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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알리 1.45조 투자에 쿠팡 ‘3조 이상 투자’ 맞불…이마트·11번가는 긴축경영 대응

한국 유통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는 중국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직구업체들의 진격에 국내 유통업계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대응에 총력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창립 이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한 쿠팡은 향후 3년간 3조원 이상을 풀필먼트센터 확충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마트와 11번가는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긴축경영으로 대응에 나섰다. 유통업계에서는 시가총액이 500조원에 달하는 알리바바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선점을 막기 위한 각 유통업체들의 맞대응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알리 투자 발표 2주 만에…쿠팡 "2027년까지 전국 5000만 무료 로켓배송 투자"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날 2027년까지 도서산간 지역을 포함해 전국 5천만명에게 무료 로켓배송을 100% 확대하겠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3조원 이상을 올해부터 2026년까지 부산·광주·울산·대전을 비롯해 충청도 제천과 천안 등 8개 지역에 신규 풀필먼트센터(FC)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대전과 광주는 투자를 마무리해 올해 운영을 시작하고 올 2분기 부산과 이천 물류센터를 착공한다. 올 3분기에 김천 FC, 4분기엔 충북 제천 FC 착공에 이어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신규 로켓배송 물류망을 늘린다. 쿠팡측은 "3조원 투자금은 FC 확장과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이 포함된 수치"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쿠팡은 현재 전국 260개 시군구 중 182개 로켓배송 지역을 2027년까지 230여곳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부분 지역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으로, 전라도·경상도·충청도·강원도 일대에 집중됐다. 쿠팡 측은 "230여개 시군구의 인구는 우리나라 인구(5천130만명) 가운데 5천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국을 로켓배송 이용이 가능한 '쿠세권'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 10년간 6조2천억원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 100개에 물류망을 건설했다.

쿠팡의 대규모 투자에 대해 유통업계에선 "알리의 최근 투자 발표의 2배 이상 상회하는 대규모 투자로 맞대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 익스프레스의 지난 1월 월간 사용자 수는 717만명으로, 1년 전(337만명)과 비교해 380만명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발 직구 물량의 최소 50% 이상 상당부분은 알리 익스프레스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년간 6조2천억원 누적 적자 투자를 감수한 쿠팡은 지난해 첫 연간흑자(6천174억원)을 달성했지만,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이 빠른 속도로 쫒아오면서 오히려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업계 분석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 알리바바는 지난 14일 한국 정부에 향후 3년간 11억달러(1조4천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밝혔다. 이 가운데 약 2억달러(2천600억원)를 투자하는 물류센터는 1곳으로, 18만㎡(약 5만4천450평·축구장 25개 규모)다. 이는 쿠팡의 최대 물류센터인 대구 물류센터의 절반 크기 정도이고, 한국 판매자 지원(1천억원), 고객서비스센터 개설(1천억원) 등이다.

다만 쿠팡 투자는 대부분 물류센터와 배송망 확대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투자가 분산된 알리와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투자 규모는 쿠팡이 2배 이상이지만, 순수 물류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최소 10배 이상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알리 익스프레스가 기존의 직구 시스템을 넘어 로켓배송 같은 신속한 배송 시스템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지만, 절대적인 전국 커버리지 측면에서 볼 때 쿠팡이 압도적인 경쟁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높다. 알리가 물류센터를 짓고 직매입으로 빠른 배송을 추진한다고 해도, 지역이 수도권 등에 한정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쿠팡은 전국 쿠세권을 완성해 어디서든 로켓배송을 받도록 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특히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면 무료 배송과 직구, 배달,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 등이 모두 가능한 소비자 혜택은 아직 알리에게 없는 상황이다.

◇롯데도 신선센터 건립, 이마트·11번가는 경영 효율화 동분서주.."현금 100조 보유 알리 막자"

롯데도 물류투자와 점포 리뉴얼 등으로 중국 커머스에 대응하고 있다. 롯데는 2022년 11월 오카도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부산에 신선물류센터를 지어 신선식품 새벽배송 분야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롯데몰 수원점 개장 등 복합쇼핑 공간을 늘릴 계획으로, 기존 마트는 그로서리 중심으로 리뉴얼 개편할 계획이다.

이마트와 11번가 등 국내 유통업체들은 인력조정 등 군살을 줄이는 한편, 소비자를 유치하는 투자는 늘리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5일 근속 15년 이상인 과장급 이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공고를 게시했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에 특별퇴직금으로 기본급 40개월치와 생활지원금 2천500만원, 직급별로 전직 지원금 1천만∼3천만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1993년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으로, 편의점 이마트24·이마트에브리데이 등 오프라인 3사 기능 통합 과정에서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최근 취임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긴축경영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는 올해 최소 5개 이상의 신규 점포를 위한 부지를 확보하고, 소비자들이 많은 시간을 머무는 라이프스타일형 매장으로 기존 점포를 리뉴얼 오픈할 계획이다.

매각을 추진해온 11번가도 지난해 말에 이어 2번째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오는 29일까지 전체 직원 대상으로 실시한다. 11번가는 인력 효율화를 꾀하면서 오픈마켓 판매자도 익일배송하는 '슈팅셀러' 등을 런칭하는 등 배송 역량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천억원대 역대 최고 매출을 냈지만 연결기준 첫 영업손실을 냈고, 11번가도 적자폭은 줄였지만 영업손실(1천258억원) 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알리 익스프레스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이 천문학적인 자금력을 보유한 글로벌 2위 이커머스 기업인만큼, 추가 투자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알리바바그룹은 홍콩증시와 뉴욕증시에 이중상장해 시가총액이 도합 500조원에 달해 쿠팡(42조원)의 10배가 넘는다. 알리바바의 지난해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이 보유한 현금자산은 855억달러(114조원)에 이른다. 얼마든지 한국 시장에 추가 투자를 통해 한국 이커머스를 비롯한 유통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리 익스프레스는 CJ제일제당 등 한국 판매자들을 입점시킨 'K-베뉴'를 런칭하고, 신선·가공식품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천문학적인 광고비로 미국시장에서 아마존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만큼 중국 커머스에 대응하는 국내 유통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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