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의과대학 증원 논의, 의료계 대승적 합의점 찾아야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의대 증원·의료 개혁,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장 먼저 전했다. 지난 2월 시작된 의정 갈등 사태 이후 대통령이 직접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의료 개혁의 추진 근거와 당위성 설명에 발표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의대 정원 증원 2천 명은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이며, 결정까지 의사 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음을 강조했다.

이처럼 강력한 의지를 밝힌 동시에 증원 규모 2천 명에 대해 의료계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2천 명 증원에서 단 한 명도 줄일 수 없다던 기존 방침보다는 다소 유화적인 자세를 보인 것이다. 의료 차질 장기화로 국민 불안이 커지는 데다 4·10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숫자 '2천'에 집착한 이미지를 고수할 경우 오히려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여당 우려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메시지는 자못 강하다. 윤 대통령은 "증원 규모에 대한 구체적 숫자를 제시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묵묵부답하던 의료계는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천 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다"면서 "힘으로 부딪혀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한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 방재승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현 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담화문"이라며 의대 교수들의 진료 축소, 집단 사직서 제출 등을 이어간다고 했다. 개원의들의 '주 40시간 준법 진료' 등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40개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1만3천여 명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의대 정원 증원 배정 처분 취소' 소송도 제기했다.

힘의 대결로 치달을 때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대통령 담화는 의대 증원의 당위성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그런 만큼 특정 숫자를 고수해선 안 된다. '증원'을 전제로 한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 의료계도 벼랑 끝 전략에서 물러나 합치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명분만 내세우면 실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사라진다. 대의를 좇더라도 현실적 문제를 염두에 둔 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 진정 국민을 생각한다면 양보해야 한다. 그래야 정략적 판단이나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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