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소연 기자의 한페이지]김동후 대구사격연맹 회장 “제2의 반효진 배출 위해선 대중화 필수"

'사업가의 눈'으로 국제사격장 리브랜딩 나서
결선 사격장 증설 논의 급물살…"연맹 구호인 '사격은 대구다'의 기점될 것"

지난 12일 김동후 대구사격연맹 회장이 이날 파리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반효진 선수와 대구체육고등학교에서 만났다. 한소연 기자
지난 12일 김동후 대구사격연맹 회장이 이날 파리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반효진 선수와 대구체육고등학교에서 만났다. 한소연 기자

가히 대한민국 사격의 전성기다. 사격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로 최다 메달 성적을 거뒀다. 그중 한 개의 금메달은 대구체육고등학교 소속인 반효진 선수의 것. 반 선수는 파리올림픽에서 공기소총 10m에 출전해 한국에 100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무려 사격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얻은 성과다.

지난 12일 오후 2시에 찾은 대구 북구 금호동 소재 대구 국제사격장. 파리올림픽이 폐막했지만 영광은 영원하다는 듯 입구에서부터 대구체고 반효진 선수의 금메달을 축하한다는 현수막이 위엄있게 걸려 있었다. 본관 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사격은 대구다'라는 대구사격연맹의 슬로건도 눈에 띄었다. 이날 본관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후(46) 대구사격연맹 회장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파리올림픽에서 사격 금메달이라는 좋은 소식을 얻었다. 연맹 분위기는 어떤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세계 1등이다. 그런 선수가 대구에서 배출된 것은 지역의 경사다. 대구사격연맹에서도 크게 반가워하고 있다. 반효진 선수는 사격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금메달을 땄다. 얼마나 큰 노력을 했겠나. 구슬땀을 흘려 스스로 얻어낸 값진 결과에 편승하고 싶지 않다. 연맹은 선수를 지원하고 지역 스포츠 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을 묵묵히 할 뿐이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앞으로 사격이 조금 더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는 하고 있다. 대중에게는 낯선 사격이 배드민턴이나 축구, 야구처럼 국민 스포츠가 되면 좋겠다.

지난 12일 대구 국제사격장 사무실에서 김동후 대구사격연맹 회장이 매일신문과의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12일 대구 국제사격장 사무실에서 김동후 대구사격연맹 회장이 매일신문과의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하셨다. 어떤 인연으로 사격연맹의 회장직을 맡게 된 건가. 사격 실력이 출중해서 맡았다는 소문도 있다.

▶사격을 좋아하지만, 회장이 되고 난 후부터는 총을 절대 쏘지 않는다. 대구사격연맹 회장의 사격 실력은 철저히 보안에 부치고 있다.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국가안보 사안인 것과 맥락이 비슷하다.(웃음) 사격 실력과 상관없이, 2020년 부친이신 김옥렬 전 회장님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2020년부터 4년 임기였는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정이 생겨 2022년 연맹 회장직을 내려놓으셨다. 원래 사격연맹을 돕고자 하는 뜻이 컸던 분인지라 남은 임기를 아들인 나에게 맡기셨다. 사격연맹을 살뜰히 챙겨달라고 신신당부하셔서 지난해 3월부터 대구 사격연맹을 운영하고 있다.

-연맹 회장이라는 직함을 달기에 비교적 젊다. 취임하면서 목표한 바도 달랐을 것 같은데.

▶사업만 해봤지, 스포츠 분야는 처음이라 사격연맹이 어떤 식으로 운영돼 왔는지 등 기본적인 현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우선 체육 연맹이 이렇게 열악한 줄 몰랐다. 장학금과 포상금을 포함한 연맹에 관계된 비용은 회장이 90%를 부담한다. 나머지 임원분들이 낸 찬조금이 10% 정도다. 임원들은 봉급 없이 사격을 돕겠다는 열의 하나로 뭉친 사람들이다.

일단 사격에 애정을 쏟고 도와주려는 분들이 모여서 하는 것이다 보니 어찌저찌 유지가 되고 있을 뿐이다.현황 파악은 끝났고, 현재는 대구사격연맹의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운영비에 더해 연맹이 알아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밑그림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래야지 궁극적으로는 지금의 선수들, 앞으로의 사격 꿈나무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 사업가의 눈으로 보기에는 대구가 가지고 있는 국제 사격장이라는 자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한데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서 가능한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

