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검사가 20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현직 검사로서 헌정 최초로 탄핵소추됐던 안동완 검사도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탄핵소추 심판정에 섰다가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검사 중 3명이 한꺼번에 검찰을 떠나게 됐다.
이 전 지검장과 조 전 검사의 사의 표명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한 뒤, 무혐의 처분한 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됐다가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한 공소권 남용 의혹으로 현직 검사로서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소추되기도 했던 안 전 검사 역시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국회는 2023년 9월 민주당 주도로 안 검사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고, 약 8개월 만인 지난해 5월 헌재는 5(기각)대 4(인용) 의견으로 소추를 기각했다. 부산지검 2차장이던 안 검사는 고검으로 전보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이날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건강상 이유로 사직의 뜻을 밝혔다.
이 지검장 아래에서 특별수사를 지휘해온 조상원 4차장도 이날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당초 이 지검장은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돼 업무에 복귀한 즉시 사의 표명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중앙지검이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공천 개입 및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 주요 현안 사건을 수사하는 점을 고려해 사의 표명 시점을 고민해왔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탄핵소추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 중앙지검 주요 현안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판단해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그간 이 지검장 지휘 아래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은 최근 김 여사에게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사에 출석을 요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이 지검장은 당분간 건강 회복 등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대선 기간인 만큼 사표가 수리되기 전까지 정상 출근해 선거 관련 범죄 대응 등에 차질이 없도록 업무를 챙기겠다는 뜻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조 차장은 이날 퇴근길에 취재진에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 8대0(기각)으로 무고함이 밝혀졌고, (복귀한 뒤 현안 수사가) 어느 정도 안착이 됐다고 생각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퇴직 예정일은 제21대 대통령 선거 전날인 다음 달 2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동반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의 사직서 수리 여부 등은 법무부가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이 지검장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한 뒤 모두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조 차장은 이중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김 여사가 주식 관련 지식과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주식을 사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지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권유에 투자 목적으로 자신의 계좌를 일임하거나 직접 거래했을 뿐, 주가 조작이 이뤄진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당시 검찰 결론이었다.
국회는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 지검장과 조 차장, 실무를 책임진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헌재는 3월 13일 이 지검장 등이 김 여사 수사 과정에서 재량권을 남용하지 않았다며 국회의 탄핵소추를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고, 이들은 즉시 업무에 복귀했다.
한편, 현재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서울고검이 지난달 고발인인 최강욱 전 의원의 항고를 받아들여 검사들을 파견받아 재수사 중이다.
이 지검장 등의 사표가 수리되면 중앙지검은 다시 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주요 수사와 공소 유지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지검은 명태균 씨 사건 외에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수사, 이미 기소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사건, 위증교사 사건 등 재판의 공소 유지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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