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달 뒤 'PA간호사' 제도 시행…문제는 없는가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이 19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이 19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간호사 진료 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안'에 대한 간호협회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간호협회는 "정부의 간호사 진료 지원업무가 간호사 전문성 반영 없는 추진은 안 된다"며 진료 지원 업무에 대한 교육, 자격체계 개선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한 달 뒤인 6월 21일 '진료지원(PA) 간호사'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하는 간호법이 시행된다. 이를 두고 법 적용의 당사자인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계 일부에서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시행 과정에서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21일 PA 간호사가 골수에 바늘을 찔러 골수조직을 채취하는 골수천자와 진단서 초안 작성 등 의사 업무 일부를 위임받아 할 수 있게 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진료지원업무 행위목록 고시(안)을 담은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을 공개했다.

PA 간호사는 간호법에 따른 자격을 보유한 전문간호사와 3년 이상의 임상 경력을 보유하고 교육 이수 요건을 충족한 전담간호사를 말한다. 다만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1년 이상인 자는 임상 경력이 3년 미만이라도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이들은 간호법에 따라 의사의 지도와 위임에 근거해 전공의 등 의사가 수행해온 45개 의료행위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세부업무 목록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따라 허용됐던 54개 행위에서 45개로 통합·조정됐다.

45개 업무 목록에는▷중증환자 검사를 위한 이송 모니터링 ▷비위관 및 배악관 삽입·교체·제거 ▷수술 부위 드레싱 ▷수술·시술 및 검사·치료 동의서·진단서 초안 작성 ▷수술 관련 침습적 지원·보조 ▷동맥혈 천자 ▷피부 봉합 ▷골수·복수 천자 ▷분만 과정 중 내진 ▷흉관 삽입 및 흉수천자 보조 ▷인공심폐기 및 인공심폐보조장비 준비 및 운영 등이 포함됐다.

PA간호사 교육은 이론 및 실기교육, 소속 의료기관에서의 현장실습으로 구성되는데, 대한간호협회(간협)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유관 협회 및 그 지부·분회, 3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 전문간호사 교육기관, 공공보건의료 지원센터, 그밖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담간호사 교육과정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인정하는 기관 또는 단체로 지정돼 있다.

이 부분을 두고 간협은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교육관리는 간호 실무와 교육에 전문성을 갖춘 간협이 책임져야 한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제도 추진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냈다.

간협은 지난 20일 세종시 복지부 청사 앞에서 연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진료지원업무는 단순한 보조가 아니라 환자 상태를 신속히 파악하고 임상 상황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고난도의 전문 영역"이라며 "정부는 아무런 교육 인프라도 없이 병원 등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서를 통해 간협은 ▷진료지원업무 교육의 간호협회 전담 ▷간호 현장의 수요와 전문성 기반의 업무 구분 ▷간호사의 실제 업무 흐름에 맞춘 행위 목록 고시 및 법적 자격 보장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현장에서도 간호법 실행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심장혈관흉부외과의 경우 PA간호사가 수술 중 체외순환 업무를 맡는 것에 대해 특히 우려하고 있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학회 차원에서 심장 수술 및 ECMO(에크모·체외막 산소공급장치)와 같은 고도의 의료적 처치 과정을 담당하는 '체외순환사'를 양성해 왔다. 학회에 따르면 체외순환사는 1천200시간의 실습과 이론 교육 후 자격시험을 통해 양성되며, 기본적인 임상 경력 외에도 최소 150례 이상의 실제 체외순환 운영 경험을 갖춰야 한다.

또 3년마다 지속적인 재교육과 함께 연평균 30례 이상의 임상 경력을 유지해야만 자격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엄격한 전문성을 요구받는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와 체외순환사들은 고도의 훈련과 교육을 받아야 하는 체외순환 관련 업무를 PA간호사가 맡는 데 대해 고위험 외과 수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도 20일 성명을 통해 "6월 간호법 시행을 앞두고 체외순환사 업무가 간호사 전담업무로 단순 분류되면서 60여 년간 축적된 심장 수술 체계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복지부는 21일 공청회를 통해 이러한 의견들을 수렴해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 최종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의 우려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공청회를 통해 "시행일 전 대한흉부외과 학회 주관 체외순환사 자격 획득 또는 교육 이수중인 자는 간호사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체외순환 업무 수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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