 관한 국제과학위원회의 사실 조사 보고서'(일병 '니덤 보고서')에서 중공의 주장에 손을 들어 주면서 사실인 것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니덤이 증거라고 수집한 것은 병에 걸린 들쥐 한 마리가 고작이었다. 무엇보다 혹한에는 감염된 벌레를 살포해도 바로 얼어 죽어 질병이 퍼질 수가 없다는 점에서 중공의 주장은 난센스였다.

6·25전쟁 후 중국에서 나온 증언도 중공의 주장을 부인한다. 6·25전쟁에 참여한 중공군 의무 책임자였던 우즈리(吳之里)는 2013년에 공개된 회고록에서 미국이 세균전을 벌였다는 주장은 '가짜 정보'였다고 고백했다. 또 6·25전쟁 때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이었던 황커청(黃克誠)도 1986년 사망 전 우즈리와 대화에서 "미 제국주의자들은 조선에서 세균전을 벌이지 않았다. 이제 양국(미·중) 관계가 나쁘지 않으니 그 문제에 관해 계속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소련은 이미 이를 알고 있었다. 정보기관의 보고를 바탕으로 소련 공산당 중앙위는 1953년 5월 2일 비밀 결의서를 채택해 마오쩌둥(毛澤東)에게 보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소련 정부와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잘못 알았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세균전 무기를 사용했다는 보도는 명백히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것이다."

중국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가 '가짜 정보'를 다시 우려먹고 있다. 21일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微信) 공식 계정에서 "1951년 적은 조선의 전쟁터와 중국 동북 지역에서 세균전을 진행했다"며 중국 공산당의 지하조직인 '은폐 전선'이 "적의 세균전 실시 음모를 제때 파악해 신화통신을 통해 알려지게 했고, 국제사회에 적의 잔혹한 행위를 폭로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말 그대로 새빨간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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