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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꿈꾸는 시] 정유정 '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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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출생, 시집 '보석을 사면 캄캄해진다', '하루에서 온 편지' 등
2021년 대구시인협회상, 2024년 금복문학상 수상

정유정 시인의
정유정 시인의 '야생' 관련 이미지

〈야생>

자동차들이 색색의 야생들을 태우고 도시의 검은 들로 질주한다 거기 본보기를 들려주려 사이렌 앵앵거리는 또 다른 자동차의 주인은 쫓아갈 생각도 멈출 생각도 없이 느릿느릿 손을 올린다

길들여진 야생은 고스라니 하루 일당을 바친다 앵앵의 높은 주인은 하품처럼 길고 맛있는 순간을 모아 시간을 채운다

야생은 언제나, 마땅히 위반이 있다 견디지 않으면 안 되므로 사망자를 따라갈 수 없으므로 초원의 야생들은 안락한 강가를 치지만 구실이 없다 강가의 모든 벽이 허물어졌다 꾸물거림으로 무리를 위반한 어린 본능은 앵앵거리는 다른 본능에게 말없이 몸뚱이라는 전 재산을 내준다 남은 야생들은 강물이 흙빛이라 붉은 피는 보지 못했다

숫자를 잘 타고 난, 너무 게을러서 아직도 죽지 못했다는 구십 여덟 야생은 텔레비전 화면의 야생들과 맞닥뜨리자 두 눈 부릅뜨고 몸을 움츠렸다 그는 아무것도 위반한 게 없으므로 떳떳하다고 말했으나 어제는 틀니를 변통에 빠뜨렸고 오늘은 밥을 다섯 번이나 먹었으며 양말을 짝으로 신었다고, 옆에서 앵앵거리며 할머니아내는 말했다 예전에 써 놓았던, 곧 저 세상으로 가겠다는 각서를 내주자 할머니아내는 입을 다물었다

정유정 시인
정유정 시인

<시작 노트>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들은 모두가 야생이다. A.I가 세상을 바꾸어 놓으려 하지만 자연을 정복할 수는 없다. 자연이 탄생시킨 야생들은 시간이 지나면 죽는다. 그러나 삶에 대한 대가는 정확히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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