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사비 부담에 공장 신축도 못 하다니

공장 부지를 사놓고 주문 물량도 확보했지만 새 공장을 짓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경기 회복 기운이 돌면서 미뤄 두었던 신규 투자를 단행하려는 기업들이 고금리와 치솟은 공사비 탓에 주저하고 있다. 부지를 확보해 둔 한 업체는 매출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지만 공사비 부담에다 대출 금리도 높아 공장 신축 결정을 못 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 2차전지 장비 기업은 수출 물량을 확보해 공장을 키워야 하는데 신축비 부담이 커서 다른 공장을 개조하기로 했다.

대구 달성군 국가산단 내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집적단지는 39개사가 입주 협약을 맺었지만 25곳만이 들어왔고, 부지 11곳은 착공조차 못 한 채 땅이 방치돼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당 공장 공사비가 100만원을 넘어섰다. 땅값을 빼고 공사비만 약 3천300㎡(1천 평) 공장을 짓는 데 최소 33억원 이상이 든다. 이 때문에 업종이 다른 기존 공장을 사들여 내부 설비만 새로 들여오는 업체까지 나온다. 물론 이마저도 고금리 탓에 부담이 크다.

업종에 따라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고용도 부진한 상황이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다. 반도체와 IT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국내 제조업 전반이 어려운 데다 특히 대구 경제에서 비중이 높은 기계, 장비 분야 생산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원유, 리튬, 구리 등 원자재 가격 불안정으로 앞날이 더 걱정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등 외부 요인뿐 아니라 높은 공사비와 인건비, 내수 침체 등 내부 요인까지 걸림돌투성이다.

잘나가는 업종은 공장도 새로 못 짓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종은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선택적 지원이 절실하다. 가동률 저하의 원인을 업종과 업체별로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아울러 첨단 업종 전환이나 신기술 접목이 필요하다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도와야 한다. 외지 업체 유치도 좋지만 기존 기업의 활력 회복을 돕는 게 더 효과적인 지역 살리기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건 기업 혼자서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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