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례없는 폭염·폭우·산불에도 기후공약 낸 대선후보 없다

지난해 연 평균기온 14.5℃…종전 1위 갈아치워
대선후보 6명 10대 공약 중 기후 공약 실종 수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1일 인천광역시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인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가운데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1일 인천광역시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인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가운데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폭우에 이어 올해 초대형 산불까지 이어지는 등 이상기후에도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기후 위기 대응 공약은 사실상 실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과 비교해 기후 공약이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도 적잖다.

기상청이 최근 발간한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 평균기온은 14.5℃로 평년(12.5도)보다 2.0도 높아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 대구경북 연 평균기온 역시 평년 12.6도 대비 1.9도 높아 종전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열대야 기간도 길어지면서 9월 전국 월평균 기온은 24.7도로 평년 대비 4.7도 높았다. 같은 달 이상고온 발생일은 최고기온 기준 16.9일, 최저기온 기준 19.7일로 달의 절반 이상이 이례적으로 더웠다. 세계기상기구(WMO)도 관련 기후 보고서에서 "한국도 (2024년) 가장 더운 여름을 보냈다"고 별도 언급할 정도다.

장마철 기록적인 폭우도 문제다. 지난해 장마철엔 역대 11번째로 많은 474.8㎜ 비가 내렸는데, 여름 강수량 중 78.8%가 장마철에 집중됐다. 장마철 강수 비중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그럼에도 대선후보 6명 중 10대 정책공약에 기후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뿐이다.

이 후보의 경우 기후 공약으로 '2040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내걸었다. 다만 석탄발전 폐쇄로 발생하는 전력 공백을 메울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민주당이 21대 총선 공약으로 약속했던 '탄소세 도입'도 제외돼 오히려 후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수 진영 후보들은 10대 공약에서 온실가스 감축 방안 등 관련 기후 공약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하여 기후재난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을 뿐이다.

기후·환경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거대 양당 모두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비해 관련 정책은 뒷전으로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명은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은 "최근 경북 대형산불 등 일상 속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유권자들이 많아지는데도 기후공약은 여전히 후순위"라면서 "다행히 대선 2차 토론 주제로 '기후위기'가 포함됐으니 유권자들도 기후 공약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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