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천장 줬다 뺏고 낙하산 꽂고…정통 보수 후보도 못지키는 국힘 '날림 공천'

현역 의원에 '기울어진 시스템'…텃밭 무시한 '무감동 공천' 원성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어 국민의힘 4·10 총선 대구 중·남구 공천이 취소된 도태우 변호사가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17일 도 변호사 선거사무소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어 국민의힘 4·10 총선 대구 중·남구 공천이 취소된 도태우 변호사가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17일 도 변호사 선거사무소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정통 보수의 길을 걸어온 온건 보수 후보가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으로부터 버림받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강조하는 '동료 시민'으로부터, 유권자로부터 선택받은 후보를 중도하차시키자 대구경북(TK) 시도민들은 보수우파 정당인 국민의힘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철학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국민의 정당이 맞는지 의구심과 함께 민심 이반 현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4일 "도태우 후보의 경우 5·18 폄훼 논란으로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린 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이 추가로 드러났"며 도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를 의결했다.

도 후보의 발언은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약칭 5·18진상규명법)에 명시된 내용이었다. '5·18진상규명법'에 따르면, 진상규명의 범위(제3조)에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개입 여부 및 북한군 침투조작 사건'이 명시돼 이를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국민의힘 비대위는 5·18민주화운동을 신성시하는 더불어민주당이 도 후보를 공격했던 일로 인해 공천을 취소, 특별법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반면 민주당은 경기도의 양문석 후보가 과거 당내에서 '금기어'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실패한 불량품'이라고 비하한 발언에 논란이 일자 이재명 대표는 '표현의 자유'라며 옹호, 국민의힘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였다.

'도태우 사태'뿐만 아니라 4·10 총선 국민의힘 공천이 TK 등 텃밭을 중심으로 현상 유지에 급급한 '날림 공천'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스템 공천'을 천명한 국민의힘이었지만 현역 국회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부실 시스템 공천'으로 정치 신인 발굴을 통해 경쟁 정당과의 명확한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쇄신 동력을 구성하지 못했다.

이어 '무감동 공천'이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설익은 '국민추천 프로젝트' 카드로 국민 추천은 없고 사실상 '비공개·밀실 전략공천'을 했다.

이와 함께 공천 막판 느닷없이 시도된 국민추천 프로젝트에 대한 불만도 이어진다. '운동장'에 발도 들이지 않은 인사가 공천권을 난데없이 거머쥐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5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공당의 공천이 호떡 뒤집기 판도 아니고 이랬다 저랬다(해서 되겠느냐)"며 "일부 영입 좌파들에 우왕좌왕하는 정당이 돼 버렸는데 우리가 투표할 맛 나겠나"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대구경북 현역 국회의원 25명 가운데 무려 16명이나 재도전 기회를 잡은 국민의힘 공천 결과가 과연 지역민의 진정한 의중이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추천제는 지역 정치권의 인력 충원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시도"라며 "이렇게 후보가 결정되면 누가 민생 현장의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정치 이력을 쌓겠느냐"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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