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특검’보다 ‘특권’ 포기가 먼저다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했다. 175석을 얻어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민주당은 지난 국회에 이어 22대에서도 입법 주도권을 장악했다. 곁에는 12석을 꿰찬 조국혁신당도 있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총선 결과와 관련, "여야 정치 모두 민생 경제 위기의 해소를 위해서 온 힘을 함께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내 1당의 대표로서 마땅한 자세다.

그러나 지난 4년을 돌아보면 그 발언은 신뢰를 주지 못한다. 21대 국회에서 '민생 서사(敍事)'는 없었다. 야당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방탄과 탄핵의 연속이었다. 국민은 갈라졌고, 정치 혐오는 커졌다. 정부·여당 못지않게 국회의 주도권을 쥔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새 국회는 민생과 상생의 정치를 하길 희망한다.

전망은 어둡다. 22대 국회가 '특검 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은 각종 특별검사법 통과를 벼른다. 당장 민주당은 21대 임기 안에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을 여당에 압박하고 있다.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됐던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민주당은 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대장동 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을 수사할 '쌍특검법'을 밀어붙일 태세다. '이태원 특검법' '이종섭 특검법'도 대기 중이다. 조국혁신당은 총선 때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내세웠다. '특검'은 필요하다. 그러나 특검이 남발되면 국회는 아수라장이 된다. 민생은 설 곳이 없다. 정치 개혁은 아득해진다. 이러면 22대 국회가 역대 최악인 21대의 확장판이 된다. 야당은 특검이 '총선 민의의 전부'인 듯 호도한다. 그렇지 않다. 국민들은 총선에서 무능한 국회, 낡은 정치를 심판했다. 정치를 바꾸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다.

정치 개혁의 시작은 국회의원 특권 포기다. 이는 진영과 정당을 초월한 개혁 과제다. 국회의원 연봉은 1억5천700만원이다. 후원금 등을 더하면 연간 5억원이다.(1인당 GDP가 한국의 두 배인 스웨덴의 의원 연봉은 1억원이다.) 보좌진 정원은 9명이다.(일본은 3명, 서유럽 국가들은 의원 2명당 1명이다.) 또 국회의원 특권은 불체포특권 등 무려 180가지에 이른다. 이러니 전과자, 피고인으로 재판받는 사람, 부동산 투기꾼, 막말을 일삼는 자 등이 금배지에 목을 맨다.

정당들이 정치 개혁을 22대 총선의 주요 공약으로 꼽았다. 국회의원 권한 축소가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불체포특권 폐지 ▷유죄 확정을 받을 경우 비례대표는 다음 순번으로 승계 금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재판 기간 동안 세비 반납 등을 내걸었다. 국회의원 정수를 250명으로 축소하는 안도 제시했다. 민주당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상설화 및 기능 강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의무 강화 등을 약속했다.

양대 정당은 이들 공약을 꼭 지켜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다른 특권들도 내려놓아야 한다. 특별 대우를 받는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신산(辛酸)한 삶을 헤아릴 수 없다. 특권을 버려야, 민생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연금·교육·노동의 3대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이들 개혁은 기득권의 양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특권을 움켜쥔 채 개혁을 외치는 것은 옳지 않다. 국회의원의 특권 포기는 사회 개혁의 마중물이다. 그래서 특검보다 특권 포기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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