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구금지 혼선 진화나선 정부…‘2000만 로켓배송 고객’ 선택권 논란으로 확산되나

쿠팡이 전국에 로켓배송 지역을 순차적으로 늘려 2027년까지 사실상
쿠팡이 전국에 로켓배송 지역을 순차적으로 늘려 2027년까지 사실상 '전국 인구 100% 무료 로켓배송'을 목표한다고 밝힌 가운데 유통업계는 오는 29일과 다음달 5일 공정위 처분 결과에 따라 상품 진열에 제약이 생기면 소비자들이 쉽게 인기 로켓배송과 PB상품을 찾을 수 없게 되고, 이에 따라 소비자 선택권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해외 직구를 금지했다가 철회하는 혼선을 빚으면서 등장한 '소비자 선택권'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물가 속에 전국민이 싸게 이용할 수 있는 해외 직구 상품을 금지하자 반발여론이 전국적으로 거세게 일어난 상황에서 전국 2000만명 이상이 애용하는 로켓배송의 상품 진열과 추천 이슈에 대한 공정위 규제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대기업 브랜드보다 30~40% 저렴한 PB상품이나 애플 아이폰 같은 인기 브랜드의 우선 노출을 금지할 가능성이 열리면서 소비자 반발이 예상된다.

◇로켓배송 상품진열 규제로 번지나…빠른 배송 이용 소비자 편의성 저해 우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정부의 해외 직구 금지 대책 발표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글이 수백건 이상 올라왔다.

맘카페에서는 "옷은 뭐가 위험한 거냐", "흥선대원군도 아니고 멋대로 외국 물건 (직구를) 닫아버리는 게 어딨느냐"와 같은 게시물이 쏟아졌다. KC인증이 반드시 있어야만 해외 직구가 가능한 정책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만큼 반(反) 소비자 대책이란 것이다.

대통령실은 20일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저렴한 제품 구매에 애쓰시는 국민에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정부가 직구대책에 대해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오는 29일과 다음달 5일쿠팡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로켓배송'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소비자를 기만하면서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한 행위에 대해 검찰의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쿠팡은 상품 검색 기본 설정인 '쿠팡 랭킹순'과 무관하게 직매입과 PB 상품을 상단에 우선 노출해 '알고리즘 조작'을 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쿠팡은 "사건의 본질은 PB상품이 아니라, 공정위가 모든 유통업체가 동일하게 운영하는 제품 진열 방식을 세계 최초로 문제삼았다"고 반발했다.

공정위가 심의결과에 따라 쿠팡에 "로켓배송 상품 등에 대해 자유롭게 진열할 수 없다"는 취지의 시정명령을 내리게 될 경우, 소비자 역풍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지금까지 쿠팡 로켓배송 소비자들은 판매량이나 소비자 선호도순, 경쟁력 등을 종합한 '쿠팡 랭킹순' 등을 이용해 쇼핑해왔다.

또 매년 아이폰이나 애플워치, 맥북 신제품을 애플이 발표하면 소비자들은 쿠팡에서 사전예약부터 인기상품을 검색창 상단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인기 뷰티나 식료품, 가전용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공정위 처분 결과에 따라 상품 진열에 제약이 생기면 소비자들이 쉽게 인기 로켓배송과 PB상품을 찾을 수 없게 되고, 이에 따라 소비자 선택권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직구의 국내 매출은 3조원 규모지만, 쿠팡은 30조원 규모로 전국 2000만명이 쓸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소비자들의 일반 쇼핑 관행과 패턴에 어긋나는 정부 규제가 가해질 경우 소비자 불만은 직구보다 클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공정위는 "PB상품 등 특정상품의 개발이나 판매 행위 자체를 규제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연초에도 공정위 플랫폼법에 전국 로켓배송 소비자 반발…이번엔 어떻게 될까

과거부터 정부 규제와 정책은 소비자 선택권과 부딪혔다. 2014년에 시행된 '단통법'이 대표적이다. 단통법은 투명하고 공정한 단말기 시장을 확립함으로써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보조금이 줄어들고 가격 경쟁을 제한하자,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구매할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줄어 소비자 반발을 키웠다. 각종 논란 끝에 현재 정부는 단통법 폐지를 추진중이다.

공유택시를 금지한 '타다금지법'도 마찬가지다. 타다금지법 시행 이후 택시요금과 호출비가 인상되는 등 소비자 선택권을 크게 침해했다는 여론이 커졌다.

역차별 논란도 공정위가 풀어야 하는 숙제다.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주요 대형마트나 편의점도 PB상품이나 애플·삼성 제품을 오프라인 입구와 주요 매대에 배치하고 있고, 주요 대형마트 온라인몰도 주요 인기 브랜드나 PB상품의 상단 진열이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명확한 소비자나 판매자 피해를 입증하지 않으면 소비자 입장에서 실생활에 필요한 로켓배송을 저격하는 규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 활성고객은 지난 1분기 215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쿠팡 로켓배송의 충성고객이 많은만큼, 공정위 심의 결과가 어떤 소비자 반응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연초에는 공정위 플랫폼법 규제로 무료 로켓배송 등 와우 멤버십 혜택이 '끼워팔기' 규제 일환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맘카페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강하게 일어나자 공정위는 "소비자 편의 증진을 위해 내놓은 서비스는 일괄적으로 규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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