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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사랑이었고, 행복이었습니다"…두봉 레나도 주교 마지막 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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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묘역, '기쁨의 사제' 두봉 주교 장례미사 엄수

14일 안동 목성동주교좌 성당에서는 선종한 두봉 레나도 주교의 장례미사가 진행됐다. 김영진 기자
14일 안동 목성동주교좌 성당에서는 선종한 두봉 레나도 주교의 장례미사가 진행됐다. 김영진 기자

"두봉 주교님처럼 바르게 사신 분이 또 계실까요."

14일 오전 안동 목성동 주교좌성당에는 깊은 슬픔 속에서도 따뜻한 감동이 흘렀다. 향년 96세로 선종한 두봉 레나도 주교의 장례미사가 엄숙히 봉헌됐다.

장례미사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고 현장에는 신자와 시민, 사제단을 비롯해 각계 인사들이 모여 고인을 마지막으로 배웅했다.

성당 안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들이 가득했다. 안동불교사암연합회 의장인 대원사 도륜 스님, 지역 유림 종손들, 각 기관·단체장들도 함께하며 종교와 세대를 넘어선 추모의 물결을 이뤘다.

14일 두봉 레나도 주교의 장례미사에서 천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가 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14일 두봉 레나도 주교의 장례미사에서 천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가 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한 신부는 "그분은 우리 모두에게 바른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셨다"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애도하는 이유"라며 고개를 숙였다.

장례미사 중에는 지난해 4월 10일 두봉 주교가 남긴 육성이 '답사' 형태로 조용히 울려 퍼졌다.

"언젠가 나도 죽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것을 받아들이니까 아주 편안해요. 예수님은 가장 순수한 사랑이시고, 가장 순수한 행복이시다. 살다 보니까 맞아요. 그래서 내가 신부된 것은 참 잘되었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성령님 감사합니다."

고인의 목소리에 성당은 숨을 죽였고,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깊은 애도를 전했다.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는 교황의 메시지를 대독 하며 "두봉 주교의 선종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한국 교회를 위해 헌신한 그의 삶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은 김수환 추기경의 부탁을 받은 두봉 주교와 피정을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선교하셨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숨넘어가듯 복음을 전하시던 모습, 억울하고 가난한 이를 향한 사랑은 아직도 생생하다"며 "청빈을 삶으로 실천하신 분, 그분 덕분에 감사할 일이 참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용훈 마티아 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는 "봄꽃이 만발한 이 계절에, 두봉 주교님은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며 "그분의 삶을 기억하며 우리도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장례미사가 끝난 뒤 두봉 주교는 예천에 있는 농은수련원 성직자 묘원으로 옮겨졌다.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려는 신자들과 교우들은 말없이 운구차를 뒤따랐다. 하늘에서도 이별을 아쉬워하듯 빗방울이 떨어졌다.

묘원에 도착하자 두봉 주교를 맞기 위해 조용히 남겨둔 묘역의 한 칸이 보였다. 사제들은 느린 걸음으로 그곳에 운구를 안장했다. 두봉 주교의 운구에 흙이 덮이자 조용한 울음소리가 번졌다. 누군가는 두 손을 모아 묵묵히 기도했으며, 또 누군가는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를 기억하는 한 신자는 "두봉 주교는 고요한 땅에 잠들었지만 '기쁘게 살라'는 그의 마지막 인사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쉴 것"이라고 했다.

안동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가 14일 예천 농은수련원 성직자 묘원에서 고(故) 두봉 주교의 장례의식을 집전하고 있다. 윤영민 기자
안동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가 14일 예천 농은수련원 성직자 묘원에서 고(故) 두봉 주교의 장례의식을 집전하고 있다. 윤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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