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떡볶이 배불리 먹어보는 게 소원"…가진 건 이름밖에 없는 아이

7살 때 불법체류자 아버지 추방당해 생이별…시련 시작돼
운동 소질있지만 신분상 선수 등록 안돼…법적 체류하려면 범칙금 내야
생활비 벌던 어머니마저 건강 악화…치료비 아끼려 묵묵히 고통 참아

지난 1일 어머니 아니카(가명·40) 씨가 다리 통증을 호소하자 김주호(가명·13) 군이 어머니 다리를 주무르고 있다. 박성현 기자
지난 1일 어머니 아니카(가명·40) 씨가 다리 통증을 호소하자 김주호(가명·13) 군이 어머니 다리를 주무르고 있다. 박성현 기자

방과 후 학교 인근 분식집에는 허기를 달래려는 아이들이 몰렸다. 새빨간 양념이 잔뜩 밴 떡볶이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가 접시에 오르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직 양이 부족했던 아이들은 미니 돈까스를 집어 들어 입안으로 욱여넣었다.

멍하니 지켜보던 주호(가명·13)는 침을 꼴깍 삼키곤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호는 초등학생 때 종종 어머니와 들렀던 분식집을 떠올렸다. 언젠가 다시 그곳에서 떡볶이를, 작고 귀여운 모양의 돈까스를 배 터지게 먹을 작정이었는데…. 이젠 언제 그곳을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일찍 찾아온 시련…연락 끊긴 아버지

주호는 2010년 4월 경기도 성남의 한 병원에서 미숙아로 태어났다. 8개월 반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주호는 다른 아이들보다 오래 병원에 머물렀고, 자연스레 많은 치료비가 들었다. 주호의 부모 모두 인도 출신 미등록외국인(불법체류자)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행히 당시 주호 가족에겐 치료비를 부담할 여유가 있었다. 15살 때 한국으로 와 농촌에서 일을 했던 어머니 아니카(가명·40) 씨와 3살 연상의 아버지가 주호 군의 출산에 대비해 차곡차곡 돈을 모아둔 덕분이었다.

여느 아이들처럼 커가던 주호에게 시련은 일찍, 그리고 낯설게 찾아왔다. 주호 군이 7살이 됐을 무렵 동료 직원들이 아버지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했고, 아버지는 결국 인도로 추방당했다. 그때 헤어진 아버지와는 지금까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어머니 아니카 씨마저 추방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이들은 살던 곳을 떠나야했다. 당시 대구에 있던 지인이 한 교회의 목사를 소개해주며 일자리와 잠시 머물 공간을 마련해줬다. 대구에서 아니카 씨는 일을 시작했고, 주호 군도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주호는 자신이 다른 친구들과 이질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친구들과 똑같이 한국에서 나고 자랐는데, 그들과 달리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미등록 외국인 자녀인 주호에겐 '김주호' 이름 석 자 외에 공적인 서류에 남아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특히 주변의 시선은 주호를 더 위축되게 만들었다. 생전 인도를 가본 적도, 인도 문화가 어떤지도 잘 모르지만 남들과 조금 다르게 보인다는 이유로 친구들의 갖은 놀림거리가 됐다. 지금은 기억 뒤편으로 사라진 것들이지만 그때의 받은 상처는 아직 마음속에 남아있다.

아버지의 부재도 주호의 어깨를 더욱 움츠리게 한다. 주말만 되면 아버지와 같이 운동을 하거나, 놀이공원을 가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친구가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았다며 자랑을 하는 날에는 괜히 아버지와 함께 떡볶이를 먹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 어머니 아프자 수입 '뚝'…일상생활도 힘겨워

열악한 환경에서도 주호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이름을 더 빛나게 만들려 애썼다. 자신을 돌보려 밤낮을 고생하는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마냥 의기소침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에 소질이 있는 주호는 금세 친구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초등학생 때 학교를 대표해 육상 선수로 뛰기도 했던 주호는 중학교 진학 후에는 하키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학교에서 또래 중에는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실력도 출중하다. 리더십도 뛰어나 초등학교에서는 전교 부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호의 미등록 신분이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하키부원으로 정식 경기를 뛰려면 선수 등록을 해야 하는데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주호는 선수 등록이 불가능하다.

법적으로 한국에서 체류할 자격을 얻으려면 어머니 아니카 씨가 불법체류에 대한 범칙금(최대 3천만원)의 30%인 900만원을 내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다.

주호네는 범칙금은커녕 일상생활을 이어가기도 힘든 상황이다. 지금까지 아니카 씨가 농사 일과 여러 공장을 전전하며 일용직으로 생활비를 벌어왔지만, 넉 달 전부터 무릎과 발목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일을 나가지 못하고있다. 일주일에 닷새를 일해도 거뜬했던 몸이 지금은 하루이틀만 일해도 퉁퉁 부어 제대로 앉아있기도 어렵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려면 병원에 가야 하지만 치료비가 부담스러워 그냥 묵묵히 고통을 참고 있다. 통증이 너무 심할 때는 주호가 어머니의 무릎과 발목을 주무르는 것이 유일한 진통제다.

아니카 씨의 수입이 줄면서 주호는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이야기도 꺼내지 못하게 됐다. 한창 식욕이 왕성할 시기이지만 작은 욕심이 생활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다. 친구들이 사용하는 '아동급식카드' 역시 주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최근에는 살고 있는 집의 월세도 보증금에서 깎이고 있어 조만간 더 춥고 비좁은 집으로 옮겨야 할지도 모른다.

냉기와 곰팡이가 가득한 반지하 방 한켠에서 주호가 아니카 씨의 다리를 주물렀다. 조금만 움직이면 붓는 어머니의 다리처럼 무엇이든 하려고 나서면 꼭 누군가 방해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모든 것이 다 주제넘는 일이었을까. 당장 일용직이라도 구해야 하는 걸까. 주호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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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홀로 키우며 자궁암에 뇌하수체 종양 앓는 천주혜 씨에게 2,442만원 성금

남편과 이혼한 이후 두 아들 홀로 키우다 자궁암에 뇌하수체 종양 수술까지 받은 천주혜 씨(매일신문 2월 27일 10면 보도)에게 63개 단체, 150명의 독자가 2천442만3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대구은행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다우약품 50만원 ▷세무법인송정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이일우)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느티나무한약국 5만원 ▷다빈치커피대명마루점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김기욱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채성기약국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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