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상장사 32% 경영 한계 "벌어서 이자도 못 갚아"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상장사 118곳 중 38곳
2021년 28.7%, 2022년 26.1%보다 더 나빠져
최근 3년 연속 이자만큼 못 버는 '한계기업' 15곳
"고금리 지속 이자 부담 증가, 업체들 투자심리 계속 위축"

대구경북 상장사 10곳 가운데 3곳은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성서산단 소재 한 폐공장. 박상구 기자
대구경북 상장사 10곳 가운데 3곳은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성서산단 소재 한 폐공장. 박상구 기자

대구경북 상장사 10곳 가운데 3곳은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을 밑도는, 이른바 '한계기업'도 13%에 이르렀다. 불황에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이익은 줄고 이자 부담은 커진 것이다.

매일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대구경북 코스피(유가증권)‧코스닥 상장사 119곳 중 118곳(1곳은 자료 공시 연기) 사업보고서(연결 기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보다 낮은 기업이 38곳(32.2%)으로 집계됐다. 상장사 10곳 중 3곳에 이르는 수치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100% 미만이면 이자가 이익보다 크다는 의미다. 그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모두 갚지 못하는 것으로, 지역에서 그나마 건실하다고 평가받는 상장사마저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상황이 더 나빠졌다. 최근 3년간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의 추이를 보면, 2021년 28.7%(115곳 중 33곳)에서 2022년 26.1%(115곳 중 30곳)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6.1%포인트(p) 올라간 31.4%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장한 기업 3곳은 2021, 2022년 집계에서 제외했다.

무엇보다 최근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을 기록한 '한계기업'도 15곳(13%)에 달했다. 이들 한계기업 가운데 최근 3년 내내 영업이익 손실을 기록한 경우가 10곳이나 됐다.

이는 경기 침체로 이익이 줄어든 가운데 고금리로 이자가 늘어난 탓이다. 지역 상장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2021년 12조7천억원에서 지난해 8조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이자 비용은 1조9천억원에서 5조8천억원으로 3배나 증가했다.

산업용 기계제품을 생산하는 A사의 이자보상비율은 2021년 –74%에서 2022년 33%로 개선됐지만, 지난해 다시 –88%로 나빠졌다. 대출이자가 많이 늘어나서다. A사의 이자 비용은 2021년 11억5천만원에서 2022년과 지난해에 각각 26억원과 53억3천만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고금리때 '버티기 모드'로 전환했지만, 한계기업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곳도 있다. 배터리 관련 상장사인 B사는 대출 규모를 줄이면서 이자 비용 절감에 나섰다. B사의 이자 비용은 2021년 41억원에서 2022년 22억원, 2023년 9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탓에 이자보상비율은 2021년 56%, 2022년 –128%, 2023년 –1,799%로 오히려 악화했다.

장호석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경제조사팀 과장은 "기업 운영자금은 기본적으로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 지역 기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며 "현재 6%가 넘는 금리는 기업 운영자금으로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금리가 지속되면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기에 신속하게 필요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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