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상 최대 임금 체불, 민생이 위태롭다

임금 체불이 사상 최대로 불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임금 체불액은 5천71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천75억원)보다 40%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임금 체불액이 1조7천845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는데, 올해 2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치솟은 물가로 서민 생계가 흔들리는데 월급조차 못 받으면 작은 희망마저 사라진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에 기업들도 위태롭다.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1분기 법인(기업) 파산 신청은 439건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5% 폭증했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1천657건을 넘어 2천 건을 넘보고 있다. 기업 대출 잔액은 1천270조원까지 불어났고, 1분기에만 25조원 증가했다. 돈을 벌지 못하니 결국 기업이 문을 닫고, 곳곳에서 임금 체불이 쌓이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불황은 심각하다. 3월에만 104곳이 폐업했다. 건설 수주는 계속 줄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1∼2월 수주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약 40% 줄어든 20조6천925억원이라고 밝혔다. 2019년 이후 5년 만에 최저다. 지난해 건설업 임금 체불액은 4천363억원으로 전체 체불액의 24.4%를 차지했는데, 올해는 더 나쁘다.

정부는 악성 임금 체불에 대한 엄단 방침을 밝혔다. 체불 사업주 사법 처리와 재산 조사를 강화하는 한편 고의·상습 체불 기업에 대한 특별 근로감독도 실시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익명 제보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31개 사업장에서 100억원대 체불을 찾아냈다. 조사 이후 15개 기업이 체불 임금 51억원을 청산하는 성과를 거뒀다.

400억원 가까운 임금과 퇴직금을 주지 않아 재판에 넘겨진 위니아전자 사례처럼 악덕 기업인에 대한 처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채찍만 휘두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물가 안정, 내수 진작 등 경제 회복을 위한 정확한 방향 제시와 뚜렷한 정책 추진이 시급한데 여전히 엉뚱한 곳에 힘 빼는 모양새다. 어느 해보다 우울한 근로자의 날을 맞았다. 민생이 무너지면 여야가 무슨 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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