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고양이한테 생선을

마경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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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대 기자

수의 계약이 '눈 먼 돈'인가? 시민의 혈세를 지켜야 할 곳간 지기가 수의계약을 무더기로 수주했다. 이를 지켜본 시민의 심정은 어떨까?

부인이 지분을 소유한 회사가 무더기 수의계약을 했음에도 이해충돌법 위반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해 온 우충무 영주시의원(매일신문 2023년 12월 21일 등 보도)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위반'이라는 결론을 냈다.

권익위는 이 같은 결과를 영주시의회에 통보하고 징계와 과태료 처분을 요구했다. 영주 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우 의원 관련 회사의 수의계약 문제가 결국 불법으로 확인된 셈이다.

대다수 주민들은 "우 의원의 행태는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됐다"고 지탄하고 있다

우 의원은 시 의원 당선 이후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의 명의를 바꾸고 대표 이사직을 처남과 직원 등에게 넘겼다. 이 회사 수의계약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500만원 이하 28건, 7천9만2천원 ▷500만원 초과 2천만원 이하 23건, 3억3천105만4천500원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시의원 당선 이후 2020년부터 갑자기 수의계약이 폭증했다. 부인이 지분 33.33%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우 의원은 인지(재산 등록)하고 있었다.

2020년부터 최근까지 4년간 500만원 이하 소액 수의계약이 213건, 7억5천986만8천640원으로, 2016~2019년 대비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500만원 초과 2천만원 이하 수의계약도 60건, 7억8천98만6천220원으로 증가해 모두 15억4천만원대로 폭증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5월 19일 이후에도 2천만원 이하(500만원 이하 포함) 183건, 9억6천292만4천760원을 수의계약했다. 수의계약 건수와 규모는 유례를 찾아 볼수 없다는 게 관련 업계의 증언이다.

그런데도 우 의원은 이해충돌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합자회사의 경우 비상장주식에 해당하지 않아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 이해 충돌이 맞으면 스스로 사퇴하겠다"고 했다. 일부 군소 언론들까지 우 의원 편들기에 나서 주민들이 실소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동종업계의 일감을 특정인이 독식한 것은 시민에 대한 배신 행위라고 지적한다. 불경기에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영세업자들의 몫을 시의원이 가로 챈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안은 이해충돌위법 문제로 끝나서는 안된다. 회사 명의를 변경해 운영해 온 의혹도 조사가 뒷따라야 할 부분이라고 시민단체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권익위 조사 결과 수의계약을 무엇보다 엄정하게 운용해야 할 공무원들도 앞장서 주체가 됐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권익위가 경북도에 영주시 공무원에 대한 감사(무더기 수의계약)도 요구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하루 빨리 부실이 없는 수의계약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필요한 영세업체들이 정상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나서야 할 것이다. 우 의원도 스스로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길 시민들은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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