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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편가르기?…포항 수성사격장 재개 열흘만에 훈련 중단 위기

민관군협의체 구성 전 일부 주민조직 배제…18일부터 항의 시위 예정

포항 수성사격장 내 미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2022년 5월 2일 서울 국방부 앞에서 상경 집회를 열고 있다. 매일신문DB
포항 수성사격장 내 미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2022년 5월 2일 서울 국방부 앞에서 상경 집회를 열고 있다. 매일신문DB

수년 간의 분쟁 끝에 겨우 정상 훈련이 재개됐던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매일신문 1월 30일 보도 등)이 고작 10여일만에 다시 훈련 중단 위기에 처했다.

포항 수성사격장 인근 주민들은 오는 18일 오전 8시쯤 수성사격장 앞에 모여 자주포 진입을 저지하며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국방부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사전 약속했던 주민 소통에서 일부 주민들을 배제하며 오히려 민·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2020년 11월 11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 주 출입로에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농기계들이 길을 모두 막고 있다. 매일신문DB
2020년 11월 11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 주 출입로에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농기계들이 길을 모두 막고 있다. 매일신문DB

1965년 지어진 수성사격장은 약 1천200만㎡ 규모의 해병대 종합사격장이다. 지금까지 별 문제없이 운영돼 오다 지난 2019년 경기도 포천에서 시행하던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이 사전 통보없이 수성사격장으로 옮겨오며 갈등이 불거졌다.

주민들은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성사격장을 트랙터 등으로 봉쇄하며 항의 시위를 이어갔으며, 국방부는 주민들의 분노가 격해지자 2020년 10월부터 수성사격장 내 훈련을 잠정 중단했다. 이후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2021년 2월부터 국민권익위원회의 분쟁 조정 절차가 진행됐다.

약 3년에 걸친 조정을 통해 지난 1월 ▷권익위가 주재한 국방부-주민 간 민관군협의체 구성 ▷훈련 시 주민 사전 공지 ▷민·군 상생발전사업 추진 등을 조건으로 이달 1일부터 훈련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1월 3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포항 수성사격장 집단민원 해결을 위한 국민권익위원회 현장조정회의에서 주일석 해병대 제1사단장과 김승학 해병대사령부 부사령관이 참석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3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포항 수성사격장 집단민원 해결을 위한 국민권익위원회 현장조정회의에서 주일석 해병대 제1사단장과 김승학 해병대사령부 부사령관이 참석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최근 권익위와 국방부, 해병대 등의 일부 인사가 이뤄진 뒤 소통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자 다시 갈등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권익위 조정 당시 주민들 사이에서도 합의 내용에 대한 이견이 갈리며 조직이 분열됐는데, 이 중 훈련 재개에 보다 우호적이었던 주민단체에만 참여의 기회가 주어진 탓이다.

이외준 장기면개발자문위원장은 "국방부와 권익위 등이 민관군협의체 구성은 물론 향후 훈련에 대해 주민들과 상의한다고 해놓고 정작 주민 소통은 해당 마을에 살지도 않는, 자신들 입맛에 맞는 사람들과만 하고 있다"면서 "60년간 국방력 강화를 위해 아무 소리없이 참아왔는데 이렇게 주민들을 속이고 갈등을 조장할지 몰랐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수성사격장 문제는 권익위 중재로 반대대책위, 포항시, 국방부, 해병대가 지난 1월 30일 정상화 합의를 했으며, 이달 부로 정상 사격훈련을 진행 중"이라면서 "합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경청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특히 해병대는 사격훈련 정상화를 계기로 대비태세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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