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풀 무성한 이곳이 공영주차장이라고?"…수성구 '공한지 주차장' 관리 논란

수성구 빈 땅 활용한 임시 공영주차장 조성사업…2007년부터 모두 63곳 조성
일부 주차장은 관리 안 돼 쓰레기 나뒹굴고 주차선도 없어
주민들이 직접 환경정비 등 주차장 관리하는 곳도…수성구청 “인력 투입 중”

수성구 공한지 공영주차장(고모동 714, 76-2). 정두나 기자
수성구 공한지 공영주차장(고모동 714, 76-2). 정두나 기자

지난 6일 오후 찾은 수성구 고모동 714번지와 76-2번지. 왕복 2차로 도로 옆 길쭉한 모양의 공터는 지난 2016년부터 수성구 공한지 공영주차장(12면)으로 조성된 곳이다. 그러나 공영주차장임을 알리는 표지판이나, 주차 구획을 표시하는 구조물은 전혀 없었다. 바닥에는 흙과 나무조각, 비닐 쓰레기들이 엉켜 있어 울퉁불퉁했고 관리되지 않은 풀이 2m 가까이 높게 자라있었다. 주차장을 알리는 시설물이 전혀 없는 탓에 차들은 일정한 간격이나 방향 없이 제멋대로 주차돼 있는 모습이었다. 공간은 제대로 쓰이지 못한 채 낭비되고 있었다.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이곳이 주차장인지 조차 알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음식점에서 일하는 유모(55) 씨는 "표지판도 없는데 공영주차장이라는 걸 어떻게 알고 쓰는가. 흙바닥이라서 비가 오면 차를 주차할 수 없을 정도로 웅덩이가 진다. 공영주차장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가 빈 땅을 공영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공한지 임시공영주차장 조성' 사업이 체계적인 관리 없이 방치되고 있다.

13일 대구 수성구청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공한지 임시공영주차장' 조성 사업은 개인 소유 부지에 임시공영주차장을 조성하는 대가로 구청이 해당 부지에 대한 재산세 감면 혜택을 주는 사업이다. 대상 부지는 2년 이상 개발계획이 없는 150㎡ 이상 나대지다. 구청과 땅 소유주가 계약을 통해 구청이 일정 기간 부지를 빌려 쓰는 방식으로, 원상 복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도로 포장을 하고 주차선을 긋는 대신 쇄석과 밧줄을 이용해 임시 공영주차장을 조성한다.

현재 수성구 내 공한지 임시공영주차장은 모두 63곳이다. 수성구는 2007년부터 사업을 실시해 17년 간 적극 확대해왔고 올해도 공한지 임시공영주차장 조성 사업에 1억 5천만원(전액 구비)을 편성했다.

문제는 주차장 관리 상태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수성구청이 부지 계약기간 동안 관리 책임을 갖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는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주차장 인근 동네에선 주민들이 직접 나서 주차장을 관리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수성구 황금동 한 공한지 임시 공영주차장 바로 옆 주택에 거주하는 김태선(81) 씨는 "구청 직원은 일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다. 주변 풀이 너무 길게 자라 주차하기가 어렵다고 민원을 넣으면 겨우 나오는 수준"이라며 "결국 주기적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일은 주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장기 주차 차량 탓에 정작 주차장을 필요로 하는 주민은 사용하지 못해 공영주차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불만도 있다. 공한지 임시 공영주차장의 길목에 사는 김모(58) 씨는 "인근 상가 직원이 장기간 차를 주차해둔다. 구청에서 주기적으로 나와서 사업 취지대로 주민들이 주차장의 혜택을 보고 있는지 감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수성구청은 관리 인력 4명을 투입해 공한지 임시 공영주차장을 상시 관리 중이며 민원 발생 시 즉각 대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수성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한 달에 2, 3회 주기로 나가 공한지 주차장 관리를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공사비를 더 써서 우수한 여건의 임시 주차장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기 주차 차량 문제와 관련해선 "차주에게 연락해 차량 이동을 지시하면 같은 주차장 내 다른 칸으로 옮겨두는데, 이 경우 차가 움직였다는 점에서 '장기주차'로 볼 수가 없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찾은 수성구 공한지 공영주차장(수성구 파동 581-151). 공영주차장 표지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두나 기자
지난 6일 찾은 수성구 공한지 공영주차장(수성구 파동 581-151). 공영주차장 표지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두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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