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평행이론]<7> 탈권위 아이콘, 바보 노무현 VS X-세대 한동훈

폭발적 매력, 스타일 극명 ‘흑수저’와 ‘금수저’로 대비
“전혀 꼰대 스타일 아냐”, 서민적 모습 VS 강강약약
노무현 마지막 선택 못내 슬퍼 VS 황태자 왕이 될까?

역사에는 제법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 우연 같은 필연의 '아틀라스 클라우드'(리안 감독의 영화, 불교의 윤회사상 기반)
역사에는 제법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 우연 같은 필연의 '아틀라스 클라우드'(리안 감독의 영화, 불교의 윤회사상 기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법무무장관 시절 동대구에서 한 아이와 사진을 찍는 모습. 출처=디씨인사이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법무무장관 시절 동대구에서 한 아이와 사진을 찍는 모습. 출처=디씨인사이드

2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존칭 생략)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들에게 신선하게 비춰지면서 한방에 '국민 정치인'(대중 지지도 1위) 반열에 올랐으며, 세대는 달리 하지만 '탈권위의 아이콘'같은 탄산정치를 선사한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물론 다른 측면도 있다. 노무현은 파란만장한 정치인의 삶의 정점인 대통령까지 올랐으며, 한동훈은 아직 '정치 새싹'으로 현재 진행형에 있다. 가치관도 스타일도 완전히 다르지만 자신만의 매력으로 '우리편 국민'(노란 시민 VS 동료 시민)에게 열광적으로 사랑받는 정치인이라는 유사점도 갖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14주기 추도식 기념 때 작품. 출처=디지털 아트
노무현 전 대통령 14주기 추도식 기념 때 작품. 출처=디지털 아트

◆폭발적 매력, '흑수저' 노무현 VS '금수저' 한동훈

23년 전, 당 대선 경선에서 노무현의 등장은 국민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상고를 졸업한 후 지금의 아내(권양숙 여사)와 결혼했고, 당시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200명 안팎 선발)에 당당히 합격했다. 이후 판사를 하다 때려치우고, 변호사로 돈을 좀 벌었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이후 소신 행보(꼬마 민주당행, 전두환 전 대통령에 명패 던지기, 험지 출마 등)로 늘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언론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때가 이르매,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뒤를 잇는 진보의 두 번째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노무현의 탈권위적 모습은 파격 그 자체(평검사와의 대화 등)로 늘 새로움을 안겨줬다. 하지만 대통령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고향에서 편안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스스로 운명을 달리한 점은 국민들에게 큰 슬픔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그리움으로 변해 남아있다.

이에 반해 한동훈은 금수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춘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서울 강남 8학군 출신(대치동 현대고 졸업)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재벌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로 이 나라의 굵직한 사건을 도맡은 엘리트 검사로 활약했다. 진보 세 번째 대통령(문재인 정권) 시절에 삐딱선을 제대로 탔다. 윤석열 현 대통령(당시 검찰총장)과 함께 살아있는 권력에 제대로 맞섰다. 조직 내에서 4번의 좌천을 겪을 정도로 핍박을 받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윤석열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금 한동훈은 윤 정권의 황태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노무현처럼 대통령이 자리까지 오를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현재까지는 무난하게 데뷔해, 집권여당을 잘 이끌고 있다. 4월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150석) 이상을 얻어, 윤석열 정부의 남은 임기에 큰 힘이 되어준다면 그 어떤 정치인보다 VVIP(다음 대통령)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평검사와의 대화 때 모습. 출처=당시 청와대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평검사와의 대화 때 모습. 출처=당시 청와대 제공

◆'탈권위의 아이콘', 전혀 꼰대 아니야!

노무현과 한동훈이 본격적 정치 등판과 함께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은 전혀 꼰대(노인, 기성세대, 선생을 뜻하는 은어이자 멸칭, 주로 권위에 기대는 스타일)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바보 노무현은 사람 그 자체가 서민적이고, 솔직한 스타일이라 시쳇말로 화끈한 경상도 스타일이다.

"됐나? 됐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 "대통령 못해먹겠네!", "장인이 좌익 활동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제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 등 정제된 표현은 아니지만 국민들에게 팍팍 와닿는 어록들이 정치 명언으로 남아있다.

더불어 노무현은 시장에서 국밥 한 그릇을 먹어도 리얼리티(현장감)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무리 연출을 해도, 노무현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였다. 어린이집 등 시설에서 아이를 안는 장면에서도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인간미 그 자체를 발산하며, 특유의 따뜻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는 '노무현만의 휴머니티'로 불릴 만할 정도였다.

시각장애인 김예지 국회의원(현 당 비대위원)을 늘 배려하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시각장애인 김예지 국회의원(현 당 비대위원)을 늘 배려하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한동훈 역시 꼰대와는 정반대 스타일이다.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X-세대의 선두주자답게 세련되고 합리적·실용적이다. 특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인데다 순발력까지 겸비한 정확한 언어구사력에 많은 국민들이 탄복할 정도다.

더불어민주당 170명 안팎의 국회의원이 한동훈 1명을 감당못할 정도라는 걸, 여야 대치 속에 곳곳에서 선명하게 보여줬다. 게다가 한동훈은 연설문을 누구에게 맡기지도 않고, 직접 작성하거나 현장에서 바로 해결한다고 한다.

'강강약약'(강자한테 강하고, 약자한테 약해)도 한동훈의 휴머니티 매력이다.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을 배려하는 모습("법무부장관 한동훈 나와 있습니다.")이나 법무무장관 시절 동대구역에서 KTX 기차시간을 3시간이나 늦춰가면서 대국민 서비스(사인과 사진 찍어주기 등)를 한 모습은 약간의 감동섞인 친절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한가지 유일한 약점이 '부분 가발이냐? 아니냐?'는 논란이라고 하니, 그만큼 완벽에 가까운 세련된 유형의 정치인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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