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45분간 붙잡았다…'11m 추락 위기' 시민 구한 구급대원

27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 계평리 중앙고속도로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난간과 충돌한 대형 트레일러 차량의 운전자를 박준현 소방교(오른쪽)가 맨손으로 붙잡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눈길에 차량이 미끄러져 11m 높이 교량에서 떨어질 뻔한 운전자를 구급대원이 맨손으로 45분간 붙잡고 있다가 구조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29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전 9시 29분쯤 경북 안동시 풍산읍 계평리 중앙고속도로 부산 방향 풍산대교에서 대형 트레일러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져 교량 난간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트레일러 운전석 일부가 파손됐고, 60대 운전기사의 하반신이 11m 높이 교량 난간 밖으로 빠져나갔다.

사고 현장에는 풍산119안전센터 소속 구급대원 박준현(34) 소방교와 대원들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박 소방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처음에는 운전석 안에 이불이 쌓여 있어서 운전기사가 보이지 않았다"며 "이불을 치워보니 운전기사가 겨우 상체만 운전석 안에 걸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곧바로 손을 뻗어 운전기사의 손을 잡았다. 운전기사의 손은 사고로 인해 피범벅이었다.

그 상태로 15분을 버텼고, 구조대가 도착했지만 추락의 위험때문에 박 소방교는 다른 대원과 교대도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운전자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대는 로프로 운전기사의 팔을 휘감아 다른 구조대원 2명과 연결했다.

박 소방교는 두려움에 떠는 운전자를 안심시키면서 45분 동안 맨손으로 붙들고 있었다.

교량 아래 국도에 에어매트가 깔리고 굴절차가 도착했고, 운전기사는 사고 발생 1시간만인 오전 10시 30분쯤 굴절차 바스켓(탑승 공간)을 타고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 소방교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처음에 현장의 상태를 보고 두렵긴 했는데, 손을 잡고 있을 때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더라. 손잡는 데만 집중하고 그 생각만 했다"며 "아내는 '고생했다고, 다친 데 없느냐'고 부터 물어봤고, 아이들은 '자랑스럽고 용감하고 멋지다'고 얘기하더라"고 말했다.

2016년 11월 20일 입직한 박 소방교는 만 8년 차 구급대원이다. 이날 구조 현장에는 안동소방서·예천소방서 도청119안전센터 등에 소속된 소방관 20여명이 투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