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쿠팡 '전국 무료배송' 무산 위기, 22조원 투자도 좌초 우려

공정위, 쿠팡에 과징금 및 고발 조치 결정…정부 규제로 쿠팡의 전국민 대상 무료배송 불발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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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쿠팡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비롯한 직매입 상품 제재 결정으로 인해 전국을 대상 범위로 하는 무료배송 등 로켓배송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쿠팡은 그동안 로켓배송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수십 조원 단위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번 공정위 제재 결정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공정위는 쿠팡의 직매입 상품 밀어주기 의혹과 관련해 쿠팡에 과징금 1천400억원을 부과하고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공정위는 쿠팡이 지난 2019년 2월부터 최근까지 알고리즘을 변경해 인위적으로 6만4천250개 자사 PB상품과 직매입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인위적으로 노출해 소비자를 부당하게 유인했다고 판단했다.

또 임직원을 동원해 PB상품에 리뷰를 올려 노출한 문제도 지적했다. 공정위는 "판매량 등 객관적인 지표와 달리 쿠팡이 쿠팡 랭킹순을 이용해 상품을 인위적으로 상단에 추천해 소비자를 오인하게 했다"고 알렸다.

이에 쿠팡은 자사 뉴스룸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며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쿠팡은 "가격이 싸고 배송이 편리해 많은 국민들의 합리적 선택을 받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소비자 기망일 수 없다"며 "전 세계 유례없이 '상품진열'을 문제 삼아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성을 잃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도 제기할 방침이다.

유통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제재로 인해 쿠팡의 전반적인 투자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정위가 쿠팡의 '쿠팡 랭킹' 추천을 사실상 금지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

유통업계는 '상품 추천'을 거쳐 고객 구매, 배송으로 비즈니스 흐름이 이어지는데 상품 추천이 막히게 되면 앞으로 로켓배송과 쿠팡 랭킹을 이용한 소비자들의 구매가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쿠팡은 '쿠팡 랭킹순'에서 소비자 선호도 등에 따라 대기업 제품 '반값' 수준의 PB상품이나 아이폰 등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해왔다. 판매량이 적은 중소기업 상품도 품질이 좋거나 가격 경쟁력이 높으면 추천하는 식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상품진열 순서와 추천에 기준을 마련한 규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로켓배송 서비스에 제동이 걸려 고객들이 크게 줄고, 이에 따라 쿠팡의 로켓배송 투자에 제동이 거릴 가능성을 제기한다.

대표적으로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 갤럭시, 계절성 상품과 PB상품은 신제품이라도 '판매량' 등 지표를 입증하지 못하면 쿠팡이 추천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쿠팡의 매출이 줄어들게 되면 향후 투자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

쿠팡은 전국민 100% 무료배송을 위해 국내 물류 인프라 확보에 3조원을 투자하고,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원 투자를 하겠다고 올해 상반기에 발표한 바 있다.

오는 2026년까지 경상북도 김천, 충청북도 제천, 부산, 경기도 이천, 충청남도 천안, 대전, 광주, 울산 등 8곳 이상 지역에 신규 풀필먼트센터(FC) 운영을 위한 신규 착공과 설비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5천만 인구가 주문 하루 만에 식료품과 생필품을 무료배송 받을 수 있는 시대를 열 계획이었다.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난 한국산 제품 22조원을 올해 직매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정위가 쿠팡 같은 사례가 다른 유통업체에 있으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그동안 직매입과 PB상품을 우선 노출해온 업계도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매출 감소로 인해 쿠팡의 투자가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편, 공정위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판매 증대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은 유통업체들의 핵심 역량으로, 정부 당국이 이를 규제하는 것은 기업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유통업체는 고유의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여야 경쟁할 수 있는데, 정부의 보편적 기준을 따라야 한다면 기업간 경쟁을 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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