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혼돈의 가자지구…시가전 공포 속 휴전협상 진통 지속

이스라엘, 라파 침공방침 고수…민간인 대량살상 우려
종전이냐 일시휴전이냐 이견에 협상 계속 교착상태
"이, 협상지렛대로 군사작전"…CIA국장, 네타냐후 곧 접견

이스라엘이 탱크까지 동원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진격을 정조준하면서 피란민들이 또다시 전쟁의 공포에 휩싸였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차량에 가재도구를 싣고 라파를 떠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탱크까지 동원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진격을 정조준하면서 피란민들이 또다시 전쟁의 공포에 휩싸였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차량에 가재도구를 싣고 라파를 떠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탱크까지 동원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진격을 정조준하면서 피란민들이 전쟁의 공포에 또다시 휩싸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라파 지상전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어렵사리 협상을 재개해 중대 국면을 맞았다.

◆이스라엘·하마스 협상 '진통' 예상

이스라엘과 하마스 협상 대표단은 7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미국,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 하에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재개했다.

하지만 하마스가 전날 수용한 중재국 휴전안에는 이스라엘군 전면 철수와 가자지구 봉쇄 해제 등 이스라엘이 사전에 양해하지 않은 방안들이 담겨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 보좌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협상 재개 사실을 공개한 후 "양측의 입장에 대해 면밀히 평가해보면 양측이 남아있는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우리는 그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마스가 수용한 휴전안은 논의되던 협상안에서 파생된 '수정안'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협상의 조기 타결을 희망하면서도 결실을 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협상 난항이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전날 협상단을 보내면서 "하마스 제안이 이스라엘의 핵심 요구를 충족하기에 크게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영구적 휴전'을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하마스는 이날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이 계속된다면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탱크까지 동원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진격을 정조준하면서 피란민들이 또다시 전쟁의 공포에 휩싸였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라파에 공습 후 팔레스타인인들이 난민캠프에서 화염을 지켜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탱크까지 동원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진격을 정조준하면서 피란민들이 또다시 전쟁의 공포에 휩싸였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라파에 공습 후 팔레스타인인들이 난민캠프에서 화염을 지켜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美 "네타냐후 레드라인 안 넘어"

미국은 네타냐후 총리의 라파 지상전 일방행보 수위가 아직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 라파 지상전 반대 입장을 재차 전달한 지 몇시간 만에 라파 동부 외곽을 공습한 데 이어 가자지구 쪽 라파 국경 검문소를 장악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백악관은 이스라엘의 이번 라파 국경 장악을 미국의 가자지구 전쟁 정책 기조의 방향을 바꿀 레드라인 침범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수많은 민간인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는 라파 시내에서의 대규모 지상 작전에 대한 반대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도 이번 라파 국경 작전은 하마스의 무기 밀수를 막고 휴전 협상에서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하며 대규모 지상전에 돌입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한편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보낼 정밀폭탄 선적을 일시 중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선적이 일시 중단된 폭탄의 규모는 2천파운드(약 900㎏) 폭탄 1천800개와 500파운드(약 225㎏) 폭탄 1천700여개인 것으로 전해졌다.

◆라파검문소 장악, 하마스 고립 작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팔레스타인 쪽 국경검문소를 장악한 데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더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이번 군사작전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라파에서 하마스를 고립시키고 이를 휴전 협상의 유리한 지렛대로 삼기 위한 의도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생명줄과 같은 라파 국경검문소를 장악해 폐쇄하면서 가자지구 전체가 이스라엘에 의해 외부 세계와 차단됐다. 이스라엘의 라파 국경 점령은 2005년 철군 이후 처음이다. 이집트와 연결되는 라파 국경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환자들을 대피시키는 유일한 통로였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라파가 하마스의 마지막 거점으로, 이곳 국경이 무기 반입 등 하마스의 테러 활동에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 국경 장악에 대해 "하마스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해체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조치"라며 "추가적인 압박만이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인질들이 풀려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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