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인공지능은 또 한 번 문명의 대전환을 알렸다.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등장은 그 중심에 있다. 이 새로운 형태의 AI는 단순히 인간의 명령에 반응하는 도구를 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실행하며 다른 시스템과 협력하는 능동적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문명은 이제 '지능'이라는 새로운 기반 위에서 재구성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가 운영의 인프라 또한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새로운 정부가 제시해야 할 핵심 과제는 분명하다. 바로 에이전틱 AI 시대를 뒷받침할 새로운 인프라 전략, 곧 '신(新)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과감히 나서는 일이다. 이는 도로나 철도, 통신망을 세우는 것을 넘어, 국민의 삶과 산업 전반에 지능을 통합하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 전환이며, 앞으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전략적 투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공공이 주도하는 초거대 AI 모델 기반이 시급하다. 그동안 AI 기술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지만, 공공 서비스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독자적으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확보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기술 보유를 넘어, 행정서비스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인터페이스와 부처 간 연동 체계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민원 응대, 복지 안내, 정책 전달 등 반복적 업무의 자동화를 이끌며, 국민에게는 더 빠르고 정확한 행정 경험을, 정부에는 운영 효율성을 제공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보안과 데이터 주권의 측면에서도 AI 인프라 재설계는 필요하다. 공공 AI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외부 클라우드나 개방형 네트워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보안이 강화된 독립적 클로즈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산 LLM이 탑재된 고성능 연산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기술 독립성 확보를 넘어, 국가의 디지털 주권과 안보를 지키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동시에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장비 등 관련 산업의 성장도 함께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생태계 전반의 파급 효과 또한 크다.
산업과 일상의 전환을 위해서는 '마이크로에이전트 플랫폼'이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공공기관, 기업, 개인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에이전트를 손쉽게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게 하는 기술 생태계를 의미한다. 정부는 오픈소스 중심의 기반을 조성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적용 가능한 모듈형 에이전트를 지원해야 하며, 이 플랫폼은 개인정보 보호와 의사결정의 투명성, 공공성 기준을 내재한 형태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고객 서비스나 회계처리 같은 일상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고, 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도 맞춤형 AI를 통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산업 전반의 자동화와 고부가가치 창출, 그리고 AI 기반 창업 생태계의 활성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인프라는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AI의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접근성과 포용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 장애인, 디지털 취약계층 등을 위한 보편적 AI 접근권 보장과 농촌과 도시 간 격차 해소를 위한 분산형 AI 거점 설치는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과제다. 이는 단순한 디지털 복지를 넘어서 기술 기반의 사회 통합과 신뢰 형성에 기여하는 '포용적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에이전틱 AI 시대는 기술의 발전 속도 만큼이나 그 활용의 철학과 방식에 대한 깊은 고민을 요구하는 시기다. 이제 우리는 인프라의 개념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길과 건물만이 아닌 지능이 흐르고 연결되며 협력하는 구조, 국민 데이터가 안전하게 보호되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신뢰 기반 그리고 각자의 삶에 최적화된 AI가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사회 시스템,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구축해야 할 '신인프라'다.
새로운 정부가 그려야 할 디지털 미래는 단지 더 빠르고 효율적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가능케 하는 구조를 설계하는데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술을 목적이 아닌 도구로 삼아 사람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에이전틱 AI를 국가 전략의 중심에 두는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사람을 위한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가, 아니면 AI에 맞춰 사람과 사회를 재편하고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대한민국 디지털 미래의 방향을 결정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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