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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교영] 이어령, 두봉, 김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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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집안과 마을에는 '어른'이 있었다. 어른의 역할은 컸다. 이웃 간 다툼이 있거나, 길흉사(吉凶事)가 있을 때 사람들은 어른을 찾았다. 어른의 '한 말씀'을 들어야 일이 술술 풀릴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다소 억울하거나, 손해를 보더라도 어른의 말을 따랐다. 어른의 권위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돈이나 지식이 아니다. 존경이 권위다. 존경은 삶의 지혜와 올곧음에서 우러난다.

지식인으로 존경받았던 어른이 있다. 3년 전 작고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다. 그가 청년 시절 쓴 평론 '우상의 파괴'(1956년)는 문단(文壇)의 인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문학 시대를 여는 선언문이었다. 그의 삶은 지식인의 모범이었고, 여러 저술은 지식인의 길을 안내했다. 그가 보여준 통섭(通涉)의 인문주의 여정은 K-문화의 밑거름이었다.

지난달 선종(善終)한 두봉 레나도 주교는 종교계의 어른이었다. 프랑스 출신의 두봉 주교는 1969년 안동교구장을 맡아 21년간 교구를 이끌었다. 그는 '가난한 교회'를 내걸고, 한센병 환자를 위한 병원을 설립했고,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창립을 지원했다. '오원춘 사건'(1978년)은 두봉 주교의 신념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그는 정권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권력의 괴롭힘을 받던 농민을 지켜 줬다. 청빈(淸貧)한 삶도 귀감이다.

경남 진주 시민 김장하 선생은 당대의 어른이다. 영화 '어른 김장하'의 주인공인 그는 한약방 운영으로 큰돈을 벌었고, 그 돈을 이웃과 사회를 위해 썼다. 60년간 교육·장학사업은 물론 연극, 문학, 언론, 역사, 인권 등의 분야를 지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한약방 머슴' 출신이었던 그는 검소했다. 차를 사지 않았고, 낡은 옷을 입었다. 자신은 헐한 백반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자신이 설립한 학교의 교사들에겐 소갈비 회식을 시켜 줬다. 그는 "아픈 사람에게서 번 돈으로 호의호식(好衣好食)할 수 없었다"며 사회 환원을 한 동기를 밝혔다. 울림이 큰 말이다.

어른 부재(不在)의 시대다. 세상이 어른을 거부하는 경향도 있다. 모두가 듣고 싶은 말만 듣기를 원한다. 정치권은 더 그렇다. 원로들이 쓴소리를 했다가 험한 꼴을 겪기 일쑤다. 무람없는 인심만 나무랄 순 없다.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들도 많으니….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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