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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훈칼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망동(妄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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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훈 논설주간
정경훈 논설주간

판사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국민이 직접 뽑지 않아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민주주의 체제의 권력의 토대는 없으면서 인신(人身) 구속을 포함한 국민 개개인의 삶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기 때문이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에서 '양심'은 법관의 '사적(私的) 양심'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판사 개인의 정치적·이념적 소신이 철저히 배제된 공평무사(公平無私)여야 함을 의미한다. 법정은 양심을 빙자한 판사 개인 또는 그 판사가 소속된 사조직-이를테면 우리법연구회-의 정치적 신념을 실천하는 공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헌법에 해당하는 독일 기본법이 "판사는 독립해 법률에만 구속된다"며 '양심'을 배제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판사의 판결은 자의적 권력 행사, 법치와 민주주의에 사멸(死滅)의 구멍을 내는 망동(妄動)이다.

판사의 망동은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서 확인됐다. 서울서부지법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내란죄를 적시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마땅히 기각해야 했다. 특정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하지 못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관련 조항 적용을 임의로 배제한 수색영장 발부도 망동이긴 마찬가지다. 모두 '법률'을 뭉개고 '양심'을 좇은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망동에 서울중앙지법이 제동을 걸었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것이다. 그 사유로 검찰의 구속 기간 계산 오류와 함께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지 명확한 규정이나 판례가 없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를 구속 취소 결정의 더 근본적인 사유로 읽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구속 취소 결정문은 매우 절제된 표현이지만, 공수처의 '법원 쇼핑'에 호응한 서부지법의 우리법연구회 출신 영장 전담 판사의 '자의적 권력 행사'에 대한 사법부 내부의 경고라고 읽는 것 역시 '오버'는 아닐 것이다. 이를 보면서 우리 사법부가 아직은 자정(自淨) 능력이 있다고 안도(安堵)할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너무나 큰 장애물이 버티고 있다. 바로 헌법재판소이다. 헌재는 어떤 의미에서 최고 권위의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 전체의 직접 투표로 선출돼 최고의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대통령을 탄핵할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원로 정치학자 최장집이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로버트 달) 한국어판 해설에서 헌재를 '제왕적'이라고 한 이유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심판하고, 그 어떤 견제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헌재는 존재 자체가 삼권분립 민주주의의 부정이다.

'민주적 정당성'의 부재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헌재가 그나마 존립의 정당성을 가지려면 공평무사해야 한다. 과연 그런가? 언제부터인가 헌재는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해 판단하지 않고 '당파적'으로 판단하는, 자신을 헌재 재판관으로 만들어 준 정파(政派)의 이익에 복무하는 자들의 집합소가 됐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이 '4(인용)대 4(기각)'로 결론난 것은 이를 극명히 보여 준다. '검수완박' 법안 권한쟁의심판에서 국회 의결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면서도 '5대 4'로 기각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 심판에서 이른바 진보 재판관들은 한 몸이 돼 기각해야 할 것은 인용했고 인용해야 할 것은 기각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어떨까? 편파, 불공정, 불법으로 점철된 변론을 보면 '인용'을 결정해 놓고 형식적인 절차를 진행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빼겠다는 야당 측의 요청을 받아준 것부터 그랬다. 내란죄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의 핵심 사유인데 이를 제외하겠다고 하면 마땅히 탄핵 심판 청구는 각하(却下)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변론을 강행하면서 '내란 혐의' 부각(浮刻)에 집중했다. 내란죄를 심판 대상에서 빼 놓고 내란 혐의를 다룬, '사기 탄핵'을 헌법의 이름으로 합법화한 '사기 변론'의 망동이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처음부터 끝까지 절차적 흠결과 불법으로 이미 정당성을 잃었다. 기각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헌재가 그나마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길이다. 탄핵 찬성 측의 반발이 걱정되긴 하지만 이런 아포리아를 타개하는 길은 있다. 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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