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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조향래] 동물의 인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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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암컷 문어의 모성(母性)은 숭고하다. 문어는 한 번에 수만 개의 알을 낳는데 부화(孵化)하는 데 6개월이란 긴 시간이 필요하다. 깊은 바다에 사는 문어는 포란(抱卵) 기간이 몇 년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동안 문어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알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움직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어미는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알을 돌보다가 부화될 즈음이면 굶어서 죽게 된다고 한다. 우리 인류의 모성이 부끄러울 만큼 새끼들에게 이타적이다. 수컷 가시고기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새끼들에게 희생적이다. 수컷 가시고기는 암컷이 낳은 알을 사력을 다해 지키다가 새끼들이 부화하면 죽음을 맞이하면서 자신의 몸까지 먹이로 제공한다.

오래전 싱가포르의 도심 공원에 있는 어느 호수에 서식하는 수달 가족의 생태를 TV 화면을 통해 보고 크게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한 무리의 수달이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교량(橋梁) 아래에 둥지를 틀고 살고 있었다. 다리 밑에는 높은 시멘트 둑이 설치되어 있어 새끼를 거느린 수달은 호수로 들어가려면 인공적인 방죽이 없는 곳으로 한참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어른 수달은 둥지가 있는 다리 밑 둑에서도 바로 물속으로 뛰어들 수 있었지만 새끼들은 아직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지 분간을 못 하는 새끼들이 자꾸만 둑 쪽으로 기어 나가는 것을 제지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새끼들이 어느 정도 자라서 헤엄을 치고 먹이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새끼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독립시키기 위한 부모의 행동이 놀라웠다. 이제는 새끼들이 둑 쪽으로 나가기를 꺼려 하자, 어른 수달이 새끼의 덜미를 물고 강제로 물속으로 떨어트리는 것이었다. 사람보다 나은 영물(靈物)이었다.

최근 경기도 용인의 어느 아파트에서 50대 가장이 삶을 비관하며 두 딸을 포함한 일가족 5명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사건이 일어났다. 자식의 목숨을 빼앗거나 아이를 내버려두고 사라지는 비정한 부모의 행태가 시나브로 뉴스의 소재가 된다. 가정에서의 처신도 마뜩잖다. 과거에는 시어머니의 갑질이 며느리의 삶을 옥죄었는데, 이제는 장모의 간섭이 사위를 괴롭히고 있다. 수달보다 나을 게 없다.

joen04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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