김동후 대구사격연맹 회장. 대구시사격연맹 제공
김동후 대구사격연맹 회장. 대구시사격연맹 제공

-사격 금메달로 대구시에서도 국제사격장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며 김선조 대구시 행정부시장이 사격장 현장을 점검하기까지 했다. 대구 국제사격장에는 25m와 50m 결선 사격장이 없다. 관중석 등 편의시설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반효진 선수의 금메달로 타이밍이 좋았을 뿐이지 국제사격장을 손볼 계획은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었다. 올림픽 전부터 대구시는 국제대회 유치를 해보자는 의지를 다지면서 결선장을 알아보는 등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격장을 건립하는 데만 5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사격장이 대구 국제 사격장인데, 결선 사격장이 없다는 것은 말하자면 사격장을 반만 쓰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현재 대구 사격장 내 결선 사격장은 10m뿐이다. 25m, 50m가 필요하다. 김예지 선수도 25m 종목에서 메달리스트가 됐다. 단적으로 말하면 그 종목의 결선 사격장이 없는 대구는 김예지 같은 선수를 배출시키기 어렵다. 증설이 된다면 50m짜리 결선 사격장을 만들어 경기에 맞게 25m, 10m로 조절하며 활용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는 관중 친화적인 측면도 있다. 각각 따로 만들면 관중이 경기마다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관중이 지치기 쉽다. 연맹 회장으로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스포츠에서는 관중이 신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격 경기장도 예전에는 관중이 기침 소리도 편히 못 냈다. 요즘에는 음악도 틀고 큰 소리로 응원도 할 수 있게 바뀌었다.

선수와 관중이 함께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 그 스포츠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고 궁극적으로는 그 종목의 대중화로 이끈다. 결선 사격장을 만드는 것이 국제 대회 유치에 가장 큰 도움이 될 테지만 직간접적으로는 사격의 대중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사격장 시설이 개선되면 연맹이 그리는 청사진이 있나.

▶가장 첫 번째는 국제대회 유치다. 대회가 열리면 해외 각국에서 온 관광객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온다. 마라톤 대회가 한 번 열리면 인파가 몰리지 않나. 대구는 외국인들이 와서 즐길 거리가 많이 없다. 국제대회 열었다고 모든 게 다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즐길 거리나 스포츠 인프라를 키울 수 있는 한 초석이 될 수 있다.

또 대회가 유치되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홈그라운드의 혜택을 가져갈 수 있다. 국제대회를 유치할 조건이 안 돼서 선수들은 매번 해외에 나가야 하는데, 시차 적응 같이 경기 외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사격의 대중화다. 국제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조건의 창원 사격장이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잘 돼 있다. 대중 친화적인 사격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개설해서 방문객들도 많다. 대구 역시 그렇게 될 것이다. 사람들도 많이 올 거다. 대구나 대구 외 지역 내 사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사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 사람들이 선수로 자랄 수도 있다. 대구를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사격 환경과 사격인들의 실력이 나아지는 것이다.

-사격의 대중화를 계속 강조하시는 것 같다.

▶대구에서 반효진 선수 같은 젊은 유망주가 나올 방법은 대중화밖에 없어서다. 현재 대구에서 사격을 할 수 있는 학교는 8개다. 학생 수로만 따지면 한 100여 명의 선수가 있다. 근데 그 인원이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이다. 사격은 메달을 많이 따는 효자 종목인데 축구나 야구처럼 대중화된 운동이 아니다.

배드민턴처럼 접근성이 좋은 것도 아니다. 배드민턴 채처럼 대형마트에서 총을 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사격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인프라 확대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면 선수 지원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고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 나가서 메달을 따오는 등 국가 위상을 높이는 일도 많아질 거다. 지금은 선수 육성을 위한 지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사격하는 선수 중에 열악한 환경에 있는 친구들이 많다. 매년 6~8명 정도 장학금을 지원하는데 더 많은 선수에게 장학금이라든지 포상금 같은 현금성 지원을 더 높은 액수로 하고 싶다. 배가 불러야 운동할 힘도 나고 총도 잘 쏠 것 아닌가. 연맹이 해야 하는 역할 중에 하나다.

-남은 임기 동안 계획은. 회장님의 리더십에 연맹 직원들은 연임을 바라고 있던데.

▶대구사격연맹의 구호가 '사격은 대구다'이다. '대구'하면 '사격'이 떠오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계획이다. 임원들과 사격 대중화의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다. 대구 시민이 사격장을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아주 작은 요소부터 사격장을 리브랜딩하고 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대구 시민들조차도 대구에 국제 사격장이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알아도 '국제'라는 말이 붙어있어서 그런지 선수들만 사용할 수 있고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사격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들이 편히 나들이 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힘든 단점도 있다. 주차장이 협소한 것도 바뀌어야 한다.

전국에서 몰려들 수 있는 사격 놀이문화를 만드는 것도 구상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경험하다 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재능을 발견한 아이들도 나올 거고 취미로 사격을 하는 사람도 많아질 거다. 사람들이 몰리면 후원이 붙는다. 그런 자금으로 유능한 선수들은 좀 더 나은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사격 자체가 발전해 사람들이 크게 자부담 안 하더라도 사격을 즐길 수 있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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