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이버도박 사범 셋 중 하나 청소년인데…실태 파악도 제대로 못하는 교육당국

해결책 도출 첫 걸음, 관련 실태조사 2년마다 이뤄져
문항 내용도 외국 연구 판박이, 국내 특수성 반영 못해
대상 연령 넓힌 탓에 비교‧분석할 만한 연속성도 부족
조사기관 "문제 대체로 공감, 조사 매년 시행하고 보완 방침"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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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거된 사이버 도박 사범 3명 중 1명이 10대로 나타났지만 관련 대책을 세워야 할 교육 당국은 문제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태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경찰청이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실시한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에서 10대 사범이 343명으로 전체의 32.7%를 차지한 가운데 교육당국은 청소년 도박 근절 대책 수립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교육청이 마련한 대책은 주로 가정통신문 배포, 학교별 예방교육 지원 등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각에선 교육청이 실효성 있는 예방대책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부실한 실태 파악' 때문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 등 관련당국은 청소년 도박 실태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하 예치원)이 격년으로 실시하는 관련 조사에 전국 시·도교육청이 협조하는 데 그친다.

문제는 해당 조사만으로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2년 주기의 조사 간격이 너무 길단 점을 지적했다.

이달 기준 예치원의 최신 조사는 지난 2022년 하반기에 실시된 것이다. 다음 조사는 오는 11월쯤 실시돼 내년 2월 중에야 공개될 예정이다. 관련 기관들은 최근 실시된 실태 조사가 없다 보니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을 확인하고자 대부분 청소년 도박 진료 건수, 수사기관 검거 건수 등의 간접 지표를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중독전문가협회장을 역임한 김영호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요즘은 청소년 도박 관련 내용이 매년 급격하게 변한다. 조사가 의미를 가지려면 변화 속도를 따라가거나 예측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현행 방식으론 어렵다"고 진단했다.

조사의 연속성 역시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에 표본을 넓게 잡지 않고 매번 표본 수집‧조사 방식을 확장해 오면서 비교‧분석할 만한 수준의 연속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치원은 실태 조사대상을 ▷2018년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2학년 ▷2020년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2022년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으로 매번 변경해왔다.

조사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측정 방법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까지 예치원은 국제 비교를 목적으로 외국 조사 문항을 그대로 번역해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국내 특수성을 반영한 문항 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권선중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의 청소년 도박 문제는 외국 사례와 매우 다르다. 예컨대 외국에는 학교폭력과 청소년 도박이 연결되는 사례가 없다"며 "이미 국내 청소년 도박 문제가 매우 심각해진 만큼, 국내 문제의 정확한 탐색이 조사의 1순위 목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치원은 학계의 문제제기에 대체로 공감하며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예치원 관계자는 "조사 간격이 너무 긴 것, 조사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것 등 보완 필요한 사항이 많다는 것에 동의한다. 이제 매년 조사를 시행하고, 조사 대상도 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관련 예산 증액을 바탕으로 복합적인 해결책 마련에 이미 착수했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구교육청은 올해 도박예방교육 예산을 전년 대비 3배 증액했고, 예치원 대구센터 대상 강사비 지원규모도 2배 늘렸다. 청소년 도박문제 해결에 상당한 열의를 가지고 있다"며 "올 상반기부터 학교 관리자‧교사들의 관련 교육 역량강화 연수를 실시한다. 수업 시간에도 여러 분야와 연계해 도박의 위험성을 교육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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