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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김문수 장관과 국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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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는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 국적(國籍)' 문제로 파행(跛行)됐다.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는 김 장관의 발언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사람이 어떻게 국무위원이 될 수 있느냐'고 소리 질렀다. 김 장관이 임명된 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김 장관과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이 '국적'을 갖고 언쟁했다. 김 장관 취임 후 처음 열린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도 '국적 논란'으로 파행됐다.

김문수 장관을 몰아세우던 한 야당 의원은 "그럼, 일제 시대 우리 국적은 어디였나?"는 김 장관의 물음에 "조선이고, 대한제국이었다"고 답했다. 망하고 없는 대한제국이 존재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당시 조선인은 1909년 실시한 민적법(民籍法) 적용을 받다가 1923년부터는 조선총독부가 공포한 조선호적령(朝鮮戶籍令) 적용을 받았고, 일본 여권으로 해외에 나갔다.

조선(대한제국)은 일본에 병합(倂合)됐고, 당시 조선인 국적은 일본이었다. 그것은 싫고 좋고의 문제, 인정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와 별개다. 역사적 사실이다. 일제강점기 우리 국적이 일본임을 인정한다 해서 일본의 조선 병합이 정당하다는 말이 아니다. 일본 국적을 인정한다고 해서 일제의 통치를 긍정한다는 말도 아니다. 김문수 장관이 애국심이 부족해서, '일제강점기 선조들 국적은 일본'이라고 했겠나. 역사적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한 가치 평가는 별개다.

국가 성립의 3대 조건(국민, 영토, 주권)을 무시하고, 국가 지배 구조(주권, 정치, 외교, 경제, 군사, 치안, 산업 등)도 무시하고, 나의 윤리적 기준, 나의 희망적 세계관으로 국가를 규정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우리나라 동쪽에 있다고 '동해', 서쪽에 있다고 '서해'라고 불렀으니,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힘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영국 사람, 미국 사람들에게 '동해'라고 말하면 어디를 지칭하는지 알겠나?

조선은 시대 변화를 읽지 못했고, 집권층의 부패(腐敗)로 외세에 나라를 빼앗겼다. 혹자들은 이런 생각을 '망한 책임이 조선에 있다는 것이고, 일본 침략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친일적 사고'라고 비판한다. 아무런 무장(武裝) 없이 이리 떼가 설치는 밤 황야(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세계 정세)를 걸어간 잘못에 대한 성찰(省察)은 없고, 이리 탓만 하는 셈이다. '윤리적 잣대'로 수난(受難)을 남 탓으로 돌리면 그런 수난을 또 당한다. 도둑질당하고 방비는커녕 도둑놈 탓만 하는 꼴이다.

현실 외면과 '정신 승리'는 과거사뿐만 아니라 현재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뼈아픈 역사를 넘어, 일본과 친하게 지내며 극일(克日)로 나아가자는 사람들을 '친일파'로 매도(罵倒)하고, '죽창가'와 '반일 외침'을 애국이라고 여긴다. 일본이 사과(謝過)하지 않았다는 사람들도 많다. 일본은 총리, 외상, 천황이 여러 차례 사과했다. 설령 안 했다 한들, 사과에 왜 목을 매나. 그 사과 받아서 어디 쓰려고.

박정희 정부가 일본과 수교하고, 일본 돈과 기술을 받아들여 산업화를 추진한 것은 일본이 좋아서가 아니다. 우리 기업들이 일본 기술을 흉내 내고 배운 것은 일본의 아류(亞流)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더 이상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그들에게 잘못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이익과 부강(富強)을 위해 일본과 친하게 지내자는 것,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것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것이야말로 반(反)대한민국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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